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인 처방= 이 창 무[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요즘 수도권 주택시장의 침체와 그에 따른 정책적 개입의 필요성 및 방향에 대한 논란은 우리 사회가 지니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첨예한 인식 차이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참여정부 시기에는 주택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이 나쁜 사람들이었다. 얼마 전까지는 고분양가에 주택을 팔고 미분양사태를 만든 주택건설회사들이 나쁜 사람들이었다. 언제나 그랬듯 부동산시장이 불안하면 누군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었고, 이번에는 빚을 내 집 산 사람들이 나쁜 사람이 되었다. 우리사회가 지닌 부동산시장에 대한 비생산적인 정서의 깊이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현상이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주택시장의 침체와 그 대책에 대한 논란에는 작년 9월 확대 도입된 수도권 DTI(Debt to Income:총부채상환비율) 규제의 완화 여부가 그 핵심에 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은 DTI 규제가 거래량의 감소와 가격 하락 요인이었다는 점을 수용하지 않고, DTI 규제의 근본적인 목적은 가계부채를 거시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주택시장의 침체는 DTI 규제의 여파라기보다는 버블이 조정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현 수도권의 시장상황은 자연스러운 버블붕괴의 시작이라고 보기에는 정부의 정책적 선택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시장에서 기능해야 하는 투자 주체들을 지나치게 묶어 둔 상황이라고 판단된다. 크게 나누면 세 가지 요인이 지배하고 있는 시장이다. 첫째는 참여정부의 종부세 및 재산세율의 지나친 편차,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임대사업자 기준 강화 등이 결합된 다주택자 규제의 유지로 자산을 지닌 계층의 구매수요가 억제된 상황이다.
여기에 더하여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수도권 DTI 규제를 통해 자산이 부족하여 은행 대출이 필요한 서민 구매수요층을 함께 묶어둔 상황이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속도전으로 진행되고 있는 도심에 인접한 저가 보금자리 아파트의 대량 공급으로 그나마 발생할 수 있는 주택구매수요를 이연시키고 있다. 참 답답한 시장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 세 가지 요인 중 DTI 규제가 좀 더 부각되는 이유는 2009년 9월 수도권에 DTI 규제가 확대 도입된 후 즉각적인 거래량 감소추세를 보였고, 그 거래량 감소수준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거래량 수준이 얼마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나 미국의 경우 거래 가능한 주택 재고의 연간 6~9%가 거래되고 있고, 금융위기 저점에도 5%의 거래량은 유지되고 있었다. 이 비율을 수도권 아파트에 적용하면 월간 2~3만호 정도가 정상적인 거래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의 1만호 수준의 수도권 재고 아파트 거래량은 가격조정기라 하더라도 심각하게 낮은 수준으로 판단된다.
국내 주거이동의 연쇄고리는 그 연쇄성이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내가 새 아파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누군가 내 연립주택을 사주어야하고 그 연립주택을 구입한 사람은 기존의 다세대주택에서 전세금을 빼야 입주할 수 있다. 최근 이루어진 조사에서는 국내 주거이동의 연쇄고리는 평균적으로 한 달을 시차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한 개의 거래가 이루어지지 못하면 연쇄적으로 1년에 12개의 거래가 위축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이는 DTI 규제가 현 수도권 주택시장의 거래량을 왜 심각한 수준으로 위축시키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제공한다.
DTI 규제로 촉발된 가격 하락세는 2010년 초 뜨겁게 달궈진 버블논란의 파도를 타고, 지금의 시장을 대세하락기로 인식하는 광우병 파동에 버금가는 심리적 상태를 조성하고 있다. 지금 DTI 규제를 완화한다고 시장이 활성화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회의적인 판단을 하게 되는 핵심은 지금은 백약이 무효한 대세하락기라는 인식에 기초한다. 또한 지금 버블을 가라앉히지 않으면, 계속 그 부담을 지고가야 한다는 주장도 드세다.
현 주택시장에 대한 판단의 가장 큰 기저에는 지금 주택가격 수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과연 수도권의 주택가격이 지금 붕괴되어야 할 만큼 높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그 판단이 쉽지 않다.
흔히들 버블의 근거로 제시하는 소득대비 주택가격의 비율도 어떻게 계산하는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런 논란을 피하기 위해 국민은행의 장기적인 PIR(Price to Income Ratio: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 지표를 살펴보면 지금의 PIR 수준은 1990년대 초중반의 수준으로 1980년대 이후 과거 우리가 경험했던 장기적인 변동의 평균적인 PIR 수준을 크게 상회하지 않고 있다.
또한 국내 특정지역의 특정유형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버블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어느 나라에나 값비싼 주택은 존재한다. 예를 들어 2007년 미국 주택가격의 분포를 보면 주택가격 중간 값이 19만불인 상황에서 50만불 이상 되는 주택이 14%, 75만불 이상 되는 주택이 5%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주택시장과 비교하면 강남3구의 아파트는 30만채로 전국 아파트(800만채)의 4%에 불과하고, 전국 모든 주택(1,800만채)의 2%도 안 된다. 어쨌든 지금의 수도권 주택가격 붕괴를 당연시 할 만큼 비이성적으로 높은 가격분포를 유지하고 있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점이다.
지금의 시장상황이 단순히 DTI 규제에 의해서만 촉발된 것은 아니다. 앞에서 논의했던 세 가지 주요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시장 침체가 발생하고 지속적인 시장침체 영향으로 지나치게 위축된 기대심리가 지배하고 있는 시장이다. 결국 처방은 그 세 가지 주요요인에 대한 조정작업을 통해 위축된 시장심리의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처방은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어 온 다주택자의 긍정적인 시장기능을 회복하는 작업이다. 어느 나라든 임차가구의 비율은 상당한 비율로 유지되고 있다. 기업화된 민간임대사업자가 양성되지 못한 국내에서는 다주택자가 민간임대사업자로서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만의 독특한 임대계약형태인 전세를 통해 자본차익을 추구하는 투기적인 행태를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임대사업자로서 주택공급을 위한 1차적인 투자자로서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이를 위해 임대소득세 징수를 전제로 양도소득세 중과를 영구히 폐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접적인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폐지가 어렵다면 임대사업자 기준의 완화란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그 효과를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가계부채 증가라는 부담을 줄이면서 주택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는 기초적인 기제를 제공할 것이다.
DTI 규제와 관련되어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비율이 높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그러나 그 현실적인 위험성이 지나치게 확대 해석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OECD 국가 중 평균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의 가계부채비율이 주택시장에 극약처방을 도입해야 할 만큼 심각한 수준인지, 국가별 여건 차이를 고려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러운 점이 많다.
또한 붕괴할 주택가격이 아니라면 부채가 자산형성으로 연결되는 국내 상황이 꼭 심각한 문제점을 지닌 상황이 아니라는 역발상도 한 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가계소득이 증가하기를 기다리며 주택에 대한 투자를 마냥 막아 놓을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 예로 자산이 부족한 서민들에게 공급될 보금자리주택의 분양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려면 지금의 DTI 규제의 골격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간다. 결과적으로는 보금자리 주택 공급시기의 조절과 DTI 규제 완화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될 시점이 곧 다가올 것으로 판단된다. 선제적이고 전향적인 정책적 선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 창 무
[전]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설계연구센터 연구위원
[전]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국제학술교류위원장
[현]한국부동산분석학회 학술분과위원장
[현]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