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암 함장과 장교들의 생존= 조규택 계명문화대 교수
지난달 26일 밤 우리 해군의 천안함이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외부 피격에 침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해군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바다와 배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해군이 무능하게 보일 수도 있고, 불신의 대상이 될 수 있음도 전해 듣게 된다. 일전에 절친한 벗으로부터 장거리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비해군 출신이어서 잘 모름을 전제하면서, 도대체 해군이 이 정도밖에 되지 못하느냐며 따져 물었다. 나아가 장교들은 왜 모두 무사하냐며 강한 불신과 의문을 제기했다.
순간 염려했던 것이 현실로 나타난 것을 직감한 나는 22년 전, 호위함(프리깃함)의 사통관으로 돌아가 있었다. 울산함의 항해사와 사통관으로 배의 구조와 승조원들의 역할과 임무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열심히 상황을 설명했지만 그는 못내 불편한 심기를 보이며 일부 언론 매체의 입장을 두둔하는 듯했다.
결국 나는 가정해서, 운명적으로 함미가 아닌 함수에 치명적인 피격과 폭발이 있었다면 모든 장교가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장교들의 근무상황과 함의 구조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겨우 그의 불신을 잠재울 수 있었지만 씁쓸한 생각만은 어쩔 수 없었다. 내 친구 같은 많은 국민들의 불신과 오해에 대한 염려와 걱정이 나를 불편하게 했기 때문이다.
천안함 함장은 바다에서 잔뼈가 굵은 뱃사람이다. 해군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항해과 장교로서도 우수자원만이 함장으로 선발된다. 그는 분명 위기와 비상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함장으로서 본분을 충실히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한 배를 타고 생사를 같이한 자신의 부하들을 차디찬 칠흑의 바다에 남겨 두었다는 무거운 부담에 힘겨워할 최원일 함장을 보듬어야 한다. 그는 배가 절반이나 흔적도 없이 사라진 가운데도 끝까지 사투를 벌여 사랑하는 남은 부하들과 함께 구출됐다.
그 과정에서 그는 함장으로서 자신의 소임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확신한다. 어려운 고통의 순간을 극복한 그에겐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짐이 주어져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함장을 비롯한 생존한 장교들과 승조원들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안아 줘야 한다. 결국 우리가 그들의 지지자가 돼야 하는 공동운명체란 것을 꼭 말하고 싶다.
앞으로도 서해나 동해에서 이런 정도의 사건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만 한다. 이번 참사로 국민들이 칠흑 같은 망망대해를 지키는 해군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참된 기회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더 이상 함장이 배와 함께 해야만 한다는 전근대적인 사고도 불필요하다고 본다. 해군에 대한 국민들의 따뜻한 사랑과 성원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