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넘게 연구하고 토론해 만든 해양수산부 단 한 달 검토로 폐지
출범 이후 10년 동안 어렵게 쌓아올린 선원노동행정체계의 몰락실종
오늘(16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의해 추진되어 왔던 정부조직 개편안이 발표되었다. 그동안 해양수산부의 통합론에 맞서 해양수산부의 확대·강화를 주장했던 우리 10만 선원들은 인수위의 발표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인수위 발표에 따르면 해양수산부의 어업수산정책은 ‘농수산식품부’로, 해양정책·항만·해운물류정책은 ‘국토해양부’로, 해양환경정책은 환경부로, 지방해양수산청의 수산어업 지원은 자치단체로 이양하는 등 해양수산부가 그야말로 완전히 분해되어 폐지되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982년 UN 해양법 제정과 함께 통합 해양행정조직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10년이 넘는 연구와 검토, 각계의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1996년에 출범하였고, 그동안 각 부문에 흩어져 있던 해양행정체제를 일원화함으로써, 부서 출범 10년이 지난 지금 세계 10위의 해양대국을 건설하게 되었다.
조선업은 세계 1위의 최강국이 되었고 해운물류 부문에서도 항만의 발전을 토대로 세계 10위권 내에 진입하여 동북아 물류 중심국가로의 입지를 더욱 굳히고 있다. 그런데 이명박 당선인은, 10년이 넘게 연구하고 의견수렴하여 만든 해양수산부를, 출범 이후 10년이 넘게 우리나라 해양수산업의 획기적 발전을 향해 쉼없이 달려온 해양수산부를 단 한 달 만에 없애버리겠다고 한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대한민국, 전국의 모든 연안도시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반대 입장을 발표하고 있는 마당에 농림해양수산부의 통합 정도도 아니고 완전 분해하여 다른 부서와 통합하겠다고 하는 것이 과연 당선인이 말하는 ‘국민을 섬기겠다’는 것인가!
해양수산부가 이룩해놓은 공과를 따지는 것이 부처의 이기주의라고 한다면, 우리나라 해양수산업 발전을 최일선 현장에서 피와 땀으로, 목숨을 걸고 일궈온 우리 선원노동자들의 의견은 최소한 들어야 하는것 아닌가!
선원의 노동행정을 일괄적·체계적으로 담당해온 해양수산부의 폐지는 선원노동행정의 실종에 다름 아니다. 육상의 노동자와는 달리 우리 선원노동자들은 선원법과 어선원재해보상보험제도의 적용을 받고 선원최저임금과 선원노동위원회가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이번 해양수산부의 폐지 방침으로 이렇게 힘들게 쌓아올린 선원노동행정 체계가 하루아침에 무너지게 되어 더욱 그렇다. 혹독하고 힘든 배 위에서의 노동과 생활, 그리고 사회적·문화적 기회로부터 박탈된 채 소외되어 있는 선원노동자들은 이제 어디에 하소연하고 기대어야 하는가.
인수위원회는 눈에 보이는 기능만 따질 것이 아니라 각 정부기관의 숨겨진 여러 기능들을 자세히 연구했어야 했다. 해양수산부 신설을 위해 연구하고 검토했던 10년의 시간이 그냥 그렇게 흘러간 것만은 아니다. 산업 현장의 노사정 체계를 구성하고 운영하며 완성시키는데 걸린 10년은 단 한 달 만에 평가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인수위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개편의 기본방향은 ‘앞날에 미리 대비하고 기회를 선점하는 유능한 정부’이다. 우리나라 양질의 우수한 선원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5대양 6대주를 누비며 높은 파도와 험난한 바다환경에 꿋꿋이 견디며 노동하고 있다. 이들은 세계 최일류 해양강국 건설을 가슴속에 새기며 자부심을 가지고 항해에 임하고 있다. 수출입 물동량의 99.7%를 책임지고, 우리나라 전체 서비스 산업 외화가득액의 40% 이상을 해운산업이 점유하고 있는 시대에 살면서 우리의 미래 전략산업은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지 이명박 당선인은 곰곰이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