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정기선 공동행위 제도 보완 촉구

  • 등록 2026.03.17 17: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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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법과 공정거래법 충돌 해소 필요성 제기
공급망 안정과 산업 특수성 반영한 입법 정비 요구

해운업계가 정기선 공동행위를 일률적으로 담합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며 해운법과 공정거래법 충돌을 해소할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7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바다와미래 연구포럼 오찬포럼에서는 정기선 공동행위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 문제를 둘러싸고 해운산업의 구조적 특수성과 글로벌 경쟁 환경을 반영한 입법 정비 필요성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날 포럼은 바다와미래 연구포럼이 주최하고 한국해운협회가 주관했다. 현장에는 조승환·주철현 공동대표를 비롯해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 관계자, 해운업계 대표, 한국해운항만관련단체총연합회 소속 단체장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 강일 변호사는 정기선 해운업은 막대한 매몰비용과 공급의 불가분성, 수요의 급격한 변동성이라는 구조적 특징을 가진 산업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일반 제조업과 동일한 경쟁법 기준으로 공동행위를 판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발표에서 정기선 공동행위를 단순한 가격 담합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시장 붕괴를 막고 항로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안정화 장치로도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장 구조와 경제적 효과를 함께 따지는 ‘합리의 원칙’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운업계도 같은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박정석 한국해운협회장은 글로벌 해운시장에서는 공동행위를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이를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한국 해운업계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라도 국제적 기준을 반영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창원 장금상선 대표이사도 정기선 공동행위가 다른 산업에 실질적인 피해를 초래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해운산업 특수성과 항로 유지 기능을 함께 고려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논의의 배경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와 법원 판단이 있다. 공정위는 2022년 국내외 해운사 23곳이 2003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동남아 항로에서 운임을 합의하고 해운법상 신고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후 서울고등법원은 2024년 공정위 제재를 취소했지만, 대법원은 올해 4월 해운법이 공동행위를 무제한 허용한다고 보기 어렵고 공정거래법 적용이 배제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해운업계는 이 같은 판결 이후 정기선 공동행위에 대한 법적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고 보고 있다. 공동행위 허용 범위와 절차, 공정거래법 적용 관계를 보다 명확히 정리하지 않을 경우 국적선사의 공동 대응 여력이 약화되고 글로벌 공급망 경쟁에서도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날 포럼에서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해운법 개정안의 조속한 논의 필요성도 거론됐다. 업계는 정기선 공동행위의 제도적 근거를 보다 명확히 하고 공정거래법과의 충돌을 줄이는 방향으로 관련 입법이 정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포럼 참석자들은 정기선 공동행위 문제를 개별 기업의 가격 협의 차원만이 아니라 국가 물류망과 공급망 안정, 항로 유지, 선복 확보라는 산업 정책 관점에서 함께 봐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편집부 기자 f1y2da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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