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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맞는 인사 기용은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 =박남춘 인사수석

소모적 ‘코드 인사’ 비난 국가적 에너지 낭비  
  
 

정부의 7·3개각을 놓고 일부 언론들이 이번에도 ‘코드인사’라며 비판을 쏟아붓고 있다. 하루 이틀된 것도 아니고 한두번 겪는 일도 아니다. 그래도 당할 때마다 늘 ‘속이 쓰리다’. 장관인사가 이뤄질 때 마다 언론을 도배질하는 이른바 코드인사 비난 기사. 매번 똑같은 무책임한 비난을 접하면서도 여전히 속이 아픈 것은 왜일까? 코드인사는 무조건 잘못된 것인가?

  

이번 개각으로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를 포함한 3개 부처 장관과 청와대 정책실장이 바뀌었다. 모든 법칙에 예외가 있듯이 가끔은 예외도 있으련만, 이번에도 주요 언론의 접근법은 똑같았다. ‘코드인사’라는 독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들이댔다. 이번에 교체된 장관급 인사들은 모두 ‘코드인사’였다고. 그래서 잘못된 인사라고 말이다.

  

언론의 단골 메뉴 ‘코드 인사’


반론을 펴기 전에 따져볼 게 있다. 코드인사가 무슨 뜻인가. 얼마 전 모 대학 행정학 교수가 코드인사의 코드가 ‘code’인지 ‘chord’인지를 물은 적이 있다. 즉, 대통령과 소통하는 신호체계가 같은 사람을 임명하는 것인지, 대통령이라는 악기와 화음이 맞는 사람을 임명하는 것인지를 묻는 것인데, 그게 그거라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보인다. 일부 언론이 아무런 정의없이 무책임하게 쓰고 있는 ‘코드인사’란 것이, 정리해보면 “대통령과 정치적인 이념과 정책성향을 같이 하는 사람을 등용해서 쓰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게도 비난의 대상이 되는 ‘코드인사’가 이런 뜻이라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왜냐하면 우리 헌정체제 하에서 코드인사는 당연한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대통령중심제 국가다. 국민이 5년이라는 임기동안 대통령에게 나라의 운영을 맡긴 것이다. 운영을 맡은 대통령은 국민의 뜻에 따라 자신과 정치적 견해를 같이 하는 사람을 등용해서 성과를 내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한번 뒤집어 생각해 보자. 만일 일부 언론이 주장하는 것처럼 코드인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면, 대통령은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맞지 않는 사람들을 골라 써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미국으로 치면 마치 민주당 출신 대통령은 공화당 출신 장관을 써야 맞고, 반대로 공화당 출신은 민주당 성향 관료를 발탁해야 맞는 것처럼 말이다. 조금이라도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건 전혀 말이 안된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을 게다.

  

그럼, 미국도 코드인사?


우리와 같은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의 예를 보더라도, 새로 당선된 대통령은 거의 3000명 이상의 공무원을 이른바 자기사람으로 교체하면서 정치를 하게 된다. 세계 최고의 대학 하버드의 경우, 대통령이 공화당에서 민주당, 또는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바뀔 때마다 적게는 다섯 명 많게는 스무 명에 이르는 교수들이 바뀐다.

  

한편에서는 자신들과 정책성향이 같은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밀물처럼 워싱턴으로 밀려가고, 다른 한편에서는 자신들과 정치적 이념이 다른 정부를 떠나 대학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 언론들이 왜 대통령과 정치적 견해가 같은 사람만 임용했냐고, 혹은 코드인사를 했냐고 비난하거나 험담하는 것은, 과문한 탓인지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잘 알려진 대로 미국 국무장관인 콘돌리자 라이스는 부시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교수 출신 정치인이다. 개인적으로도 대통령 가족과 매우 가까운 사이로 아버지 부시 때부터 안보특보로 일한 적이 있고 현 부시 대통령 때도 계속 중용되어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거쳐 국무장관으로 임명되었는데, 어느 언론도 코드인사 타령을 늘어놓지는 않았다. 왜일까? 국무장관 같은 자리에 대통령과 정책성향이 같은 사람을 임명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까.

 

기업도, 언론도 모두 ‘코드인사’

정부와는 다르겠지만 민간기업에서도 코드인사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어느 대기업이 구조본 사장에 코드가 안맞는 인사나 다른 회사 사람 데려다 놓는지 묻고 싶다.

 

늘 정부 때리기에 능한 언론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신문사의 요직인 편집국장이나 방송사의 핵심인 보도본부장에 코드가 안 맞는 인사를 기용하는 언론사도 있는가? 코드인사 하지 말라는 요구는, 마치 조선일보 편집국장에 한겨레신문 출신을 뽑아 쓰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억지다.

