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BC BADA 컨퍼런스 2025 부산 개최, 국내 해운·조선·금융업계의 정책·투자 방향 제시

  • 등록 2025.11.28 12: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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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통상 리스크와 해운·물류·금융 전략 한자리에서 점검



한국해양진흥공사(KOBC)가 글로벌 통상환경이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해운·조선·물류·금융 전문가를 한자리에 모아 향후 전략을 짚는 자리를 마련했다. 11월 25~26일 이틀간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부산 해양금융위크(Busan Maritime & Finance Week, BMFW)’의 핵심 프로그램으로, 26일 롯데호텔 부산 3층 크리스탈볼룸에서 ‘2025 KOBC BADA 컨퍼런스’가 진행됐다. 컨퍼런스에서는 세계 거시경제와 미국 관세 정책, 미·중 해양 패권 경쟁, 물류·선박금융·해운시장 전망을 종합적으로 논의했으며, 국내외 해운·금융 관계자와 학계 인사 등 약 500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류재형 한국해양진흥공사 부사장의 환영사를 시작으로, 블룸버그, 서강대학교,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 세계로 선박금융, 알파라이너(Alphaliner), 케플러(Kpler), 영국 MSI 등에서 초청된 연사들이 차례로 발표를 이어갔다. 오전 세션에서는 글로벌 거시경제와 미국 관세정책, 한·미 해운 협력 구상이 다뤄졌고, 오후에는 물류 부동산과 선박금융, 컨테이너·드라이벌크·중고선(S&P) 시장 등 해운시장 전망이 이어졌다.

AI 반도체 호조에도 미 관세·건설 침체가 한국 성장 제약 요인

첫 번째 발표를 맡은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 권효성은 미국·중국·한국 경제를 중심으로 세계 거시경제 흐름을 정리했다. 그는 미국의 성장률이 2025~2026년에는 다소 둔화되겠지만, 재정 지출과 투자 증가에 힘입어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고관세 정책과 국가부채 확대가 물가와 금리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5% 안팎의 성장을 이어가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과거와 같은 고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건설투자 부진과 대외 변수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의 관세 인상이 한국 수출과 성장률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반면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고 있어 한국 성장의 중요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성장은 완만하지만 반도체 호조와 소비 회복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며 향후 1~2년간 한국 경제가 ‘느리지만 회복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관세는 미국에도 부담… 무역 흐름·선박 운임 구조 바꾸는 변수

두 번째 연사인 에반 모리스(Evan Morris) 블룸버그 글로벌 인더스트리얼즈 스페셜리스트는 미국 관세 정책이 세계 경제와 무역·해운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그는 최근 미국의 평균 관세 수준이 대공황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으며,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 상대국에 구조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세 비용은 수입업체와 소비자가 상당 부분 떠안고 있고, 일부 수출국도 가격을 낮추며 부담을 나누고 있어 양측 모두에게 손해라는 점을 강조했다.

관세 강화는 교역 상대와 물류 동선을 바꾸는 결과도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발 대미 수출이 줄어드는 대신 베트남·멕시코 등으로 생산기지가 이동하면서 미국의 수입선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항로와 운임 구조도 함께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컨테이너선 시장에서는 미·중 갈등과 더불어 홍해·수에즈 운항 리스크가 겹치면서 선사들의 노선 운영과 선박 배치 전략이 달라지고 있고, 벌크·유조선 시장에서도 제재와 우회항로 영향으로 운임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합작 전략선대로 중국 해운 패권에 대응해야

