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소장 홍기용)가 조선해양산업 전 밸류체인의 ESG 역량 강화를 위한 공동 대응 체계를 본격 가동한다. 개별 기업 단위를 넘어 산업 생태계 전체가 참여하는 ‘ESG 공동 항로’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KRISO는 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조선해양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ESG 대전환 전략 포럼’을 개최하고, 조선해양산업 전반의 ESG 대응을 전담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TF는 지난 4월 출범한 ‘조선해양분야 ESG 경영협의회’ 논의를 실행 단계로 옮기기 위해 협의회 기반으로 꾸려졌다.
포럼의 핵심 개념으로 제시된 ‘Blue ESG Route’는 환경 규제 강화, 공급망 실사 의무화, 금융권 ESG 심사 강화 등 전방위적으로 높아지는 ESG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조선해양산업 전체가 하나의 체계로 움직이는 ‘공동 항로’를 뜻한다. KRISO는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 아래 산업 생태계 차원의 협력 구조를 공식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주요 조선 3사를 비롯해 파나시아, 테크로스, 선보공업 등 조선기자재 기업과 울산항만공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한전KDN 등 공공기관, 한국선급(KR),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한국조선해양기자재협동조합, 한국해운협회, 상명대학교, 동아일보 등 총 33개 기관이 참여해 ‘Blue ESG Route’에 동참 의사를 밝혔다.
참여 기관들은 ESG가 이제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이 아니라 산업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공동 의제라는 데 공감대를 모았다. 특히 공급망 내 중소 협력업체에 ESG 대응 부담이 집중될 경우 비용 증가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공동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포럼에서는 협의회 참여기관을 대상으로 제공될 예정인 ‘조선해양분야 지능형 ESG MRV(Measurement-Reporting-Verification) 시스템’의 개념도도 함께 공개됐다. 이 시스템은 조선해양산업 특화 ESG 지표를 바탕으로 전 생애주기(LCA) 기반 환경 데이터 표준화, 디지털 전환(DX)·자동화(AX)를 활용한 현장 데이터 자동 수집·검증, 공시·보고서 자동 생성, 국제 규제 대응 지원 등을 통합 제공하는 국내 최초 조선해양 ESG 관리 플랫폼으로 소개됐다.
내년 1월부터 12월까지 1년간 운영될 TF는 △ESG 정책 및 표준 공동 검토 △공급망 실사 지원 및 대응 체계 구축 △ESG MRV 시스템 고도화 △중소 협력기업 ESG 전환 지원 △금융 인센티브 및 정책금융 연계 방안 마련 등을 중점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현장에서는 산업계의 기대와 과제도 함께 제기됐다. HD한국조선해양 심정은 상무는 “중소 조선기자재 기업의 친환경 전환과 공급망 협력은 개별 기업의 경쟁력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객관적인 평가 기준과 지원체계 마련에서 전문성을 갖춘 KRISO의 역할에 거는 기대가 크며, 산업 전체가 함께 움직이는 ESG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테크로스 김성태 부사장은 “탄소 배출을 정확히 관리하고 국제 규범에 맞춰 전환을 추진하려면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실무형 지원체계가 중요하다”며 “TF 활동을 통해 관련 인프라와 지원 프로그램이 한층 강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홍기용 KRISO 소장은 “조선해양산업의 ESG 대전환은 개별 기업이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과제”라며 “KRISO는 우리 조선해양산업이 글로벌 ESG 규범을 따라가는 수준을 넘어 이를 선도하는 단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기술·데이터·플랫폼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