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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으로 끝난 ‘꿈’ =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 이임사

 “작은 티끌 하나도 큰 과녁이 될 수 있음을 절감했습니다”

 

7일 사표가 수리된 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이날‘꿈으로 끝난 꿈’이라는 이임사를 통해 스스로 더욱 엄격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교육부 수장을 맡으면서 계획했던 많은 일들을 접어야 하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교육부를 맡으면서 입시문제와 교육기관의 지배구조 문제 등에 치우쳐 있는 교육관련 의제를 교육과 연구, 인적자원 정책 등이 제대로 균형을 이루는 체제로 다시 정리해보려 했었다고 밝히며 교육행정과 교육정책의 지평을 넓히고 싶었던 자신의 꿈이 중도하차하게 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 사내대학을 활성화해 산학이 일체가 되는 현장을 만드는 등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대학에 실패한 젊은 이들에게 ‘부활의 길’을 열고 싶었으며 청와대 정책 실장의 경험을 살려 교원평가, 사립학교법 문제 등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현안도 돌파해볼 계획도 세웠다고 밝혔다.

이임사 전문는 다음과 같다.

 

꿈으로 끝난 ‘꿈’

제 공부방 한 쪽에 미국 대통령을 지낸 존 F 케네디 사진이 하나 걸려 있습니다. 흑백사진으로 안락의자에 편히 앉아 있는 모습인데, 가끔 제 눈길을 끌어당기곤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어서도 아니고, 잘 생긴 젊은 대통령이어서는 더욱 아닙니다.

  

제가 그 사진을 통해서 보는 것은 그의 죽음과 함께 사라져버린  ‘변화와 개혁의 꿈’입니다. 그가 감당할 수 없었던 거대한 힘들, 그리고 그 속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끝내 불행을 당해야 했던 그와 그의 생각들에 대한 애틋함이 제 눈길을 끌어당겨 왔습니다.

  

교육부를 맡으며 많은 생각을 했고, 또 계획을 했습니다. 이해관계와 신념의 충돌이 워낙 심한 영역이라 청문회에서도 차마 제대로 밝히지 못했습니다만 제 나름대로 하고 싶었던 일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교육행정과 교육정책의 지평을 넓히고 싶었습니다. 입시문제와 교육기관의 지배구조 문제 등에 치우쳐 있는 교육관련 의제를 교육과 연구, 그리고 인적자원정책 등이 제대로 균형을 이루는 체제로 다시 정리하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특히 인적자원 관리 체제를 혁신하여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기반을 갖추고 싶었고, 이를 위해 시장(市場)의 힘과 활력을 대학으로 끌어들이고 싶었습니다. 교육부 수장으로서의 첫 약속을 상공회의소 회장단 등 경제인들과 잡고, 교육부 직원들에게 산업과 경제를 공부하자고 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사내대학(社內大學)을 활성화하여 산학(産學)이 일체되는 현장을 만들겠다는 각오도 있었습니다. 잘 되면 사교육비 문제, 재수생 문제, 실업고 문제 등을 함께 풀 수 있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젊은이들이나 대학에 한번 실패한 젊은이들이 다시 일어나 우리 사회의 핵심으로 성장할 수 있는 ‘부활의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소중한 우리의 젊은이들이 꿈과 미래를 쉽게 접어버리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자율과 경쟁에 기반 한 방과후 학교 운영과 이를 통한 우리교육의 체질 개선, 개방 체제에 대한 수용능력을 결정짓는 전 국민의 영어 능력 향상 등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제대로 한번 해 보겠다는 각오를 다지기도 했고, 취임직후 핀란드 등 영어교육에 성공한 나라에 벤치마킹 팀을 보내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교원평가와 성과급 문제, 사립학교법 문제 등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현안 또한 어렵지만 반드시 돌파구를 열어 보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자신할 수는 없지만 청와대 정책실장의 경험이 적지 않게 도움이 될 것이란 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제가 어찌 감히 남의 나라 대통령에 빗대어 이야기하겠습니까만 저는 지금 JFK의 사진을 보며 채 한 걸음 옮기기도 전에 ‘박제’가 되어 버린 저의 꿈과 계획들을 떠올려 봅니다. 모든 것이 제가 부덕해 일어난 일이라 생각합니다만 가슴 한 가운데 큰 아쉬움이 되어 남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저의 이 아쉬움을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이 기억하고, 또 풀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제 자신에 대해서는 물론, 우리 사회와 정치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우선 제 스스로 더욱 엄격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은 티끌 하나도 큰 과녁이 될 수 있음을 절감했습니다.

  

언론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만 말을 아끼겠습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일부 특정 언론이 주도한 이번 일은 우리 언론사에 있어 부끄러운 부분의 하나로 남을 것이라는 생각은 밝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치에 대해서도 한 마디만 남겨 놓았으면 합니다. 정치는 목적과 방향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우리가 소중히 여겨야 할 가치가 녹아 있어야 합니다. 따져 물어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에 대한 분명한 판단도 있어야 합니다. 우리 정치가 이와는 다소 거리가 있음을 잠시 느꼈습니다.

  

당분간 저는 이번 일을 잊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여러분도 저와 제가 겪었던 일을 잊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그 혼란 속에서도 여러분과 간간히 나누었던 변화와 혁신의 이야기들, 그리고 ‘박제’가 되어 제 가슴 속에 큰 아쉬움으로 남게 될 ‘꿈’은 오히려 잘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혼란을 끼쳐 드린 것에 깊이 고개 숙이며 여러분께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6. 8. 7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  김 병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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