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PC 2025, 부산에서 확인된 ‘디지털·탈탄소’ 투트랙…항만 경쟁력의 새 기준이 되다

  • 등록 2025.09.24 14:5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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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PC 2025, 부산에서 확인된 ‘디지털·탈탄소’ 투트랙…항만 경쟁력의 새 기준이 되다



제13회 부산국제항만컨퍼런스(BIPC 2025)가 9월 23~24일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열렸다. ‘지속가능한 항해, 혁신적 도약’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보호무역주의와 지정학적 갈등, 디지털 전환과 탈탄소화, 사이버 위협까지 세계 해운·항만이 맞닥뜨린 난제를 한 자리에서 풀어본 자리였다. 

개막 세션 ‘컨테이너 해운의 현재와 미래’에서는 변동성이 상수가 된 시장의 생존 공식을 두고 현실적인 해법이 제시됐다. 베스푸치 마리타임의 라스 옌센은 가시성·유연성·협력을 핵심 키워드로 꼽으며, 선사·항만·터미널이 시나리오별 대응 옵션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이나리티카의 탄 후아주는 운임 하락 국면과 이어지는 선복 투자 사이의 괴리를 지적하며, 선사–조선–항만 간 투자 타이밍을 재조정하는 ‘삼각 균형’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회를 맡은 부산항만공사(BPA) 이응혁 실장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항만 간 협업 체계가 위기 완충장치가 될 수 있음을 사례로 확인했다.



세션 직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LA항만청 진 세로카 청장은 미국 통상·관세 정책의 잦은 변화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 현실을 짚었다. 그는 공급망 다변화와 운영 탄력성 제고가 충격 흡수의 핵심이라며, 항만과 선사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동시에 LA·롱비치항이 20여 년 전부터 추진해 온 ‘클린 에어 액션 플랜’의 성과를 제시했다. 디젤 미세먼지와 질소·황 산화물을 대폭 줄이는 동안 컨테이너 물동량은 증가했다는 점을 들어, 탈탄소화가 성장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해 준 사례라는 설명이다.



국제항만협회(IAPH) 총재이자 함부르크항만공사 사장인 옌스 마이어는 디지털 전환이야말로 지속가능성의 실행과 측정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라고 못 박았다. 항만 간 동일한 척도와 데이터베이스를 쓰는 국제 표준화 없이는 ESG 성과의 신뢰도와 확산 속도를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IAPH가 운영하는 친환경선박지수(ESI) 같은 공통 지표를 예로 들며, 유럽의 표준과 정책, 그리고 현장 적용 경험을 미주·아시아 항만과 상호 공유·인증하는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 메탄올·암모니아·수소 같은 대체연료는 공급 부족 고정관념과 달리, 공학적 해법과 규모의 경제를 통해 상용화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BPA 송상근 사장은 부산항의 디지털·그린 투 트랙을 구체화했다. 항만 간 기항 데이터를 국제 표준 포맷으로 실시간 연동하는 ‘포트콜 최적화(PCO)’ 정착과, 이해관계자 데이터를 블록체인으로 안전하게 연결하는 ‘체인포털(ChainPortal)’ 고도화가 골자다. 이를 통해 감속운항과 정시성, 체선·연료·탄소 동시 감축을 일상 운영으로 제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또한 그린 해운 회랑(Green Shipping Corridor)을 실증 수준을 넘어 상용 운영 모델로 설계해 국제 표준과 상호 인증 체계에 접속시키겠다고 밝혔다.



KMI 특별세션은 북극항로와 녹색해운의 실무 과제를 다뤘다. IMO 전 사무총장 임기택(Ki-tack Lim) 명예총장의 특강 ‘새로운 해양 시대의 역할’은 바다의 중요성, 글로벌 해운 무역, IMO의 챌린지, 북극항로 시대를 조명하며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임 총장은 “북극해 항로(NSR)는 여름철 3~4개월 운항 기간이 2030년대 중반 7~9개월로 확대될 전망이며, 부산-로테르담 루트에서 10~15일 단축으로 연료비와 탄소 배출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쇄빙선 지원, 고위도 항해 리스크, 환경 보호를 위한 EPPR(긴급 대응)와 PAME(해양 환경 보호) 체계 구축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와 북극이사회 협의를 통해 안전 항해와 위기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 총장은 IMO의 중기 탈탄소 전략(2050년 넷제로, 2030년 20% 이상 감축)을 강조하며, 2025년 MEPC 83에서 승인된 중기 조치(연료 기준, 시장 기반 메커니즘)를 언급했다. 그는 “디지털화와 MASS(자율선박) 코드 개발로 효율성을 높여야 하며, 한국은 지속가능한 블루 이코노미를 통해 협력과 협조를 주도할 때”라고 마무지었다. KMI 세션에서는 북극항로의 기상·빙해·보험 통합 대응과, 2050 넷제로 로드맵 속 부산·울산·경남의 병참기지화 가능성을 논의했다. 녹색해운은 친환경 연료 비용과 인프라 부족을 정부 지원 패키지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둘째 날에는 ‘글로벌 항만 인프라 투자·금융’과 ‘해운·항만 사이버보안’이 다뤄졌다. 드류리는 항만의 안정적 현금흐름과 탈탄소 투자 리스크의 조화를 주제로 토론의 틀을 잡았고, 롱비치항은 ‘공급망 정보 고속도로’라 불리는 디지털 상호운용 프로젝트를, 캐나다 할리팩스항은 디지털·탈탄소 동시 달성의 운영 경험을 공유했다. 금융권은 지속가능금융 프레임워크로 항만·선사의 그린 투자를 촉진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사이버보안 세션에선 시애틀항의 랜섬웨어 대응 사례가 소개되며 탐지–격리–복구의 분 단위 매뉴얼화, 그리고 TOS와 레거시 OT 설비를 포함한 전주기 보안 거버넌스의 필요성이 부각됐다.