전준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는 ‘조선과 함께 한국해운의 도약’을 주제로 미·중 해양력과 상선·조선 역량을 비교하며 한·미 합작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중국이 국영 선사와 항만 운영사를 앞세워 전 세계 주요 항만에 투자하며 해상 네트워크를 넓히고 있는 반면, 미국은 상선과 조선 능력이 크게 위축돼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한국이 상선과 군함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조선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미국은 해상 물류 안보와 동맹국과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한·미 합작 전략선대 구성을 해법으로 제안했다. 미국이 지분을 다소 높게 보유한 합작법인을 설립해 미국의 안보·법적 요건을 충족시키면서, 한국해양진흥공사의 금융 구조를 활용해 선대를 확충하는 방식이다. 초기에는 미국산 LNG·곡물을 운송해 신뢰를 쌓고, 이후에는 고속·친환경 컨테이너선을 투입해 고부가·시간 민감 화물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정기선 서비스’를 운영하는 구상도 함께 소개했다.

e커머스·니어쇼링, 물류창고 수요와 임대료 상승 이끌어

김종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유럽본부 전무는 글로벌 물류·부동산 시장과 물류창고 투자 동향을 설명했다. 그는 미·중 갈등과 관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세계 교역 규모가 장기적으로는 증가 추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듯 주요 지역에서 물류창고 임대료와 투자 규모도 동반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팬데믹 이후 전자상거래 비중이 크게 늘면서 도시 인근 라스트마일 물류센터와 대형 풀필먼트 센터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니어쇼링과 생산기지 다변화가 맞물리면서 동남아·인도 등지의 신규 물류 거점이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시장에서 공실률은 아직 안정적이고 임대료는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기업들이 비용과 공급망 안정성을 함께 고려해 물류 거점을 재편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정책금융 쏠림 완화하고 선박펀드·조세리스로 민간자금 유입해야

세계로 선박금융 조규열 대표는 한국 해운금융의 역사와 현재 구조, 향후 과제를 짚었다. 그는 산업은행·수출입은행 중심의 정책금융에서 출발한 한국 해운금융이 2000년대 공모 선박펀드를 통해 민간 자금 유입을 확대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한진해운 사태를 거치며 다시 정책금융 중심 구조로 회귀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해운금융의 상당 부분을 정책금융이 담당하면서 민간 금융과 외국계 자금이 위축되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 대표는 친환경 선박 전환과 온실가스 감축 규제 강화로 앞으로 선박 교체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이를 뒷받침하려면 민간 자금이 적극적으로 들어올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선박 공모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 복원, 조세리스와 디지털 증권(STO)을 결합한 새로운 투자 구조, 선박을 보유하고 용선에 나서는 비운항 선주(톤네지 프로바이더) 육성, 부산 해양금융·해사 클러스터와 연계한 다양한 금융상품 개발 등이 과제로 제시됐다. 그는 정책금융과 민간금융이 역할을 나눠 친환경 선박 투자와 선대 확충을 함께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컨테이너·드라이벌크·S&P 전망 공유

해운시장 세션에서는 알파라이너, 케플러(Kpler), 영국 MSI 등 해외 리서치 기관 애널리스트들이 컨테이너·드라이벌크·중고선(S&P) 시장을 각각 다뤘다. 연사들은 팬데믹 이후 급등했던 운임이 조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선복 공급 확대, 지정학적 리스크, 환경규제 준수 비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앞으로도 상당한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컨테이너 시장에서는 홍해·수에즈 정세와 얼라이언스 재편, 신조선 인도 속도가 핵심 변수로 꼽혔고, 벌크 시장에서는 중국·인도 등 신흥국의 원자재 수요와 선대 노후화 추세가 주요 관전 포인트로 제시됐다. S&P 시장에 대해서는 선가, 스크랩 가격, 운임 수준이 맞물리며 사이클이 전개되는 구조 속에서 선종·선령별 가격 차별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KOBC BADA 컨퍼런스는 거시경제와 통상 리스크, 한·미 해운 협력 구상, 물류·선박금융 구조 변화, 선종별 해운시장 동향까지 폭넓게 다룬 만큼, 국내 해운·조선·금융 업계가 향후 투자와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데 참고할 만한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편집부 기자 f1y2da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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