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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한반도 평화특구 기회의 땅 개성공단

남한 중소기업과 북한 근로자들의 꿈이 만나는 곳

매일 아침 서울 광화문에선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셔틀버스가 출발한다. 거리는 60km, 한 시간이면 충분히 개성공단에 도착한다. 시범단지에 입주한 신발제조 업체 삼덕통상의 문창섭 사장도 요즘 이 버스를 이용해 개성 공장에 다녀오곤 한다.

  

“2005년 5월부터 입주했던 1년간은 개성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처음엔 부족한 게 많았죠. 시범단지라서 인프라도 완벽하지 않았고, 신발이라는 게 90% 이상이 수작업이에요. 그러니 북한 근로자들이 제대로 따라오기 힘들었죠. 소통에도 문제가 좀 있었습니다. 명색이 사장인데 그 친구들 인사도 잘 안하더라고요. 물론 지금은 밥도 같이 먹는 사이가 됐지만.. 아무튼 처음 1년간 공을 엄청 들였습니다.”

  

문 사장은 개성에서 3000평 규모의 공장을 가동 중이다. 처음엔 300명 정도이던 북한 근로자는 지금 1700여명으로 늘어났다. 개성공단 입주업체 중 가장 많은 북한근로자를 고용하는 업체가 삼덕통상이다. 개성공단 시범단지의 대표업체인 셈이다.

  

“본사가 부산에 있는데, 1997년을 전후해서 부산 신발업체들이 해외로 많이 빠져나갔어요. 노동집약적 사업이라서 높아가는 인건비를 감당할 수가 없었던 거죠. 중국으로, 베트남으로, 말레이시아로 많이 나갔습니다. 저도 중국 청도에 공장을 마련했고요. 그런데 개성공단 얘기가 나오는 거예요. ‘바로 이거다’ 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남들보다 발 빠르게 움직였죠. 시범단지라도 만들어서 입주시켜 달라고 했죠.”


막상 입주해 보니 생각보다 쉽진 않았다. 괜히 남들보다 먼저 나서 고생하는구나 후회도 했다. 하지만 빠르게 발전하는 개성공단은 그의 자부심이 됐다.

  

하루 2회로 운행이 제한됐던 운송횟수가 22회로 늘어나는 동안, 시범단지 입주업체들은 고용인원 1만명을 돌파했고, 월생산액 1천만 달러를 달성했다. 이러한 발전의 한 축을 자신이 맡았다는 것, 이것이 삼덕통상 문창섭 사장의 자부심이다.

  

비무장지대 너머 평화지대 개성공단

  

상전벽해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이 남침 거점으로 삼았던 곳이 개성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개성은 북한의 대표적인 군사요충지였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착공 첫 삽을 뜨던 2003년 6월만 해도 군사시설과 언덕, 논밭 상태였던 개성시 봉동리 일대는 첨단시설을 갖춘 공업지대로 바뀌었다. 불과 3년 반 만에 상전벽해의 변화가 일어났다.

 

▲ 2003년 6월, 착공 당시의 개성공단 모습

▲ 2006년 12월 현재의 개성공단 모습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지난 2000년 8월 22일, 현대와 북한 간에 맺은 개발합의서는 개성 일대에 모두 6660ha(2000만 평)을 개발한다고 명기돼 있다. 공단 800만 평에 배후도시 1200만평 규모다. 지금 개발되고 있는 330ha(100만 평)의 20배에 이르는 엄청난 공단지대가 개성시 봉동리 일대에 들어 설 예정이었던 것이다.

  

남한 중소기업들의 꿈, 개성공단

  

현재 개성공단에 입주한 업체는 15개. 향후 본 공단 가동에 앞서 법·제도, 투자환경 등 제반사항을 점검하기 위해 조성된 시범단지에 입주해 있다. 이들 업체는 2004년 12월에 입주를 시작한 이래 선발업체로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빠른 속도로 현지화를 이뤄내고 있다.

 

 

시범단지 업체가 어려움을 극복해 내는 동안 본 단지 건설 작업은 쉼 없이 계속됐다. 2007년 1월 현재 330만ha에 조성되고 있는 1단계 기반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2006년 5월, 부지조성 토지공사는 끝났고, 도로·상하수도, 녹지 등 시설공사도 올 5월이면 끝날 예정이다. 올해 1차 입주하는 23개 업체를 위한 전력 10만kw를 공급계획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시범단지 운영 경험을 통해 입주 업체들을 위한 안전장치도 이미 마련된 상태다. 법·제도적 측면에서는 2003년 8월 남북당국 간의 ‘투자보장합의서’를 통해, 조직·행정적 측면은 2004년 10월에 개소한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가 보장한다. 남한의 원부자재를 직접 들여가 임가공한 뒤 생산물품을 전량 되가져오는 생산시스템도 입주업체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장치다.