둘째 날은 ‘글로벌 항만 인프라 투자·금융’과 ‘해운·항만 사이버보안’ 세션이 이어졌다. 드류리(Drewry) 팀 파워(Tim Power) 대표는 ‘병목에서 돌파로: 글로벌 항만·해운 부문의 자금 조달 솔루션’ 세션에서 항만의 안정적 현금 흐름과 탈탄소 투자 리스크 조화를 강조했다. 그는 “항만은 무역의 핵심 인프라로, 높은 진입 장벽과 규제 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장기 수익을 창출한다”며, 시장 집중도와 용량 이용률이 매력도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2025년 상반기 주요 운영자들의 물량 증가율은 5.4%로 지정학적 혼란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이며, TEU당 수익은 2020년 이후 지속 성장해 2025년 2분기 대비 6.4% 상승했다. ROIC(투자자본수익률)은 운영자 간 편차가 크지만, 부채비율(총부채/자본)은 75%로 강한 재무 건전성을 반영한다.



파워 대표는 Drewry의 전망을 인용해 “글로벌 컨테이너 항만 용량 이용률은 2024~2029년 70% 안팎으로 안정되며, 용량은 연평균 2.4% 성장해 2029년 15억 TEU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총 투자액은 약 2,000억 달러로, 남아시아·동남아·북미가 주요 지역이다. 탈탄소화 투자로는 저배출 취급 장비와 IT 강화가 중간~높은 수익 잠재력과 중간 리스크를 보이지만, 연료 시설 개발은 미래 수요 불확실성으로 높은 시장 리스크가 따른다고 지적했다. 상업적 항만은 보유 수익·운영 현금 흐름·지속가능 연계 대출 등 다양한 자금원을 활용할 수 있으나, 개발도상국·소규모 섬 국가 항만은 도전적이라고 덧붙였다. 롱비치항은 ‘공급망 정보 고속도로’ 디지털 상호운용 프로젝트를 공유했다. 캐나다 할리팩스항은 디지털·탈탄소 동시 달성 사례를 소개했다. 금융권은 지속가능금융으로 그린 투자를 촉진할 방안을 제시했다.

사이버보안 세션에서는 시애틀항 CIO 맷 브리드(Matt Breed)가 2024년 8월 24일 Rhysida 랜섬웨어 공격 사례를 통해 교훈을 공유했다. 이 공격은 피싱, 맬웨어, 익스플로잇 키트 등을 통해 무단 접근을 시도한 것으로, 여행자 Wi-Fi, 비행 정보 디스플레이(FIDS), 웹사이트, 모바일 앱, 체크포인트 대기 시간, 생명 안전 시스템(알람, 화재 감시, 카메라), 내부 이메일, Teams, 급여·회계 애플리케이션 등 광범위한 서비스를 마비시켰다. 

브리드 CIO는 “위협 행위자(TA)들은 잘 조직화되고 자금이 풍부하며, 비즈니스 로드맵을 구축해 자동화된 실행과 청소 과정을 거친다”고 분석했다. 탐지 후 부서 간 협력으로 핵심 시스템을 격리하고 연속 운영을 유지했으며, 후속 분석을 통해 운영·기술 개선점을 도출했다. 그는 “커뮤니케이션은 단일 출처로, 시스템 우선순위는 조직 목표와 정렬해야 한다”며, 기존 직원과 벤더 관계를 활용한 복구를 강조했다. 이 공격을 계기로 윈도우 현대화, 네트워크·서버 갱신, 방화벽·엔드포인트 보호 강화, 24/7 보안 운영 센터 도입 등 프로젝트를 가속화했다고 밝혔다. 브리드는 “좋은 사이버 공격을 낭비하지 마라”며, 공격을 보안 자세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BIPC 2025는 디지털과 탈탄소가 항만 경쟁력의 새 기준임을 보여줬다. 거대한 시설 경쟁보다 표준화된 데이터 협력, 검증 가능한 녹색 인프라, 빠른 실행이 미래를 결정한다. 송상근 사장은 “불확실한 바다 위에서 디지털과 탈탄소의 조화가 항만의 길을 연다”고 말했다. 부산항은 ‘설계-실증-확산’ 경로로 국제 표준을 선도하며, 글로벌 항만의 지속가능한 혁신을 이끌 준비를 마쳤다.


편집부 기자 f1y2da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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