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바람직한 매각 방향
대우조선 노동조합(위원장 성만호)은 27일 공적 자금이 투입되어 회생한 대우조선해양과 우리금융지주와 같은 기업을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하자는 정치권의 주장들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하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노조측의 발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렇지만 이러한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방향 논의가 정치권에 유행처럼 지나가는 바람이 되지 않도록 하기위해 노동조합은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국가의 장래와 조선업의 미래에 대한 전략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국가기간 산업임과 동시에, 잠수함, 구축함 등을 건조하는 방위산업체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중대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조선 산업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조선 강국으로 부상한지 불과 7~8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전국가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추격해 온 중국의 부상이 위협적인 상황이다. 이러한 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은 조선 산업의 발전에 대한 국가적인 비전과 전략 속에서 좀더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는 회생기업의 매각 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원칙만을 고수해 왔다. 그렇지만 우리는 높은 가격을 제시해 M&A에 성공한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부실기업으로 전락하고, 인수된 기업마저도 재매각의 절차를 밟는 경우를 수없이 보아 왔다. 무리한 경쟁으로 올라간 입찰 가격이 승자의 저주를 불러 온 것이다. 따라서 최고가 매각에 집착하기 보다는 적정가격의 매각으로 기업의 영속성에 기여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에 있어서도 지난 2008년 한화가 최고가인 6조원 이상을 제시하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금조달 문제로 자격을 박탈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결국 대우조선해양이었다. 입찰 가격을 깎기 위해 근거 없는 음해와 비난이 횡횡했다. 이로 인해 대우조선해양의 대외 이미지는 크게 실추되었고, 모든 구성원들의 자존심은 심각하게 훼손되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둘째, 대우조선 해양은 국민주 방식의 매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999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대우그룹 계열사 중 가장 이른 2001년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이는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 금융기관의 과감한 의사결정과 시의 적절한 공적자금 투입 등 외부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대우조선해양 전 임직원들의 임금동결, 복지축소, 인원감축 등 고강도의 희생과 회사의 자구노력이 병행되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00년 기업분할 당시 자산규모가 3조 2,156억원이었던 것이 2010년말 기준 14조 1,767억 원 으로 4배가량 성장하였으며, 매출액 역시 3조원에서 12조원 이상으로 4배가량 성장했고, 영업이익 또한 2900억원에서 1조원 이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하였다. 또한 향후 2020년에는 연 40조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비전을 설정하고, 이를 위해 신성장 동력 발굴과 육성, 지속적인 기술투자, 생산성 향상, 안정된 노사관계 속에서 고용을 창출하는 등 지역경제 견인차 역할을 충실히 이행 해 나갈 예정이다.
이러한 대우조선의 회생과 발전의 모습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체제로도 충분히 세계적인 경쟁력과 비전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모범 사례라 볼 수가 있다.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가 성장도 기대할 수 없고 장기간 존속할 수도 없다는 말은 근거 없는 주장이다. 오히려 소유주가 분명한 재벌과 회사들이 도덕적 해이 등을 이유로 국민 경제에 더 큰 누를 끼진 경우도 많다. 대우조선해양은 재벌 소유의 국내 조선업체들과 당당히 경쟁하며 전문경영인의 적절한 의사결정과 임직원의 혼연 일체의 노력으로 승리해왔다.
이렇게 온 국민의 노력으로 회생시킨 기업이 일부 재벌들의 몸집 부풀리기에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주 방식이 아닌 산업은행과 자산관리공사가 보유한 50.2%를 일괄매각할 경우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데는 총 5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 국내 기업 상황을 볼 때 이러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곳은 몇몇 재벌에 불과한 실정이다.
따라서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희생 위에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대우조선해양의 성과는 모든 국민이 함께 공유하는 것이 마당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민주 방식의 매각이 가장 바람직한 대안임을 인정해야 한다. 이번 매각이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새로운 발전 방향이 제시되고 선진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노동조합을 비롯한 구성원들의 입장을 수용해야 한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초당적으로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 구성원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노동조합과는 어떠한 논의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미 지난 2008년 매각 과정에서 대우조선 노동조합은 해외매각반대, 일괄매각반대. 투기자본 참여반대, 당사자 참여보장이라는 매각의 4대 기본 방침과 구성원의 고용보장 및 생존권사수, 노동조합 및 단협 승계, 국가경제 및 지역경제 활성화, 전문 경영인 체제 및 투명경영 실현이라는 4대 목표를 천명한 바 있다.
이러한 원칙과 목표는 현재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에 대우조선 노동조합은 전 구성원들의 생존권과 고용, 나아가 국가기간 산업으로서의 중추적 역할, 지역경제 등을 고려하여 당사자인 노동조합의 참여 속에 매각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노동조합은 대우조선해양의 바람직한 매각을 위해 정치권, 언론, 시민연대, 지역민과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