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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세종시 원안 수정을 지지하는가= 이인제 국회의원

나는 왜 세종시 원안 수정을 지지하는가= 이인제 국회의원 

  

나는 어느 정파에도 속하지 않는 충청 출신 국회의원이다.  지금 나의 지역구도 충청에 있고, 나의 고향 논산은 세종시에서 자동차로 30분 이내의 거리에 있다.  세종시가 멋진 도시로 탄생하는 것에 누구보다도 박수를 쳐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그러나 세종시 원안은 세종시의 밝은 장래와는 거리가 너무 멀다.  국가에 부담만 지우고 국가 경영에 큰 장애를 가져다 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세종시의 출발은 노무현 정권 시절 대선 공약에서 비롯되었다.  충청표를 얻기 위해 난데  없이 충청에 수도를 이전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당시 충청 사람은 물론 국민 누구도 상상하지 않은 발상이었다.

  
 통일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수도를 충청으로 끌고 내려가겠다니, 내 비록 충청 출신이지만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망상이었다.  하지만 노 정권이 일으킨 포퓰리즘의 광풍 속에서 수도이전법안이 통과되었다.  그래도 나라에 운이 있어 헌법재판소가 제동을 걸었다.

  
 노 정권이 최소한의 이성을 갖고 있었다면 헌재의 판단대로 헌법개정절차를 밟아 수도이전을 강행하던지, 아니면 깨끗이 포기하든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했어야 옳다.

 그런데 그들은 중앙 행정부처의 절반을 분할하여 충청에 옮기고, 이를 동력으로 50만명 규모의 이른바 ‘행정 중심’ 도시를 건설한다는 내용의 세종시 건설계획을 내놓았다.  이것이 세종시 원안이다.

  
 그러나 이 세종시 원안은 새로운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동원하여 정상궤도로 수정되어야 한다.

  
 우선 원안의 모순과 결함을 살펴보자.

  
 (1) 중앙정부 부처를 인위적으로 분할하는 일은 역사에 없었고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다시 말하면 이는 문명의 상식에 반하는 일이다.  독일이 통일 후 임시 수도였던 본에서 통일 수도인 베를린으로 정부부처를 옮기면서 본 지역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일부 부처를 그대로 본에 남겨둔 것은 일시적인 조치에 불과하다.

  
 (2) 원안은 행정부처 일부를 세종시로 옮기면 여기에서 도시발전의 동력이 나온다는 전제에 서 있다.  그러나 이는 환상에 불과하다.  행정부처를 옮긴다고 하여 중앙권력이 세종시로 이전한다면 모르지만 권력은 여전히 중앙에 있을 뿐이다.

  
 원안을 밀어붙인 세력들은 지역균형발전 논리를 내세운다.  아니 지역이 어디 세종시가 자리 잡은 충청지역뿐인가.  여기보다 더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이 얼마나 많은가.  지역균형발전이라면 강력한 지방분권을 통해 모든 지역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부처 이전을 권력 분산으로 혼동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3) 원안에 의하면 중앙의 9개 부처와 2개 청이 세종시로 내려오고 여기에 근무하는 공무원이 약 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앞서 말한 대로 권력은 여전히 중앙에 있고 사람만 세종시에 내려와 근무하게 되는 셈이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세종시 밖, 특히 수도권에서 출퇴근을 하게 될 것이다.  권력은 내려오지 않고 공무원만 분주하게 출퇴근하는 세종시에 기업이나 연구소, 대학이 왜 몰려온다고 믿는지 나는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4) 원안을 추진하려면 우선 22조원을 투자해야 한다.  이 가운데 8조원은 회수가 불가능한 인프라 투자여서 국민세금이 고스란히 들어간다. 나머지 14조원은 주택이나 상업용지를 개발하여 회수해야 하는데, 세종시 장래가 불투명해지면 회수가 불가능하고 결국 국민부담으로 돌아간다. 정부의 보고에 의하면 원안대로 갈 경우 세종시는 인구 17만 명 정도에 그칠 것이라 한다.  재정악화와 인플레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일은 시간문제이다.

