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2 (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해사칼럼

법무법인 세창 제언:돈벌기의 역설

법무법인 세창 제언:돈벌기의 역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세창의 이연주 변호사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영업자의 몰락이 요 몇 년 사이 주요한 경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고 대형마트의 입지, 영업시간 등을 규제하거나 동반성장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대기업 진출 금지 및 제한업종을 정하는 등의 노력이 이어졌습니다. 유통업에 관한 한 일본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지역상권이 대형마트의 진출로 피해를 입는 사례가 속출하였습니다만, 자영업의 주요 분야 중 하나인 요식업에 관해서는 소규모 자영업자가 놀라울 정도로 건재합니다.

일본 자영업자의 자신의 일에 대한 마인드와 시각은 이른바 “장인정신”으로 칭할 만 한데요, 그들에게서는 매출이나 소득을 증대시키려는 외연적 팽창에너지보다는, 일 자체에서 즐거움과 기예의 성장을 추구하는 내연적인 깊이를 보게 됩니다. 일본에서는 가게의 외관이나 매대에 진열된 물건들이나 메뉴의 가짓수가 매우 소박하며, 주인 외에 종업원이 1명 내지 2명에 불과할 정도로 규모도 단촐하지만, 그들이 내놓는 음식이나 상품에 대해서는 “すごいね(스고이네-일본어로 굉장하다는 뜻입니다)”라고 경탄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떡볶이나 김밥가게 마저 프렌차이즈화되어 어느 지역에 살든 먹고 마시는 것에 관해서는 획일화가 상당히 진행되었다고 생각되는데요, 일본에서는 가게가 저마다의 색깔과 특색을 가지고 있어 먹고 싶은 바로 그것을 먹기 위해서는 딱 그곳을 가야만 하는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가령 키치조지의 명물로 꼽히는 야구공 크기와 모양을 닯은 메츠까스를 맛보려면, 도쿄 도심에서 1시간 거리인 키치조지의 바로 그 가게를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때로 중심과 주변부에 대한 고정관념도 무너뜨리게 하는데요,

가령 도쿄 중심가인 긴자, 록본기, 오모테산도, 시부야 등의 화려한 상가보다 산겐자야(三軒茶屋,  세타가야구에 속한 동네로서 도쿄와 그 위성도시-일본에서는 전원도시라고 칭합니다-를 잇는 길목에 있는데, 그 명칭은 아침에 베드타운을 떠나 도쿄 시내에 들어서는 자들이 차를 마시며 쉬어간다는 데에서 유래한다고 합니다)의 어느 숨은 골목에 있는 소박한 제과점 빵이 훨씬 더 비싸고 맛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일을 함으로써 얻게 되는 경제적인 성취나 보상에 관하여는 최우선 순위를 두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식당을 운영하는 경우에는 오후 4~5시부터 문을 열어 오후 및 저녁 영업만 하거나, 혹은 점심시간대가 끝난 후 저녁 시간 전에 2~3시간 영업준비를 위하여 문을 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그들은 아무리 가게가 문전성시를 이루어도 대체로 매대에 진열된 음식들이 다 팔리거나 혹은 그날 영업을 위해 준비해둔 분량이 다하면 그저 영업을 파할 뿐이며, 가게 밖에 줄지어 손님이 서있어도 무리해서 영업을 더 하는 법이 없습니다.

물론 줄지어 기다리던 손님들은 다음을 기약하며 묵묵히 돌아갈 뿐 가게 주인을 비난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흔하지는 않지만 분주한 주말이 끝나면 월, 화 이틀을 쉰다든지 하여 일주일에 휴일을 두번 갖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이런 모습들에서 그들은, 결코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그들이 하는 일을 궁극적으로 완성하려는 내면적 갈망을 가지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 자신의 리듬에 따라 일하기를 선택했다고 여기게 됩니다.

다른 한편으론, 일본의 자영업자들은 오랜 가업이거나 그 일 자체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직업을 선택하고 오랜 기간 경험을 쌓고 기술을 연마한 다음 비로소 창업을 하는 경우가 다수로 보이지만, 한국에서는 정리해고 등으로 노동시장에서 밀려나거나 노동력 수요의 부족으로 기업에 채용되지 못하여 임금근로자가 되는 대신 어쩔 수 없이 창업에 몰리고 그러다보니 별다른 경험이나 기술없이 그 때 그 때의 트렌드에 따른 창업을 하는 것이 주류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창업의 동기나 배경은 일단 접어두고, 일에 따른 경제적 보상보다는 일을 완전하게 수행함으로써 자신을 완성하려는 갈망에 치중하는 그들의 태도가 그들의 영업을 건승하게 한 것이며, 이는 우리나라의 많은 자영업자들에게도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이연주변호사는 현재 동경에서 유학 중이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이미지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