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274:유병언 시신 확보하고도 40일간 수사력 낭비한 검경

  • 등록 2014.07.23 08:5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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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274:유병언 시신 확보하고도 40일간 수사력 낭비한 검경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 사진)이 지난달 12일 오전 9시6분쯤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의 한 매실밭에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패된 상태로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1일 DNA 분석결과 해당 변사체가 유 전 회장으로 확인됐다고 경찰에 통보했다. 

전남 순천의 한 매실밭에서 농민이 발견된 변사체가 유병언 전 회장(73)으로 확인되면서 검·경의 정보력과 수사력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검·경은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지난 5월 22일 유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두 달간 전방위 검거작전을 펼쳤지만 사실상 '헛발질'만 계속한 셈이 됐다.

22일 전남 순천경찰서는 전날 저녁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순천 변사체의 DNA가 유 전 회장이 은신했던 순천 송치재 별장에서 채취한 체액과 금수원 내 회장 집무실에서 채취한 DNA 시료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12일 오전 9시6분쯤 순천시 서면 학구리의 한 매실밭에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패된 변사체가 있다"는 농민의 신고를 접수, 신원파악에 나선지 39일만인 지난 21일 저녁에야 유 전 회장임을 확인했다.

변사체 발견 당시 유 전 회장의 시신은 80% 이상이 부패해 백골에 가까운 상태로 최소한 6월 이전에 사망해 장기간 방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검·경은 그동안 유 전 회장의 도주를 차단하기 위해 시신이 발견된 학구삼거리 등 5개소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한 때 은신했던 송치재 주변을 55차례에 걸쳐 총 8116명을 동원해 정밀 수색했지만 번번이 허탕을 쳤다. 유 전 회장이 순천을 벗어났다든지, 밀항을 시도했다며 수색인력을 집중 투입했던 것은 모두 헛수고에 그쳤다.

송치재 주변에 산재한 구원파 관련 부동산 등 143개소도 수시로 수색했지만 인근 매실밭에서 방치된 채 부패 중이던 시신을 발견한 사람은 경찰이 아닌 농민이었다. 수사 지휘를 맡은 검찰은 공교롭게도 유 전 회장의 시신이 발견된 당일(21일) 구속영장 시한 만료를 하루 앞두고 영장을 재청구했다. 추적이 장기화될 것을 의식해 유효기간은 당초 2개월에서 6개월로 대폭 늘렸다.

때문에 경찰이 국과수를 통해 변사체의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검·경간 원활한 정보공유가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검찰은 검사 15명을 포함해 수사관 등 110여명의 인력을 투입하고 유 전 회장의 부인 권윤자씨와 형 병일씨 등 최측근 59명을 입건, 25명을 구속하고도 소재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검찰은 계속해서 조력자를 추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경찰은 송치재 별장 인근에서 변사체를 발견하고도 단순 변사자로 인식하는 등 초기상황판단을 제대로 못해 40일 가까운 검·경 수사력 낭비를 초래했다.변사체 발견 현장에선 제조회사가 구원파 계열사로 표시된 스쿠알렌 병과 유 전 회장이 직접 쓴 책의 제목인 '꿈같은 사랑' 문구가 적힌 가방, 고가의 상의와 신발 등이 발견됐다.

이날 경찰이 유 전 회장임을 뒷받침해주는 정황증거로 제시한 것이지만 변사체 발견 당시엔 이 같은 사실을 몰랐거나 간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흰 머리카락에 의심스러운 유류품들이 현장에 있었는데도 "외관상 유병언으로 특정하기 어려웠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이 신속히 국과수에 의뢰해 신원확인을 앞당겼다면 불필요한 공권력 낭비는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정웅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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