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해운 원팀 출범 공동발주·LNG 국산화로 해양주권 강화

해양수산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조선·해운 산업의 상생협력을 제도화하기 위한 민관 협력체계를 본격 가동했다. 양 부처와 조선·해운업계는 국적선 공동발주 확대, LNG 수송체계 강화, 친환경·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 중소조선·기자재 생태계 육성 등을 축으로 국내 해상공급망과 산업 경쟁력을 함께 높이기로 했다.
해수부와 산업부는 4월 2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조선·해운 상생발전 전략협의회’ 출범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황종우 해수부 장관, 김정관 산업부 장관을 비롯해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한국해운협회, 한국가스공사, 국내 주요 조선사와 해운사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전략협의회는 지난해 12월 양 부처가 자율운항선박 M.AX 얼라이언스 전략회의를 계기로 조선·해운업계 간 상생발전 협약을 체결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양 업계는 미래선박 기술개발 협력과 조선·해운 산업 생태계 강화, 전략협의회 구성 등에 뜻을 모은 바 있다.
이날 출범식에서는 국적선 공동발주 선언식과 한국가스공사·조선 3사·한국해운협회 간 국내 LNG 수송발전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식이 함께 진행됐다. 이어 조선·해운 시황과 상생발전 방안, 전략협의체 추진계획이 발표되며 협의회의 향후 운영 방향도 제시됐다.

정부와 업계는 이번 협의회를 통해 조선과 해운을 별개의 산업이 아닌 하나의 해양산업 생태계로 묶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중동 정세 불안과 주요 해상운송로 리스크, 에너지 수송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건조와 국적선 운송으로 이어지는 해상공급망 구축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날 제시된 중점 추진전략은 W.A.V.E. 전략이다. W.A.V.E.는 세계 최고 수준의 초격차 기술 확보, 조선·해운 산업연계 동맹 구축, 국적선대 확충과 국내 조선사 일감 확보, 지역경제 기반 상생혁신 생태계 조성을 뜻한다. 전략협의회는 앞으로 정례회의와 실무회의, 분야별 전문가 TF를 통해 기술개발, 발주, 금융, 제도개선 등 주요 과제를 논의하게 된다.

