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산업이 대표적 효자산업 및 글로벌 강자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2008년 조선 수출액은 431억달러(총수출의 10.2%)로 자동차, 반도체를 제치고 처음으로 수출 1위에 등극했으며, 2009년에도 2년 연속 1위가 예상된다. 특히 한국의 조선산업은 2003년 이후 수주량, 건조량 및 수주잔량 모두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고, 세계 10대 조선소 중 7개가 한국 조선소일 정도로 조선강국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2003년 이후 5년간 장기호황을 누리던 조선산업은 2008년 이후 신규조선 발주량이 40% 이상 급감하는 등 불황국면으로 진입했다. 이는 세계경기 침체로 글로벌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해운경기가 급락하고, 2007∼08년을 정점으로 선박의 교체수요도 대부분 마감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조선산업 호황기에 한국, 중국 등을 중심으로 조선소 신·증설 붐이 일면서 향후 공급과잉과 신규조선 가격하락이 지속될 전망이다. 불황의 여파로 세계 주요 조선업체들은 수주량 감소, 계약취소 등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2008년 상반기 중 한국의 수주량은 줄었으나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11%p 이상 확대되는 등 중국,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편이다.
한국 조선산업의 경쟁력 원천은 ▲인력수준, ▲건조기술력, ▲규모의 우위(대형 조선소), ▲생산성, ▲제품포트폴리오, ▲'조선 클러스터' 효과 등이다.
▲한국의 중대형 조선소의 인력규모는 11만명 이상이며, 설계인력규모도 일본의 4배에 달한다. ▲설계, 생산, 관리 등 선박 건조기술력도 중국은 물론 일본과 대등하거나 오히려 능가한다. ▲2007년 현재 한국 조선소의 평균 건조능력은 경쟁국 대비 2∼7배 수준이다. ▲지속적인 프로세스 개선 및 혁신공법 개발로 CGT당 작업시간(15∼20시간)이 일본과 유사하고, 중국의 1/2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 일본은 저부가선인 벌크선 비중이 50% 내외이고, 한국은 고부가선인 컨테이너선 및 탱커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한다. ▲부산, 경남 및 남해안을 따라 형성된 '조선 클러스터'가 한국 조선산업의 후방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글로벌 리더로서의 지위를 누리고 있으나, 5∼10년 후에도 주도권을 유지할지는 불확실하다. 특히 중국은 한국의 잠재적인 위협국가이다. 최근 중국 조선산업의 경쟁력은 저임금, 일본으로부터의 기술이전, 정부의 육성책 등에 힘입어 한국의 90% 수준까지 도달했다. 그러나 이번 불황으로 중국 조선산업이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입은 탓에 한국으로서는 중국과의 격차를 벌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한 셈이다.
한국의 글로벌 조선산업 주도권 유지를 위해서는 첫째, IT와 전자, 환경 등 차별화된 첨단기술로 무장한 고부가가치의 'High-end' 선박 등을 선제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둘째, 발상의 전환을 통해 사업모델을 다각화해야 한다. 조선산업의 개념을 '선박건조자(Carrier Builder)'에서 '해양개발자(Ocean Developer)'로 확장함으로써 사업영역과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도 한국 조선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취약한 선박금융 부문의 육성과 변화된 업의 개념에 맞는 인적자원 개발체계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