 

언론사나 민간기업, 또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만, 코드만 맞다고 데려다 쓸 수는 없는 것이 또 인사다. 국정을 함께 짊어지고 나갈만한 경륜과 해당 분야의 일정한 전문성이 없다면, 장관으로 발탁하기 어렵다.

 

이번에 내정된 두 부총리는 코드와 전문성을 아울러 갖춘 분들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권오규 경제부총리 내정자는 재정경제부와 청와대의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30년 이상 우리 경제문제를 다루어온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특히 OECD대사로 재직하면서는, 유럽의 사회복지정책을 심도있게 연구하면서 경제와 사회복지의 선순환 관계를 깊이 고민해 온 분으로, 양극화 해소와 상생 등 국정 현안과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경제정책과 사회복지정책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녹아내려진 정책을 펼 것으로 기대되는 분이다. 이만한 경륜을 가진 경제전문가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경륜과 전문성이 인사의 중요 기준

교육부총리에 내정된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선 김 내정자는 대학에서 20년 이상을 근무하면서 우리나라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해 왔고, 이를 통해 학교와 교육정책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분이다. 교육정책 전문가라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교육정책이 더이상 교육만 전공한 분이 해결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즉, 우리 교육은 온 국민이 안고 있는 숙제이자 부담이며, 따라서 우리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매우 정치사회적이고 거대한 문제인 것이다.

 

청와대 정책실장이라는 자리에서 교육 관련 현안을 비롯해서 거의 모든 정부정책에 직간접으로 관여해온 김병준 내정자야말로 바로 이런 거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 할 것이다. 지금의 교육현안을 해결하는 데 있어 꼭 교육학자나 교육관료가 제일 잘 할 수 있다고 보는지 반문하고 싶다.

 

“내각의 70%가 청와대와 여당 출신이어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조선일보의 보도는 이런 점에서 억지춘향이다. 조선일보가 언급하고 있는, 전문성은 부족하고 코드만 맞는 인사에 이종석, 반기문, 윤광웅, 이상수, 박홍수 등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정말이지 의도적인 왜곡이라 아니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반기문 장관은 30년 이상 외교정책을 담당해온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지금 UN사무총장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는 전문가이다. 윤광웅 장관은 또 어떤가? 66년에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일찌기 군문에 들어 군생활을 해온 분이 아닌가? 이종석 장관은 비록 정부에서 일한 경력은 그리 길지 않지만 북한 문제를 전공하고 이 분야를 깊이 연구해온 학자 출신이다. 이 분들에 대해 전문성 시비를 거는 것은 애초부터 사실 왜곡 그 자체다. 정론지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임기 후반기로 갈수록 대통령과 호흡 중요

이번 인사가 코드인사로 비난받아서는 안되는 또다른 이유는, 이번 인선이 갖는 시기적인 의미다. 인사는 어느 시점에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작품이 만들어지는 일종의 예술이다. 참여정부가 국정과제를 마무리 짓기 시작하는 현 시점은 광범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렴해야 할 정부 출범 초기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임기를 1년 반 남겨놓은 지금은 참신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때가 아니라, 기왕 추진하고 있던 과제들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정책이 갑작스레 방향을 바꾸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 동안 추진되었던 방향으로 일관성 있게 나아가면서 결실을 맺는 것이 필요한 때다. 이번 인사는 그래서 더더욱 기왕의 정부정책을 깊이있게 이해하고 있는 분들이 중용될 수 밖에 없는 인사다.

 

대통령과 정치적인 이념과 정책성향을 같이 하는 사람을 등용해서 쓰는 것은 과거 어느 정부에서나 있었던 일인데, 왜 유독 참여정부에 들어와서 ‘코드인사’ 시비가 계속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소모적’이다. 이제부터라도 이런 소모적 논란을 멈추고 정부와 일부 언론이 보다 생산적인 관계로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

 

‘코드인사’ 비난 그만하고 능력 검증에 에너지 써야

이것은 참여정부를 위해 하는 말이 아니다. 1년 반밖에 남지않은 참여정부가 장관을 교체한다고 해서 몇번이나 더 하겠는가? 다음 선거를 통해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이른바 ‘코드인사’란 정말 필요한 것이고, 상식과 헌정질서에 부합되는 것임을 인정하자. 아무도 언론사의 편집국장과 보도본부장에 대한 코드인사를 문제삼지 않듯이, 정부 주요직위에 대한 코드인사도 당연한 것임을 받아들이자.

 

어느 정부든,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국정을 잘 마무리하고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드는 데는, 시작부터 발목 잡는 코드인사 시비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많다. 언론이 코드인사를 인정하고, 정부가 인사로 속앓이를 하게 만들기 보다는 맡은 일을 잘 챙겨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비판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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