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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북극해 활용과 보호 동시에 필요하다

열린 북극해 활용과 보호 동시에 필요하다
북극항로 개척 무분별한 개발경쟁은 안돼

정부가 최근 북극항로 시범 운항 등을 포함한 ‘북극 종합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새로운 항로 개발에 따른 경제적 가치가 풍부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북극 항로가 상용화 될 경우 물류비 절감 등 경제적 효과와 영향 등을 알아본다.(편집자주)

 
이대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북극해가 급속하게 열리고 있다.  러시아 연안 북극항로를 통과한 선박이 2010년에 겨우 4대, 2012년에 46대에 불과했지만 반면 올해엔 약 270대가 통과할 예정이다.  북극의 해빙이 예상보다 점점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9월 북극의 빙하 면적은 관측 사상 최저치인 341만㎢로 겨울 면적의 22%까지나 축소되었고 최초로 북극항로 전 구간이 완전히 해빙되었다. 이는 기존 예상보다 4배나 빠른 속도인데 이 추세로 간다면 2012년 9월 2020년엔 6개월, 2030년엔 연중 일반항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극의 해빙 기간과 지역이 확대되고 국제유가가 강세를 유지하면서 북극 자원의 가치도 급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극 연안국과 글로벌기업들이 앞 다투어 북극개발에 뛰어들면서 나날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러시아는 북극의 바렌츠해와 카라해 연안에 가스 파이프라인을 연이어 설치했고, 미국은 북극탐사 예산을 40% 증액했고 캐나다는 글로벌 자원기업에게 북극 해상광구에 대한 개발권을 부여했다. 글로벌 자원메이저인 쉘은 극지 운항용 드릴십을 2012년부터 알래스카 자원개발에 투입했고 노르웨이의 스탯오일은 바렌츠해, 캐나다, 알래스카, 그린란드 등지에서 자원개발을 추진 중이다.

아시아 국가들도 이에 뒤질세라 북극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5월에 한국, 중국, 일본이 동시에 북극위원회(ArcticCouncil)의 영구옵저버로 승격되었고 8월에는 한국과 중국이 잇달아 처음으로 상선을 출항시킨다. 중국은 이미 8월 8일 화물선 빙성호가 랴오닝성 다롄항을 출발하여 35일 후인 9월 11일이면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도착한다. 한국은 현대 글로비스가 8월 중으로 스웨덴의 스테나 해운으로부터 내빙(耐氷) 유조선을 빌려 아시아·유럽 간 수출입되는 원유, 나프타, 제트유 등 에너지 자원을 수송할 예정이다. 지난 8월 5일에는 아라온호가 처음으로 자원탐사를 위해 인천항을 출발했다.

북극항로는 동아시아와 북대서양 양안 지역을 잇는 최단 해상 경로로 수에즈운하나 파나마운하를 통과하는 기존항로보다 거리는 30%, 시간은 6일 이상 단축된다. 실제 2010년 시험운항에 성공한 노르웨이의 철광석 벌크노르딕 바렌츠호는 총 26만달러의 절감 효과를 증명했다.

이러한 북극항로의 조기개설로 이미 한국은 경제적 수혜를 입기 시작했다. 극지용 선박 제조 기술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한국기업은 이미 북극 운항용 쇄빙 유조선, 내빙 LNG선 등의 선박을 러시아 및 북유럽 선사로부터 발주한 상황이다.

또한 한국의 항만들은 북극항로의 경로상 유리한 입지를 점하고 있으며 세계 수준의 항만 인프라도 구비하고 있어 향후 동북아 해상물류의 허브로 성장할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동아시아와 러시아 및 북유럽를 잇는 무역 경로에 위치한 부산항, 동해항, 울산항, 여수항 등은 연료유 및 선용품 공급, 선원 교체승선 등 최적의 운항 지원 서비스까지 갖추고 있다. 특히 뛰어난 입지, 정시성,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2012년 컨테이너 물량 세계 5위, 환적량 세계 2위를 차지한 부산항은 북극항로의 최대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또한 북극지역에는 전 세계 미발견 석유·가스 자원량의 22%에 해당하는 4120억 배럴(석유환산배럴)이 매장되어 있다. 러시아, 캐나다, 노르웨이 등 연안국을 중심으로 61개의 대형 매장지가 개발되었고 그 중 46개가 이미 생산단계에 진입했다. 화석연료 이외에도 2조달러 상당의 철광석, 구리, 니켈 등과 함께 금, 다이아몬드, 은, 아연, 납, 우라늄 등 고부가의 광물자원이 풍부하게 분포하고 있으며 한류성 어류의 지속적인 증가로 2020년경에는 세계 수산물 생산량의 37%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풍부한 북극자원의 개발 경쟁에 한국도 뛰어들기 시작했는데, 정부는 그린란드와 자원개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고 한국가스공사는 2011년 1월 캐나다 MGM에너지의 우미악(Umiak) 가스전 지분 20%를 매입함으로써 북극권 자원개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또한 한국기업들은 40도에도 견디는 극저온, 고강도 강재, 극지용 드릴십, 부유식 원유 생산, 저장, 하역 설비(FPSO) 등 자원개발용 해양플랜트의 개발과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북극개발이 현실화되면서 적잖은 문제들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북극 연안국들 간에는 대륙붕과 해양경계 확장을 통해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늘려 보다 많은 자원을 확보하려는 영유권 분쟁이 가열되고 있다.

또한 북극 지역의 기후적 악조건을 감당할 수 있는 플랜트 및 운송 설비 마련을 위해 막대한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있으며 북극의 환경보호에 대한 국제적 관심으로 북극개발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북극에서 자원개발이 무차별로 진행되고 수많은 배들이 북극해를 지나다닐 경우 해빙으로 인한 지구온난화도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최근 북극의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그 아래 갇혀있던 메탄가스가 대규모로 방출되어 북극의 대기 온도가 상승하고 이로 인해 영구동토층이 더 빨리 녹아 메탄가스 방출량이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북극의 개발이 가속화될 경우 이 악순환이 더욱 심화되어 전 인류의 생존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무한한 기회와 동시에 장애요인이 있는 북극은 그 경제적 매력에 앞서 무엇보다 인류가 공동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 따라서 북극의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동시에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이 필요하다. 연안국들의 배타적 독점을 견제하고 북극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북극위원회 영구옵저버 역할을 강화하는 동시에 북극조약과 같은 글로벌 거버넌스를 유도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은 여러 가지 부작용이 우려되는 자원개발에 섣불리 나서기보다는 한국이 비교우위를 가지는 자원개발용 플랜트의 기술 격차를 벌리고, 유리한 물류상의 입지를 활용하여 러시아, 노르웨이 등 연안국과의 자원 물류 파트너십을 구축해 안정적인 자원개발의 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이대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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