호르무즈·홍해 긴장 재점화…VLCC·LR2 운임 동반 급등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호르무즈해협과 홍해를 둘러싼 해상운송 불확실성이 원유선과 석유제품선 운임을 끌어올리고 있다. 국제유가와 선박 연료유 가격까지 동반 상승하면서 선사들의 운항비 부담과 에너지 수송망 차질 우려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20일 발간한 주간 통합 시황 리포트에 따르면 중동지역 지정학적 위험이 재부각되면서 중동 항로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과 LR2급 석유제품선 운임이 강세를 보였다. 특히 후자이라와 오만, 홍해 등 대체 선적지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용 선복 확보 경쟁이 심화됐다.
중동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VLCC 운임지수는 WS 376.11로 전주보다 18.89포인트 상승했다. 하루 평균 수익을 나타내는 TCE는 37만3259달러로 1만6160달러 올랐다.
중동에서 일본으로 운항하는 LR2 운임은 WS 451.11로 전주보다 89.23포인트 뛰었다. LR2의 하루 수익도 11만9407달러로 2만5740달러 증가해 주요 선형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미국과 이란 간 종전 및 평화 협의가 무산된 이후 호르무즈해협과 오만 해역에서 선박 피격이 이어지면서 원유 공급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선박의 페르시아만 진입 기피 현상이 확산하면서 역내 가용 선복이 감소했고, 선주들이 위험 프리미엄을 운임에 반영하면서 중동 VLCC 운임은 전주보다 약 5% 상승했다. 중동 리스크를 피해 대서양으로 이동하는 선박이 늘면서 지역별 선복 수급도 엇갈리고 있다.
석유제품선 시장에서는 상승세가 더욱 뚜렷했다. LR2급 선박은 중동지역 불안으로 선주들이 호가를 크게 높인 가운데 화주들의 선복 확보 경쟁까지 겹치면서 운임이 전주보다 약 25% 급등했다.
후자이라와 오만뿐 아니라 홍해를 통한 대체 선적 수요가 확대된 점도 운임 상승을 부추겼다. 호르무즈해협 통항 불안이 계속될 경우 대체 선적항을 찾는 화주와 선사 간 선복 확보 경쟁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제유가와 선박 연료비도 급등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82.49달러로 전주보다 11.08달러 상승했다. 싱가포르 기준 고유황유는 톤당 552달러로 71.5달러, 저유황유는 769.5달러로 92달러 올랐다. 저유황유와 고유황유 가격 차이는 톤당 217.5달러까지 확대됐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 조치와 호르무즈해협 유조선 피격, 통항 비용 부과 가능성 등이 국제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 15일 호르무즈해협 남측 항로에서 운항하던 초대형 유조선 2척이 공격받았다는 UAE 당국의 발표 이후 해협 내 추가 충돌 우려가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라크의 원유 선적 확대와 미국의 비이란 선박 대상 통항료 부과 계획 철회는 유가 상승 폭을 제한했다.
컨테이너선 시장은 전체적으로 조정 국면에 들어갔지만 중동 항로는 지정학적 위험의 영향을 받으며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유지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3080.31로 전주보다 3.3% 하락했다. 미주 서안과 남미 항로의 선복 확대와 성수기 선적 수요 둔화가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반면 중동 항로 운임은 TEU당 4266달러로 전주보다 67달러 상승했다. 호르무즈해협 통항 위험과 선사들의 운항전략 변화가 공급 불확실성을 높인 결과로 분석됐다.
부산항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한국형 컨테이너운임지수(KCCI)도 4204로 전주보다 114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북미 동안과 중동 항로는 상승세를 유지해 지정학적 위험이 항로별 운임 차별화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해운시장의 핵심 변수는 호르무즈해협과 홍해의 통항 안정 여부가 될 전망이다. 군사적 충돌과 선박 피격이 이어질 경우 중동 진입을 꺼리는 선박이 늘어나면서 VLCC와 LR2 운임, 선박보험료, 연료비가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
반면 통항 안전이 확인되고 중동지역 원유 수출이 정상화되면 위험 프리미엄이 완화되면서 운임도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당분간 원유선과 석유제품선 시장은 실제 화물 수요보다 해협 통항 위험과 가용 선복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