  
 (5) 원안대로 가면 가장 먼저 고통에 직면하는 지역은 대전과 충청 중소도시가 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세종시에 모여드는 인구가 얼마일지 모르지만 그 가운데 상당수는 대전과 충청 중소도시에서 이주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종시에 경제가 집중되고 일자리와 소득원이 풍부해지면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이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세종시 건설에 막대한 돈이 투자되므로 주거환경과 교육환경에서 세종시는 인근 지역에 비해 압도적 비교우위를 갖게 된다.  그래서 대전과 인근 중소도시에서 비교적 여유 있는 사람들이 좋은 주거, 교육환경을 찾아 세종시로 이주하게 될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경제활동은 대전이나 인근 중소도시에서 하고, 소비생활은 세종시에서 하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가뜩이나 인구감소로 고통 받는 중소도시, 시청 하나 옮긴 탓에 공동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전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세종시가 경제적으로 번영하는 도시가 되면 인근 지역도 함께 발전할 수 있지만, 인구만 흡수하게 된다면 대전을 비롯한 주변 지역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세종시 건설이 축복은 고사하고 재앙이 된다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그러나 나는 세종시의 백지화를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다.  세종시는 이미 발사대를 떠난 우주선과 같다.  우주선이 정상궤도를 이탈하고 있다면 궤도를 수정하는 것처럼, 세종시 건설 전략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수정하여 세종시가 국가 장래는 물론 충청 지역에도 축복이 되도록 해야 한다.

  
 (1) 세종시의 비전은 지역균형발전이 아니라 지식경제 개척에 두어야 한다.  세종시 건설이 지역균형발전과 차원이 다르다는 점은 앞에서 말하였다.  그러나 세종시는 국제비지니스 집중을 통해 세계화를 선도하고, 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첨단산업 육성을 통해 지식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2) 그러므로 세종시 건설전략은 ‘행정중심’에서 ‘경제중심’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세종시는 2,200만 평 면적의 한 도시 개념으로 개발되는 것이 아니라, 청주국제공항, 오창, 오송,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연결하는 적어도 2억평 이상되는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의 중심도시로 개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지역은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첨단지식산업결집지역이다.     이에 반해 중국 상해 포동 지역은 국가전략으로 건설되는 지식경제특구이다.  둘 다 그 면적이 3억 평을 넘나든다.  세종시는 실리콘밸리의 중심도시 ‘산호세’나 포동지역의 국제금융, 업무지구처럼 국가전략으로 개발하게 될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의 중심도시가 되어야 한다.

  
 (3) 정부의 수정안은 세종시를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의 거점도시로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물론 하루아침에 세종시를 중심으로 하는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를 구축하기는 어렵다. 그 성공을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고 또 시간과의 힘든 싸움이 계속되겠지만, 그러나 행정부처 몇 개를 바라보고 도시발전을 기대하는 고립된 개념의 세종시 원안에서 찾을 수 없는 꿈과 희망이 이 수정안에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4) 세종시가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의 중심도시로 자리 잡는다면, 설사 중앙행정부처 몇 개를 여기에 옮긴다고 하여 특별한 도움이 될게 없다.  세종시를 포함하는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에서 활동하는 기업, 대학, 연구소등에게 특별히 다른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른 지역에서 보다 더 빠르고 종합적이며 창조적인 행정서비스를 원할 것이고,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수평적으로 분할된 행정부처 몇 개가 아니라, 중앙행정부처 전체의 기능과 벨트 지역에 존재하는 광역, 기초자치단체 정부 기능이 융합하는 하나의 작은 종합정부가 필요하다.  유감스럽게도 정부 수정안에는 이 구상이 빠져있다.  앞으로 보완하면 될 것이다.

  
 오늘 내가 속한 국토해양위원회에서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었다.  이성적 토론은 실종되고 정략만 난무하는 우리 국회의 모습이 안타깝다.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이 법안이 앞으로 본회의에서 또 심의될지, 그대로 폐기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로써 세종시 문제가 완결된 것은 아니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세종시가 올바른 방향으로 궤도를 수정하여, 충청지역은 물론이고 국가발전의 축복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나는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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