이상균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회장과 박정석 한국해운협회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조선과 해운이 국가 전략산업으로서 상생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균 회장은 AI 자율운항선박과 친환경선박으로 대표되는 미래 해양산업의 변화는 개별 산업의 노력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전환이라고 밝혔다. 그는 설계와 건조를 맡는 조선, 운항 서비스를 담당하는 해운, 중소조선, 기자재, 금융, 제도까지 포함한 해양산업 전반의 가치사슬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미래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최근 글로벌 환경이 기술 경쟁을 넘어 에너지, 공급망, 물류, 해상운송을 둘러싼 경제와 안보가 결합된 구조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해운은 단순한 물류 수단을 넘어 국가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이자 국가안보와 직결된 전략자산이며, 조선산업 역시 해상물류와 국가전략을 실현하는 기반산업으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정석 회장은 미국과 일본 등 주요 해양국들이 조선과 해운을 국가 경쟁력과 안보의 핵심 기반으로 보고 자국 조선소 발주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해외 주요국의 움직임은 조선과 해운을 하나의 국가 전략산업으로 종합 육성하겠다는 방향성을 보여준다며, 우리도 실질적인 발주와 정책을 연결하는 실행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국내 조선산업이 LNG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호황을 보이고 있지만, 해운업계는 향후 불황에 대비해 원가가 낮은 해외 조선소 발주를 확대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경우 조선과 해운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고, 호황이 끝나는 시점에는 두 기간산업이 동시에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박 회장은 주요 기자재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조선 생태계의 위험 요인으로 언급했다. 주요 기자재 국산화 비율을 높일 경우 조선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은 물론 부산·울산·경남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중소형 선박 시장에서 국내 조선소가 중국 조선소보다 높은 가격 수준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격차가 지속되면 소형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발주가 자연스럽게 해외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소형 선종을 중심으로 표준선형 개발과 공동발주를 추진해 해외 조선소와의 원가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박 회장은 전략상선대 도입을 통해 다양한 선종의 안정적 발주 기반을 마련하고, 국내 AI·디지털 장비 설치를 가속화해 해운·조선 데이터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협의체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실행과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황종우 해수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조선·해운 협력의 의미와 정부 지원 의지를 밝혔다.
김정관 장관은 조선과 해운의 결속은 선택이 아니라 경제안보 차원의 필수 과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최근 중동전쟁을 계기로 흔들리지 않는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절감했다며, 필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서 해운업과 조선업의 강력한 연계는 제조업 수출과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앞으로 조선해양 산업의 주도권은 산업안보 차원에서 국내 수요 기반을 강화하고 강력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느냐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자국 해운과 조선을 결합해 수요 기반을 확대하고 있고, 일본은 조선·해운·금융을 묶어 클러스터로 재편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전략적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장관은 최근 고려해운과 HMM이 중소 컨테이너선 16척을 국내 조선소에 공동 발주한 사례를 언급하며, 이는 단순한 선박 계약이 아니라 대한민국 해양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공동발주 선언을 통해 이 같은 사례가 중소 조선사와 기자재업계까지 더 넓은 상생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LNG 수송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에 대해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LNG 화물창 국산화는 조선업계의 중요한 과제라며, 이번 협약이 우리 산업의 기술 경쟁력과 일감 확보를 촉진하고 중장기적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종우 장관은 해운업과 조선업이 국제무대에서 국익을 중심으로 협력해 온 경험을 소개했다. 황 장관은 해수부 장관 취임 전 한국해사협력센터에서 국제해사기구 IMO 회의 대응을 지원하면서 해운·조선 실무진이 국익 차원에서 입장과 전략을 조율하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밝혔다.
황 장관은 해운업계와 조선업계의 이해가 항상 같을 수는 없지만, 국익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하고 국제회의에서 함께 주장해 온 협력의 경험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협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IMO A그룹 이사국에 13회 연속 선출되고, 전체 회원국 중에서도 IMO 의제 제출이 활발한 국가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황 장관은 우리나라 조선업은 기술과 역량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고, 해운산업도 선대 규모 세계 4위의 위상을 갖고 있다며, 두 산업이 오늘의 위치에 오른 배경에는 어려울 때 서로 힘이 되어 준 상생의 정신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전략협의회가 해운과 조선의 협력과 공존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장관은 LNG선 화물창 국산화의 필요성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17만4천㎥급 LNG선 한 척의 가격이 약 2억6천만 달러에 달하고, 화물창 원천기술에 대한 로열티 부담도 크다며 핵심기술과 원천기술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LNG뿐 아니라 암모니아와 수소 등 차세대 연료 분야에서도 원천기술 확보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황 장관은 한국가스공사와 조선 3사, 한국해운협회가 업무협약을 체결해 LNG 화물창 국산화에 속도를 내게 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K조선과 K해운이 세계 속에서 더욱 높이 설 수 있도록 해수부와 산업부가 함께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와 한국해운협회는 ‘대한민국 조선해운클러스터 발전을 위한 국적선 공동발주 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에는 국적선사의 국내 조선소 공동발주 기반을 구축하고, 중소 조선소와 기자재 산업까지 연계되는 실질적인 공동발주 모델을 활성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동발주 선언은 최근 고려해운의 1,900TEU급 컨테이너선 6척과 HMM의 2,8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 공동발주 사례를 바탕으로 추진됐다. 양 협회는 공동발주 확대를 통해 국내 조선소의 다양한 선종 건조 역량과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해운업계도 국내 조선소 발주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일감 창출에 기여하기로 했다.
또 공동발주 활성화를 위해 표준선형 개발, 발주 절차 효율화, 정보 공유 체계 구축 등을 추진하고, 금융·보증 지원, 세제 인센티브, 규제 개선 등 정책 기반 마련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부산·울산·경남과 서남권 지역의 중소 조선소·기자재 산업을 포함한 조선해운클러스터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한국가스공사, 조선 3사, 한국해운협회는 국내 LNG 수송발전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LNG 운송체계의 안정성을 높이고, 조선·해운산업의 기술 경쟁력과 일감 확보를 동시에 뒷받침하기 위한 취지로 추진됐다. 정부는 향후 LNG 화물창 국산화와 친환경선박, 자율운항선박, 해운·항만 분야 한미 조선협력 확대 등과 연계해 후속 과제를 구체화할 예정이다.
행사에서는 KDB산업은행 김대진 박사의 조선·해운 시황 및 상생발전 방안 발표도 이어졌다. 김 박사는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해양력이 다시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해양력 복원 정책, USTR 조치, 해군·해양 관련 법안,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등이 모두 해양 주도권 회복과 연결돼 있다는 설명이다.
김 박사는 최근 중동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주요 해상운송로의 안전성이 다시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고 밝혔다. 수에즈운하, 파나마운하, 말라카해협, 호르무즈해협, 남중국해, 지브롤터해협 등 주요 초크포인트가 세계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해상운송로 리스크에 대응하는 국가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선 시황과 관련해서는 2026년 1분기 세계 수주량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탱커선 수주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주잔량도 2009년 이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조선업은 호황 흐름이 지속되고 있지만, 이러한 시기에 조선과 해운이 공동의 미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전략협의체 추진계획 발표에서는 조선·해운·정부 3자가 참여하는 운영 구조가 제시됐다. 협의체는 정기회의와 실무회의를 병행하고, 필요에 따라 분야별 전문가 TF를 구성해 기술개발, 국내 발주 기반 구축, 중소조선·기자재 산업 경쟁력 강화, 조선해운클러스터 발전 과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발표에서는 조선과 해운의 협력이 개별 기업 차원의 경쟁력 유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됐다. 선박 건조와 운항 중심의 전통적 산업 관점에서 벗어나 거시경제, 글로벌 공급망, 에너지 안보를 포괄하는 국가전략 차원으로 시각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는 이번 전략협의회가 조선과 해운의 단순한 협력 선언을 넘어 실제 발주와 기술개발, 정책 지원으로 이어지는 실행 플랫폼이 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중소형 선박 공동발주, 표준선형 개발, 기자재 국산화, LNG 화물창 국산화, 친환경·자율운항선박 실증, 전략상선대 논의 등이 향후 주요 과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정부와 업계는 이번 출범식을 계기로 조선과 해운이 각각의 영역을 넘어 하나의 산업 전략 아래 움직이는 원팀 구조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해양안보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조선·해운 상생발전 전략협의회가 국내 해양산업 생태계의 실행력 있는 협력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