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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에 담긴 의미

6.2 지방선거에 담긴 의미= 김 호 기[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6.2 지방선거가 2달 앞으로 다가 왔다. 지방 선거에 대해서는 두 가지 분위기가 공존한다. 여의도와 언론에는 열기가 달아오르는 데 반해 국민들 사이에는 적어도 아직까지 큰 관심이 없는 듯하다. 지난 연말부터 뜨거웠던 ‘세종시 문제’를 포함해 정치적 이슈에 국민들이 다소 지쳐있는 게 원인의 하나라면, 우리 사회의 ‘정치적 시간’에서 2달이 짧은 시간은 아니라는 게 다른 원인일 것이다.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지 않는 것을 물론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선거가 과열돼 생산적 토론 없이 네거티브 전략만 넘쳐흐른다면 정치적 불신을 가중시킬 뿐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 정치 현실을 지켜보면 정치적 무관심이 갈수록 확산돼 온 것 같아 안타깝다.   


2007년 대선 투표율(63.0%)과 2008년 총선 투표율(46.1%)을 돌아볼 때 2006년 지방선거 투표율(51.6%)이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최근 특히 우려되는 것은 젊은 세대의 정치적 무관심이다. 어느 나라이건 젊은 세대가 정치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일반적 현상이며, 우리나라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에서 젊은 세대의 투표율은 지나치게 낮은 편이다. 여기에는 젊은 세대의 최대 고민인 청년실업에 대한 정치적 무력함에 일차적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정치가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또 하나의 원인이다.  

  

더불어 벌써부터 불거지고 있는 ‘돈 선거’와 ‘공천 잡음’도 작지 않은 문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돈 선거와 공천 잡음이 이번 지방선거에도 바꿔지지 않은 채 반복되고 있다. 28일 현재 선거관리위원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이제까지 지방선거 불법행위는 1천324건이며, 이 가운데 금품 또는 음식물 제공을 포함한 돈 선거 사례는 472건에 달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여권과 야권의 공천심사가 시작되면서 공천을 둘러싼 논란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1987년 민주화가 된 지 23년이 지났건만 정치의 계절이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런 구태들이야말로 정치적 불신과 무관심을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임을 정치권은 자각해야 한다.

  
지방선거의 의의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에 관한 비전과 정책 대안을 비교하고 선택하는 데 있다. 서울시의 경우만 하더라도 용산 참사로 나타난 재개발 사업에서 초·중학생 무상급식에 이르기까지, 교통체계 개편에서 고령인구 일자리 창출에 이르기까지 시민들 실생활에 밀착한 이슈들에 대해 중앙정부와는 다른 차원에서 지방정부가 할 수 있고 또 해야 할 일이 결코 적지 않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거버넌스(governance)를 구축하는 것이 우리 민주주의를 공고화하는 데 요구되는 또 하나의 과제다.

  
도시 사회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거주하는 곳은 ‘공간(space)’과 ‘장소(place)’의 이중적 의미를 갖는다. 낯익고 따듯한 장소가 아닌 낯설고 메마른 공간에서 살아가는 게 오늘날 도시 생활의 현실이다.

  
생존과 경쟁의 ‘공간’으로부터 생활과 공존의 ‘장소’로의 전환이야말로 도시가 꿈꿔야 하는 유토피아이며, 이 유토피아로 가는 실현 가능한 길에 대한 생산적 논쟁이 바로 지방선거의 본령을 이룬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이번 지방선거 역시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여기’의 정책적 이슈들에 대한 충분한 토론 및 검토 없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선거 막바지에 가서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정책집이 발표되고 역시 별다른 차이 없는 TV 토론이 몇 번 이뤄진 다음 어느 날 기표소 앞에 서 있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며, 지방선거가 이렇게 치러지는 한 우리가 살아가는 곳은 낯익은 장소가 아니라 결국 낯선 공간으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대해 국민 다수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바람은 제대로 된 정책 경쟁이다. 여권과 야권은 국민의 실생활에 연관된 의제들을 중심으로 생산적인 정책 경쟁을 벌여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최근 국민 다수에게 가장 큰 문제는 일자리, 교육, 주거, 노후에 관한 ‘4대 불안’이다.

  
4대 불안의 치유에 대해 물론 지방정부가 모든 정책을 추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방자치의 차원에서 도모하고 시행할 수 있는 정책들도 결코 적지 않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포함한 정당들은 4대 불안 해소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 경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민 다수의 불안을 덜어주고 사회통합을 제고하는 것에 정치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놓여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길게 보면 다가오는 지방선거는 2012년 총선과 대선으로 가는 길목이다. 특히 수도권의 선거 결과에 따라 우리 사회 정치 지형이 적잖이 바뀔 수도 있다. 더불어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이들은 앞으로 상당 기간 우리 정치의 주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부디 생산적인 경쟁을 통해 정치에 대한 신뢰를 복원하는 데 앞장 서 주길 바란다.

      
 김 호 기
 
[전]연세대학교 사회학과장

[전]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국민통합분과 사회언론위원

[현]한국정치사회학회 부회장

[현]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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