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상품병행수입 논란에 대해
저희 세창에서는 매달 신명용 변리사의 1일 IP Newsletter, 11일 토마스 김 미국변호사의 영문 뉴스레터에 이어, 매달 21일에 소속 변호사들이 돌아가면서 주로 담당하고 있는 법률업무와 관련하여 평소 고객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었던 이야기들 또는 소개드리고 싶은 판례를 짧게 다루는 국문 뉴스레터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세창의 신명용 변리사입니다.
최근 여행가방을 둘러싸고 롯데마트와 쌤소나이트 코리아측이 갈등을 빚고 있다는 뉴스기사를 접했습니다. 사안은 이렇습니다. 롯데마트는 여름철 바캉스 시즌을 맞아 쌤소나이트 여행 가방을 국내 제품 대비 40% 가량 저렴하게 판매하는 기획전을 연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쌤소나이트 코리아는 보도 자료를 내고, ‘롯데마트가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은 쌤소나이트 매장에서 사후 서비스(AS)를 받을 수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고 또한 ‘롯데마트가 판매하는 제품은 내구성과 품질, 디자인 면에서 자사의 제품과 큰 차이가 있다’고 규정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측은 ‘해당 제품은 미국 월마트 등에 납품하는 현지 업체와 거래하는 병행 수입품이라는 점을 사전에 알렸고 병행수입품의 경우 다양한 제품을 훨씬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대신 AS를 받을 수 없는 것은 일반적으로 다 알려진 사실’이라고 설명하였으며, ‘고장이 나면 같은 제품으로 교환해줄 게획이라 문제가 없다’ 면서 ‘합법적으로 가져온 제품을 마치 가짜처럼 호도해선 안된다’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진정상품(genuine goods)이란 상표가 외국에서 적법하게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자에 의하여 부착되어 배포된 상품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적법하게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자라 함은 상표권자, 특허권자 또는 그 전용사용권(실시권)자, 통상사용권(실시권)자 등을 말하며, 따라서 진정상품은 위조상품 또는 짝퉁과 개념이 다릅니다. 그리고, 병행수입(parallel import)이란 독점수입권자에 의해 당해 외국상품이 수입되는 경우 제3자가 다른 유통경로를 통하여 진정상품을 국내 독점수입권자의 허락없이 수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진정상품병행수입이란 국내외 상표권자가 동일인이고 외국에서 적법하게 상표가 표시된 유통된 상품을 제3자가 상표권자 또는 국내 독점 수입판매업자의 허락을 얻지 않고 국내에 수입하여 판매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진정상품 병행수입에 대한 허용여부는 그 찬반에 대해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각국의 정책과 관련한 것으로 나라마다 일정한 차이를 보일 수 있지만, 보통 일정한 조건하에서 진정상품병행수입을 상표권의 침해로 보고있지 않으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상표법상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관세청 규정이라던가 공정거래규정위의 태도 및 대법원 판례를 보면 일정한 요건하에서 진정상품 병행수입은 허용된다고 보여집니다. 이하 간략하게 그 요건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국내외 상표권자가 동일인인 경우
(1) 국내에 해당 상표권에 대한 전용사용권이 설정되지 않은 경우 - 이러한 경우 일반적으로 진정상품병행수입은 허용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국내에 해당 상표권에 대한 전용사용권이 설정된 경우 - 국내의 전용사용권자가 상표품을 외국에서 국내로 수입만을 하는 자인 경우에는 병행상품과 동일한 상품이므로 병행수입이 허용된다고 보여집니다. 그러나, 국내의 전용사용권자가 상표품을 직접 생산하여 판매하는 경우에는 병행수입이 허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국내의 전용사용권자가 투입한 노력과 비용의 보호, 상품의 품질의 차이를 고려하여 병행수입이 불허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 경우 국내 전용사용권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됩니다.
2. 국내외의 상표권자가 동일인이 아닌 경우
(1) 국내외의 상표권자가 타인간이거나 이들간에 법률적, 경제적 상관관계가 있는 경우 - 이 경우 상품의 품질이 동일한 경우에는 병행수입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제조자가 상이하여 품질이 상이한 경우에는 병행수입이 허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습니다(이 경우 국내 상표권 침해)
(2) 국내외의 상표권자가 전혀 무관한 타인의 경우 - 동일 상표에 대한 국내외의 상표권자가 완전히 별개의 독립한 자로서 그 사이에 아무런 경제적, 법률적 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속지주의원칙이 적용되어 진정상품병행수입은 허용되지 않습니다.(국내 상표권 침해)
사안에서 “SAMSONITE” 상표의 국내외 상표권자는 모두 동일인이고 또한 전용사용권자 역시 없는 것으로 보여지므로(쌤소나이트 코리아는 독점 수입업체로 보여집니다), 롯데마트의 진정상품병행수입 행위는 정당한 행위로 보여집니다(롯데마트 역시 이러한 점을 사전에 조사하여 판매하였겠지요). 쌤소나이트 코리아 측은 이에 대해 판매행위를 막을 수 없으나, 가만히 있기에는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여 'A/S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발표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온라인 판매망의 증가, 해외명품 수요에 대한 지속적인 증가 등에 의해 병행수입과 독점 수입업자간의 분쟁이 점차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소비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병행수입품의 매력은 단연 가격이 저렴한 것에 있으나, A/S 및 품질보증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이러한 관계에서 꼼꼼히 살펴보고 구입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