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①프란치스코 교황 한반도 평화 마음속에 담아 왔다
4박 5일 공식 방한일정 시작 박 대통령이 서울공항 영접
4박 5일 공식 방한일정 시작 박 대통령이 서울공항 영접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전 공항으로 마중 나온 박근혜 대통령과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등의 영접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교황 방한 계기로 따뜻한 위로가 전해지고 분단과 대립의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시대가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교황은 “한반도 평화를 마음 속에 담아왔다”고 화답했다. 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화동들이 꽃다발과 손으로 쓴 편지를 교황에게 전해주자 한국말로 “친절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진: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도착한 뒤 영접나온 천주교 신도들과 악수하고 있다.)

이어 교황은 박 대통령과 나란히 의장대 사열을 받은 뒤 정부 주요 인사와 주교단, 평신도 환영단의 영접을 받았다. 공항 환영행사에는 한국 사회에서 위로와 치유가 필요한 이들을 비롯한 천주교 평신도 32명이 함께 교황을 맞았다.
통역을 맡은 정제천 신부가 교황 환영 영접단들을 한명씩 소개하자 교항은 이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대화를 나눴다. 특히 세월호 유족들을 소개받자 교황은 왼손을 가슴에 얹고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위로했다.
불필요한 의전을 원하지 않는 교황의 뜻에 따라 이날 공항에서의 환영행사는 간단하게 치렀다. (사진:14일 오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탑승한 차량행렬이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을 지나 종로구 궁정동 주한 교황청대사관으로 향하자 천주교 신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교황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면담하고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연설한다. 이후 교황은 4박 5일 일정동안 성모승천대축일 미사(8월 15일·대전월드컵경기장),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4위의 시복식(諡福式·8월 16일·서울 광화문광장),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8월 17일·충남 해미읍성),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8월 18일·서울 명동성당) 등을 직접 집전한다.
천주교 교황방한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공항에 도착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맞이할 환영단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단 외에 평신도 대표 32명을 초청했다.
교황 환영단에 포함된 평신도들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4명), 새터민(2명), 이주노동자(2명), 범죄피해자 가족모임인 해밀(2명), 가톨릭노동청년(2명), 장애인(보호자 포함 2명), 시복대상자 후손(2명), 외국인 선교사(2명), 수도자 대표(2명), 중고생(4명), 어르신대표(2명), 예비신자(2명), 화동(2명) 및 보호자(2명) 등이다.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유가족으로는 故 남윤철 단원고 교사의 부친 남수현(세례명 가브리엘) 씨와 부인 송경옥(모니카) 씨, 사제의 길을 꿈꾸던 예비신학생 故 박성호(단원고 2학년) 군의 아버지 박윤오(50, 임마누엘) 씨, 일반인 희생자 故 정원재(61, 대건안드레아) 씨의 부인 김봉희(58, 마리아) 씨 등 4명이 포함됐다.
장애인 대표로 참석하는 정진숙(62, 제노베파) 씨는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에 소속된 봉제협동조합 솔샘일터에서 일하고 있다. 2009년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 때 입었던 제의를 만든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그는 오는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주례할 때 입을 장백의도 제작했다.
2001년 5월 한국에 입국한 새터민 한성룡(44. 대건안드레아) 씨와 2012년 한국 땅을 밟은 김정현(가명, 58, 스텔라) 씨, 필리핀 이주노동자 하이메 세라노 씨와 볼리비아 출신 아녜스 팔로메케 로마네트 씨도 공항에서 교황을 맞이한다.
한국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보살펴온 외국인 선교사 2명도 특별히 초대됐다.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옥스퍼드대학에서 철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양 수산나(78, 수산나 메리 영거) 여사는 한 달이 넘는 긴 항해 끝에 1959년 12월 우리나라에 입국, 1962년 가톨릭푸름터(옛 가톨릭여자기술원)를 설립해 불우한 여성들에게 양재와 미용기술을 가르쳤다.
교회에 봉사하는 가톨릭 독신여성 단체인 아욱실리스타(사도직 협조자) 회원이기도 한 양 수산나 여사는 1973년 여성 사도직 협조자 교육을 위해 프랑스 루르드로 간 뒤에도 매년 한국을 오가며 대구와의 인연을 이어가다 2004년 은퇴한 뒤 한국에 정착, 2011년 대구 명예시민이 됐다.
뉴질랜드 출신인 안광훈(73, 브레넌 로버트 존) 신부는 세계적 가톨릭 선교단체인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소속으로 1966년 25세의 나이로 입국, 강원도 내 성당들에서 사목하면서 정선 신협, 성프란치스코 병원 등을 세워 농민과 광부들의 자활을 도왔다. 1980년대부터는 빈민운동을 시작, 서울 강북구 일대에 전셋집을 얻어 살며 달동네 주민들과 함께 철거 반대운동, 실직자 대책 마련, 자활센터 설립 등의 활동을 펼쳤다.
이 밖에 시복대상자 후손인 정규혁(88, 베드로) 씨는 다산 정약용의 형이자 성 정하상 바오로의 아버지인 정약종(아우구스티노, 1760~1801)의 방계 4대손이다. 권혁훈(68, 가스파르) 씨는 조선 후기 학자로 천주교의 전파에 중심적인 역할을 한 권일신(프란치스코 하비에르, 1742∼1791)의 자녀로 오는 16일 복자품에 오르는 권상문(세바스티아노, 1769∼1802)·천례(데레사, 1784∼1819) 남매의 6대손이다. 교황의 방한 일정은 다음과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