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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 살아있는 생명의 도서관

▲ 산림청 허경태 산림보호본부장

한 국가의 학문 수준은 지식ㆍ정보자원을 체계적으로 갖추고 제공하는 도서관 수준으로 측정할 수 있다. 그래서 인류 역사에서 최고의 도서관을 보유한 국가가 당대 최고의 선진국이었다.

  

마찬가지로 한 국가의 생명과학 수준은 생물자원을 체계적으로 갖추고 제공하는 수목원의 수준으로 측정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꽃피우기 위해서는 생물자원의 진화과정이 압축되어 있는 다양한 생명체의 확보에 관심과 투자가 집중돼야 할 것이다.

  

최근 '식물추적자'(The Plant Hunters), '식물사냥꾼'(Pflanzenjäger)이라는 책이 번역, 출판됐다.


'식물추적자'는 영국의 정원을 세계 최고로 다채롭게 만든 나무와 꽃이 어떻게 세계 곳곳에서 영국으로 건너오게 되었는지를 9명의 모험담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식물사냥꾼' 역시 유사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사냥꾼이란 용어를 쓴 이유는 식물의 종자를 좀 더 ‘녹색 황금’에 가깝게 여겼기 때문이다.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의 가치에 일찍 눈뜬 국가들

  

이처럼 학문적 호기심이나 산업적 이해추구 여부와 관계없이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의 가치에 일찍 눈뜬 국가들이 현재도 생명과학의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음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식물분야에 국한해 볼 때 생명과학이 발달한 영국, 미국ㆍ일본ㆍ독일ㆍ러시아 등이 가장 방대한 종을 보유한 국립수목원을 범정부 차원에서 육성·진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 열강들은 생물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기후온난화와 무분별한 벌채 등 생태 환경이 악화돼 하루에도 수십 종의 생명체가 지구상에서 멸종되고 있는 반면 식량ㆍ의료ㆍ바이오 등 생명산업의 발전과 환경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종자와 유전자의 가치는 날로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이미 생물다양성협약(CBD)이 체결되면서 각종 생명산업의 ‘게임의 룰’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재편하려는 복잡한 파워게임이 진행되고 있다.


산림생물 다양성 증진이 생물다양성 확보의 핵심

 

국토의 64%가 산지인 우리나라는 산림생물 다양성의 증진이 생물다양성 확보의 핵심이다.

  

지난 8월 발효된‘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산림생물 다양성의 확보를 중요 정책으로 시행하고 있다.


산림생물 다양성은 ‘현지 내 보전’과 ‘현지 외 보전’등 두 가지 방식으로 확보될 수 있다.


예컨대 경북 울진의 금강소나무 숲처럼 전국 각지에 지정된 234개소의 ‘산림유전자원보호림’이 현지 내 보전의 대표적 사례이다.


경기도 광릉에 있는 국립수목원에서 3000여 식물 종을 수집ㆍ분류ㆍ보전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은 '현지 외 보전' 사례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산림생물 다양성 보존 노력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수준이다.


정원 가꾸기가 전 국민적 취미라고 하는 영국의 경우 이미 18세기 중엽 국왕이 주도해 식물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이러한 노력의 역사적 결정체인 런던 큐(Kew) 왕립식물원에는 식재종 2만5000종에 보유표본만 600만 점에 달한다.


수목원에 더 많은 애정과 지원을

 

생물학계의 세계적 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은 근대 과학문명의 시기에 인류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로 생물다양성의 상실을 지적했다.


하나의 종(種)이 사라지는 것은 지구 환경 변화에 적응해 온 유구한 생명체의 지혜와 비밀이 소멸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많은 역사학자들은 고대 인류문명의 모든 유산이 집약되어 있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파괴된 것을 크게 아쉬워하고 있다.

  

이처럼 뭇 생명체의 역사의 기록이자 미래 발전의 보고인 산림생물 다양성을 보전하려면 전 국민이 관심을 갖고 국립수목원과 각 지방의 수목원에 더욱 많은 애정과 지원을 보내야 한다.


우리 주위의 수목원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큰 ‘살아있는 생명의 도서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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