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고위급 협상 첫날
시한 얽매인 무리한 타결 없을 것
26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위한 최종 고위급 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우리측은 쌀 시장 개방과 같은 초민감 사항을 미측이 계속 요구할 경우 협상결렬도 불사하겠다는 강한 입장을 표명했다.
김종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단 수석대표는 26일 협상 첫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미FTA가 당초 우리 기대에 못 미치거나 쌀 문제 등 우리측이 수용할 수 없는 사항을 요구한다면 협상이 결렬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시한에 얽매여 무리하게 협상을 타결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수석대표는 협상 첫날 분위기를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고 전달하고 “최종단계에서 다루는 의제인 만큼 양측이 팽팽히 대립된 분위기가 지배적이고 그러나 보니 의견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측이 이익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첫날인 만큼 전망은 불투명하다”면서도 “이익의 극대화를 최우선 목표로 이번 협상에 임하고 있다”며 협상단의 각오를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 워싱턴 D.C. 협상에서 한미 양측은 민감분야에 대해 서로의 입장을 잘 이해했다”며 “남은 것은 상호 이익의 균형에 맞게 결단을 내리는 일만 남아 있다”고 협상 막바지 분위기를 전달했다.
첫날 진행된 협상은 농업, 무역구제, 투자, 통신, 자동차, 지적재산권 등 6개 분야. 김 대표는 “우리측은 무역구제 분야에서 한국 업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내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으며 자동차 분야에서는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미측의 관세가 철폐되지 않으면 배기량 기준 세제 개선 요구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개성공단은 우리측이 가지고 있는 깊은 관심을 강하게 전달했고 협정문에 진전된 내용이 반영돼야 한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개성공단 문제를 빌트인 형식으로 타결하느냐는 질문에 “지금 19개 분과에서 다룬 내용 중 빌트인이라고 할만한 것이 여러 종류 있다”면서 그 가능성에 대해 배제하지 않았다.
빌트인 방식은 막판까지 조율이 안 되는 쟁점에 대해 FTA 발효 이후 당장 효력이 발생하지는 않지만 협정문에 근거 규정을 마련해 언젠가는 처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통상 협상에서는 어려운 쟁점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많이 쓰인다.
이번 협상은 이슈와 논의 성격에 따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캐런 바티야 미 USTR 부대표간 '1대 1' 협상, 장관과 수석대표들이 참여하는 '2대 2', 여기에 분과장들이 참여하는 '4대 4' 등으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