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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사회양극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사회양극화= 김 대 환[인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한국의 노동시장은 유연성만이 아니라 안전성과 적극성(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수혜)에 있어서 대기업-정규직과 중소기업-비정규직이 뚜렷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다 노조 유무를 더해 보면 이중구조는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유노조-대기업-정규직(근로자 7.1%)은 지나친 안전성으로 경직적이고 무노조-중소기업-비정규직(동 27.7%)은 그 정반대로 지나치게 유연하여 불안정한 처지에 있다. 이를 2009년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를 통해 보면, 유노조-대기업-정규직의 월평균임금은 약 352만원인데 비해 무노조-중소기업-비정규직은 114만원 가량으로 35% 수준에 불과하다. 상여금 적용률은 97.8% 대 22.3%, 시간외수당 적용률은 91.1% 대 15.2%, 유급휴가는 97.8% 대 21.2% 등으로 양자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반면에 근속기간은 12.4년 대 1.7년, 신규 채용률은 5.4% 대 64.1%로 나타난다.

   

이렇듯 대기업-정규직(대부분 유노조)은 과도하게 보호되고 있는 반면에 중소기업-비정규직(대부분 무노조)은 고용불안에 허덕이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직업능력개발에 있어서는 양자가 모두 미흡하다. 전자의 경우는 기술의 도입과 이에 대한 적응훈련에는 적극적인 편이지만 근로자들의 능력개발에는 소극적이며, 후자는 단기 및 비용 위주의 거래압력으로 인한 저비용 전략과 더불어 인력난으로 현장 근로자의 훈련참가 자체를 꺼리는 실정이다.

  
사회안전망은 전반적으로 부실하지만 특히 중소기업-비정규직 가운데는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근로자의 비율이 매우 높다. 2006년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의하면, 무노조-중소기업-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고작 30%대에 머물고 있다. 월 임금 60만원 이하 근로자 가운데 정규직의 90%, 비정규직의 95%가 사회보험 미가입자로 드러났는데 이들 대부분이 중소기업 근로자들이다.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경우도 직업능력개발은 앞에서 언급한 대로이지만, 공적 고용서비스도 아직 충실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고용보험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비정규직의 경우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안전성, 그리고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등에서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이중구조는 각각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히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곧 사회양극화의 문제로 나타난다. 따라서 사회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완화하는 기본 방향은, 대기업-정규직-유노조 부문은 유연화를 추진하고 중소기업-비정규직-무노조 부문에 대해서는 보호와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내부자(insiders)가 시장지배력을 행사함으로써 내부자의 일자리 안전성은 높지만, 진출입 장벽으로 인하여 노동시장 전체적으로는 고용안전성이 저하됨으로써 유연성이 떨어진다.

  
노조가 때로는 기업투자를 ‘포획(capture)’하고 유연화에 완강히 저항(hold-up)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는 고용을 저해한다(Lindbeck & Snower, 2002). 뿐만이 아니라, 임금 및 기능의 측면에 있어서도 이 부문은 경직적이다. 이에 반하여 중소기업/비정규직/무노조 부문은 상시적으로 고용불안과 더불어 열악한 사회경제적 조건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차별적인 유연안전화는 사회정의에 부합하는 것이며(Rawls, 1971), 말하자면 ‘운동장 고르기’(Lindbeck & Snower, 2002)를 통해 전체적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안전성을 제고시켜 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내부자의 지배력을 줄임과 동시에 외부자(outsiders)를 지원하는 양면의 정책과 전략이 필요하다.

  
전자와 관련해서는 무엇보다도 노사관계를 합리화할 것이 요구된다. 불법파업은 말할 것도 없고, 힘을 앞세운 무리한 요구와 버티기에 대해 법과 원칙을 엄격히 적용함으로써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 이와 더불어 채용과 해고에 있어서 법제와 현실의 괴리를 불식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외부자에 대한 지원과 관련해서는 특히 취약계층의 고용가능성(employability)-직업능력개발과 고용지원서비스-을 제고시키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기본적으로는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산업경제정책이 동시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 대-중소기업 간 공정거래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강화되어야 함은 물론이지만 특히 협력업체에 대한 불공정 관행을 불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전경련이 천명한 ‘중소기업지원’이나 ‘300만 고용창출’도 이를 우회해서는 실효를 거두기 힘들 것이다.

  
이와 더불어 특히 대기업 부문에서 내부자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노-사 담합의 관행을 깨는 것도 필요하다. 이는 노동유연성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대담한 사회경제적 개혁을 단행하여야 함을 의미한다. 노동시장의 개혁과 함께 취약 부문과 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과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차별적으로 강화함으로써 이중구조를 해소해 나가는 데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사회양극화도 완화 될 수 있을 것이다.

      
 김 대 환
 
[전]노동부 장관

[전]한국고용정보원 이사장 

[현]재한 옥스퍼드대학 동문회 회장

[현]인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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