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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세 결정요인 규모, 그리고 기간

통일세: 결정요인, 규모, 그리고 기간= 윤 덕 룡[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 들어가면서

“여러분은 통일세를 얼마나 낼 수 있습니까?” 이 질문에 답변자의 57.6%에 달하는 사람들이 10만원이하면 부담하겠다고 답변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금년상반기에 조사한 결과이다. 그 정도 부담으로 통일비용이 해결될 수 있을까? 통일비용이 얼마나 들지 모르니 독일사례를 들여다 보자.

  
지난 20년간 동독으로 이전된 통일비용은 연평균 서독지역 GDP의 5%에 달한다. 한국에서도 같은 비율이 든다면 한국 GDP를 1조달러로 볼 때 매년 필요한 금액은 500억달러가 된다. 환율을 달러당 1,200원으로 계산하면 60조원이다.

  
현재 우리나라 예산을 300조원으로 보면 정부예산의 20%가 통일비용으로 소요되는 셈이다. 국민들 모두가 지금보다 매년 20%의 세금을 더 내야한다. 독일과 같은 기간을 부담한다면 20년이상 이정도 규모의 통일세를 내야 한다.

  
2. 독일의 통일세와 통일비용

정말로 우리도 독일과 같은 정도로 통일비용을 지불해야할까? 독일의 FAZ(Frankfurter Allgemeine Sonntags Zeitung)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2004년 말까지 통일비용으로 지불된 정부자금은 1조 5,000억유로(약 2,100조원)에 달한다. 매년 1,000억유로(약 150조원)정도가 든 셈이다.

  
독일의 통일비용은 통합비용, 투자비용, 사회보장비용의 세가지 비용으로 구성된다. 통합비용은 초기 제도통합에 드는 비용이다. 투자비용은 동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에 소요된 금액이다.

  
사회보장비용은 동독지역 저소득자의 생계지원비용인데 동서독간 생산성의 차이로 실업자가 된 근로자들이 지원대상이 되었다. 결국 통일비용의 가장 중요한 발생원인은 생산성의 격차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의 통일비용이 높아진 이유는 경제통합을 정치통합의 수단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서독지역이 동독지역의 3배에 달하는 생산성을 가진 상태에서 아무런 중간단계없이 급진적인 통합을 감행했다. 수십년의 경과과정을 거친 유럽통합과는 전혀 다른 접근법이다. 또한 동독주민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해 화폐통합시 임금전환비율을 1:1로 결정하여 생산성보다 높은 임금수준을 도입했다.

  
그 결과 40%가 넘는 높은 실업율을 초래했고 사회보장비 지출을 증가시킨 주범이 되었다. 이런 방식으로 통일정책을 수행한 이유는 경제통합을 수단으로 통일을 이루려 했기 때문이다. 

  
독일정부는 5년 정도면 통일비용의 수요가 종료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세수를 기반으로 5년기한의 통일기금을 조성했다. 통일세의 명목으로 도입한 대표적인 세금은 통일연대세(Solidaritatszuschlag)이다. 이 세금은 1991년에 1년만 부과하겠다는 약속하에 도입되었다가 1년 더 연장된 후, 1993에 폐지되었다. 그러나 재정부족으로 1995년에 재도입되어 지금까지 과세되고 있다. 이 세금은 소득세, 재산세, 법인세에 부가세의 형식으로 도입된 국세이다.

  
세율은 소득세, 재산세, 법인세의 7.5%를 적용하였다가 1998년부터 세율을 5.5%로 인하하였다. 한시적 목적세로 도입되었음에도 종료시한도 없이 통일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과세중이어서 납세자연대에 의해 고발되는 법적 분쟁까지 겪었다. 

  
통일이후 부족한 세수를 확충하기 위해 다른 세금들도 인상되었다. 세원이 가장 넓은 부가가치세는 1993년에 14%에서 15%로 세율을 1%포인트 인상시켰다. 유류세, 보험세, 연초세, 가스세 등도 인상되었다. 특히 세수증대 효과가 크고 환경보호의 명목을 내세울 수 있는 유류세는 재정확충을 위하여 1995년까지 2차례에 걸쳐 인상되었다. 

    

그래도 독일의 통일비용은 통일세와 세금인상만으로 부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애초에 동독지역 재정지출을 위해 설립했던 통일기금은 통일비용의 20%안팎을 부담하는데 그쳤다. 나머지 비용은 대부분 정부부채를 통해 조달되었다. 그 결과 독일에서 통일비용은 한 세대를 넘은 지금까지 부담이 되고 있다. 독일사례는 통일비용의 발생규모 자체를 줄이는 것이 통일비용을 해결하는 더 근본적인 대책이 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3. 한국의 통일비용과 통일세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언급한 이후 통일세가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통일세와 관련하여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는 가장 중요한 의문은 “얼마나 세금을 더내야 하는가”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답변은 단순하지 않다. 통일세는 통일비용이 얼마나 들 지를 먼저 알아야 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사례에서 본 바와 같이 일회적 비용에 해당하는 제도적 통합비용을 제외하면 통일비용의 대표적인 용도는 두가지다. 하나는 북한지역의 경제개발을 위한 투자비용이며 둘째는 북한주민들의 생활을 보조하기 위한 비용이다. 한마디로 남북한간 소득수준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비용이다. 남북한이 경제교류를 통하여 북한내 생산성이 증가하고 소득수준이 높아진 후에 통일을 하게 된다면 통일비용은 감소하게 된다. 양 지역의 생산성이나 소득수준의 격차가 사라진 다음에 통일을 한다면 통일비용이 전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통일비용에 대한 추정이 전문가마다 너무나 큰 편차를 보이는 것은 통일시점의 남북한간 생산성의 격차를 서로 달리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통일시점의 남북한 경제상황, 통합방식, 통합정책들에 대한 가정을 어떻게 하는가에 의하여 통일비용 추정의 결과는 모두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통일은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한간 생산성 격차를 줄이도록 점진적인 통합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통일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렇다면 통일비용이 얼마가 들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 왜 통일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가?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여건이 우리가 원하는대로 진행되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남북한 문제는 항상 한국의 신용평가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어왔다.

    
통일비용에 대한 부담을 한국정부가 감당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시장의 의심 때문이다. 따라서 설령 우리가 통일과정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갑작스러운 통일에 대비한 비용부담의 준비는 바람직한 일이다. 통일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우리경제에 대한 신인도제고와 완충장치의 확보라는 차원에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통일세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이상 구체적인 진전이 필요하다. 그러나 당장 급박한 지출수요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추가적인 세부담을 초래하는 것은 옳지 않은 선택이다. 오히려 남북협력기금의 미사용분을 적립하여 기금을 조성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다. 아무에게도 추가적 부담없이 갑작스러운 수요에 대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장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덕 룡
 
[전]독일 킬대(Kiel)부설 세계경제연구소 연구원

[전]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현]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연구교수

[현]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거시금융실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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