  

개성공단 투자가 매력적인 이유는 중국의 절반밖에 안되는 최저임금 월 50달러 수준으로, 의사소통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지출비용 대비 생산성에서도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도 개성공단 투자를 유혹하는 요인이다.

  

2006년 11월 현재, 우리가 북한에 지급하는 비용은 임금을 포함해서 월 70만$ 수준이다. 반면, 이곳에서 생산해내는 물품의 총액은 월 800만$에 이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개성공단 생산유발효과는 2005년 기준 3억1339만 달러에 이르며, 입주기업 대부분은 조만간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근로자들의 꿈이 영그는 개성공단

  

작년 11월 현재, 개성공단에는 9700여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800여명의 남한 근로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2004년 11월에 첫 채용한 인원이 255명이었으니, 만 2년 만에 근로자 수가 40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처우는 최저임금이 월 50$수준으로, 주 6일제 48시간 근무하며 연장 및 야간근무 땐 수당이 지급된다. 정기휴가는 연 14일, 출산휴가는 150일(유급 60일)을 보장한다. 개성과 인근 지역 주민들이 우선 채용되는데, 근로자 5명 중 1명이 초급대학 졸업 이상일 정도로 고학력자가 많다.

  

개성공단사업지원단 정승훈 지원총괄팀장은 북한 근로자의 생산성 수준을 남한의 70%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아직 남한의 숙련된 노동력과 비교하긴 힘들지만, 임금이 2배나 높은 중국보다는 훨씬 유리한 수준이며, 임금대비 생산성은 해외 다른 지역 근로자들보다 높다는 것이다. 배우려는 열의 또한 기대 이상으로 높다는 것이 정 팀장의 설명이다.

  

우리 사회 일각에는 북한 근로자들에게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혹이 남아있다. 하지만 최근 개성공단 근로자의 생필품 공급을 담당하는 ‘고려상업합영회사’의 송용득사장(한국계 호주인)이 밝힌 임금 지불 메커니즘을 살펴보면 이러한 의혹은 쉽게 해소된다.

  

현재 북한근로자들은 대체로 57.5$의 법정임금을 받고 있다. 이 중 사회보험료 7.5$와 사회문화 시책금 15$를 세금형태로 공제하고 실제 이곳 근로자는 35$정도를 수령하게 된다. 물론 달러로 지급되지는 않는다.

  

‘고려상업합영회사’가 중국에서 수입한 생활물품을 살 수 있는 구매권과 북한원화를 함께 지불한다. 생필품 품귀현상을 빚는 북한에서 이정도면 상당한 수준이라는 것이 송 사장의 설명이다.

  

안정된 직장, 적지 않은 수입은 북한 근로자들의 근로의욕을 높이고 있다. 남한 기업에 직접 고용되지 않는 형태다 보니 처음엔 소속감을 보여주지 않아 우리 기업인들을 애태우기도 했지만, 이젠 스스럼없이 말을 걸어 올 정도로 적극적으로 변했다. 개성공단에 근무한다는 자부심도 상당하다는 것이 현지 기업인들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평화지대, 개성공단

  

2006년 12월, 민주당 소속 미국 하원의원 3명이 처음으로 개성공단을 방문했을 때 이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기대이상이라는 게 이들의 평가였다.

  

팔레마베가 의원은 “남북이 함께 공존하고 발전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라며 “미국의 각계각층에서 직접 개성공단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맥더모트 의원은 “남북의 장점이 결합한 개성공단은 이상적 사업으로 직접 와서 보니 놀라울 뿐”이라면서 “미국도 이 사업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혼다 의원 역시 “개성이 균형 잡힌 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 놓았다.

  

우리가 개성공단을 통해 얻고 있는 이익은 적지 않다. 수치상으로 드러나는 경제적 이익뿐만이 아니다. 개성공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얻은 안보적 이익 또한 적지 않다.

  

2006년 4월 27일, 경기도 파주에는 LG-필립스 LCD공장이 들어섰다. 서울에서 북쪽으로 40km, 임진강을 건너면 바로 북한 땅인 이곳에 들어선 공장의 규모는 세계 최대인 9만여 평. 공장이 들어선 부지의 총 면적은 여의도의 3배에 이르는 140만 평이다. 휴전선 바로 아래 이런 대규모 공장이 들어선다는 것은 개성공단 안전장치 없이는 설명되지 않는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믿음이 이런 투자를 가능하게 했고, 그 기능을 개성공단이 했다고 보아야 한다.

  

개성공단의 건설로 남과 북을 가르는 휴전선이 10km가량 이북으로 옮겨갔다고 볼 수 있다. 공단개발 초기에 이 지역에 있던 수많은 지뢰가 제거됐으며, 개성에 있던 북한 군부대는 10km 북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남북분단의 비극적 상징이던 DMZ를 가로지르는 도로가 개통됐고 이 길로 하루에 500명 이상의 남한 사람들이 북한 땅을 밟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개성공단이 한반도 평화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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