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⑧교황 세월호 실종자 가족에게 위로 편지 묵주선물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팽목항에서 교황께 보내는 편지
“국민들이 저희를 잊지 않고 함께 하도록 기도해주세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팽목항에서 교황께 보내는 편지
“국민들이 저희를 잊지 않고 함께 하도록 기도해주세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직도 시신을 찾지 못해 진도 팽목항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에게 편지와 묵주를 선물했다. 이에 앞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14일 방한한 교황에게 편지를 전달한바 있다.
교황은 17일 오전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인 이호진씨의 세례식이 끝난 뒤 자필로 직접 서명한 한글 편지를 세례식에 배석한 수원교구 안산대리구장인 김건태 신부에게 전달했다. (사진:14일 오전 서울공항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환영나온 인사들 중 세월호 유가족 대표들과 인사하고 있다.)

교황은 편지에서 “실종자 가족들에게 직접 찾아뵙고 위로의 마음을 전하지 못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한국 방문 기간 내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실종자들 그리고 그 가족들을 위한 기도를 잊지 않았다”고 위로했다. 이어 “아직도 희생자들을 품에 안지 못해 크나큰 고통 속에 계신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위로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실종자 가족 여러분 힘내세요! 사랑합니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특히 교황은 편지에 10명의 실종자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고 이들이 부모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수 있도록 보살펴 달라고 주님께 간구했다.
김건태 신부는 교황이 편지에 서명한 뒤 자신의 손을 꼭 잡고 “위로의 마음을 꼭 전달해 달라”며 간곡히 당부했다고 전했다. 김 신부는 이 편지와 교황 묵주를 들고 19일 오후 수원교구 총대리 이성효 주교와 함께 팽목항을 찾아가 실종자 가족들에게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14일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실종된 자식들과 애타는 부모들의 마지막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세월호 실종자 10명의 가족들은 이날 수색 작업이 진행중인 전남 진도에서 ‘교황님께 드리는 실종자 가족들의 편지’를 발표했다. 이들은 15일 오전 대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면담하는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를 통해 영문본을 전달했으며, 13일부터 이틀 동안 실종자 가족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담은 편지를 작성했다.
이들은 편지에서 “우리의 자식들이 부모의 품에 안겨 이별을 맞이할 수 있도록, 부모 또한 아이들의 시신을 한번이라도 끌어안아보고 하늘나라에 보내줄 수 있도록, 실종된 자식과 애타는 부모의 마지막 만남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밝혔다.
이들은 “침몰한 세월호 안에서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이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며 울고 있는 것 같다. 팽목항에는 그 목소리가 넋이 되어 울리고 가족들의 눈물과 절규가 멈추지 않는다. 이렇게 아직도 세월호 참사는 진행형인데도 남은 실종자가 10명이라는 이유로 잊혀져 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특히 실종자 가족들은 “자식을 찾지 못한 채 평생 가슴에 피멍을 안고, 어깨에는 자식의 십자가를 무겁게 지고 살아가야만 한다”며 “매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탈진해 쓰러지는 이들마저 속출하는 등 120일이 넘도록 참사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저희에게 교황님의 자비와 축복의 손길이 내려지기를 바란다”고 간청했다. 이어 “당신 앞으로 갈 수 없는 실종자 가족에게도 교황의 위로와 안식을 위한 기도가 전해질 수 있기를 기다린다”며 “이 고통의 시간을 이겨낼 용기와 힘을 잃지 않도록, 국민들이 잊지 않고 함께 할 수 있도록, 신의 가호가 임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라”고 적었다.
이들의 편지는 “교황님의 방문을 눈물과 아픔으로 축복한다”며 “가족들과 실종된 이들이 바다에서 더 이상 춥지 않도록, 고통받지 않도록, 억울하지 않도록 하늘의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 교황님을 통해 세월호 실종자, 희생자와 함께하기를 간절히 청한다”는 내용의 기도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