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선업, 해운 물류의 숨은 기둥…지금이야말로 지원이 필요하다
연료비 부담·인력난·친환경 전환…해양진흥공사와 협력 필수
항구에서 거대한 선박이 부두에 안전하게 접안하고 출항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가? 거기엔 예선(曳船)이 있다. 예선은 작은 선박이지만, 대형 선박을 끌고 밀어 항만 안에서 안전하게 움직이도록 돕는다. 마치 육상의 견인차처럼, 해상 물류의 필수 요소다. 그러나 정작 이 필수 산업을 떠받치는 예선업계는 지금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연료비 급등, 인력난, 친환경 규제 강화가 한꺼번에 몰아닥치면서 생존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예선업, 해운 물류의 필수 요소지만 지원은 부족
항만 물류가 원활히 돌아가려면 대형 선박이 안전하게 입출항해야 하고, 이를 돕는 예선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 지원과 금융 지원은 대형 해운사에 집중돼 있고, 예선업계는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연료비 부담이다. 국제 유가가 오를 때마다 예선업체들은 막대한 추가 비용을 감당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 보조나 금융 지원은 부족하다. 예선료를 현실적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지만, 해운사와의 협의가 쉽지 않다.
인력난도 심각하다. 예선업은 높은 숙련도를 요구하는 직업이지만, 젊은 인력의 유입이 적어 인력 구조가 점점 고령화되고 있다. 해운업 전반적으로 인력 부족이 문제지만, 예선업은 특히 더 취약하다.
여기에 친환경 전환이라는 또 다른 도전 과제가 있다. 국제사회는 해운업의 탄소 배출 감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예선업도 LNG, 전기, 수소 등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이 필요하지만, 중소 업체들이 감당하기엔 초기 투자 비용이 너무 크다.
▲해양진흥공사(해진공)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양진흥공사(해진공)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수적이다. 해진공은 해운산업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으로, 현재도 해운사들에게 금융 지원과 정책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예선업계를 대상으로 한 지원은 아직 미비하다. 이제는 예선업계도 해진공의 지원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
첫째, 연료비 부담 완화를 위한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 해운업계처럼 예선업계에도 정책자금을 지원해 유류비 상승 부담을 덜어줄 수 있어야 한다. 해진공이 일정 부분 연료비 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중소 예선업체들이 숨통을 틀 수 있다.
둘째, 친환경 예선 전환을 위한 금융·기술 지원이 시급하다. LNG·전기 예선 도입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므로, 해진공이 친환경 선박 펀드를 활용해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저리 대출을 제공해야 한다. 더 나아가 대형 해운사와 예선업체가 공동으로 친환경 예선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진공이 중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셋째, 예선업 전문 인력 양성 지원이 필요하다. 해진공이 해양수산부 및 해양대학과 협력해 예선업 특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예선업에 취업하는 인력에게 장학금·인턴십 기회를 제공한다면 젊은 인재 유입이 훨씬 원활해질 것이다.
▲해운업계와 정부, 이제 예선업을 직시해야 한다
예선업은 해운 물류의 필수 요소지만, 그동안 정부 정책과 해운업계의 관심에서 다소 벗어나 있었다. 해운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예선업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예선업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해진공도 해운업 중심의 금융 지원에서 벗어나 예선업까지 포괄하는 정책 금융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대형 해운사들도 예선업계를 단순한 하청업체로 볼 것이 아니라, 해운 물류의 파트너로 인식하고 상생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예선업이 무너지면 항만 물류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해운 물류의 숨은 기둥, 예선업계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이 마련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