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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휴대폰이 세계 IT의 아이콘 이 되기까지

▲ 정통부 유필계 정보통신정책본부장

"삼성 휴대폰 애니콜이 노키아와 프랑스의 샤젬을 따돌리고 프랑스에서 2년 연속 부동의 1위를 고수했다."(르 피가로, 2007년 1월12일)


"LG 쵸콜릿폰은 손안에서 느껴지는 감촉, 깔끔하고 심플한 디자인 등 감탄할 요소가 너무 많아 2006년 영국의 베스트셀러 폰으로 선정했다."(영국 모바일 비즈니스, 2007년 1월)

  

삼성 휴대폰은 미국 브랜드키즈로부터 5년 연속 최고 휴대폰 브랜드로 선정되고 iF, reddot, IDEA, G-Mark 등 4대 디자인상를 비롯, 홍콩 DFAA, 영국 D&AD 등 각종 해외 디자인 대회를 휩쓸며 세계적인 명품 휴대폰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LG 휴대폰 역시 베트스 패션 휴대폰 등으로 뽑히며 명품 브랜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동통신 불모지에서 중심국으로 일어서다

 

한국 휴대폰은 진열대 맨앞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는 인기 제품이다. 유명 의류·사치품에서나 보이는 '짝퉁'이 유행할 정도로 세계인들이 하나쯤 갖고 싶어하는 명품이다. 노키아나 모토롤라 같은 경쟁사들보다 평균가격도 높다. 중국에서는 '존귀(尊貴)브랜드'로, 미국에서는 5년 연속 최고 휴대폰 브랜드로 선정되었고 러시아 등에서는 부의 상징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 이동통신이 처음 도입된 1984년만 해도 우리는 자체모델이 없었던 것은 물론 가입자는 2658명에 불과한 이동통신 후진국이었다. 세계 이동통신의 변방에서 '휴대폰으로 TV를 보고 인터넷을 즐기며, 언제 어디서나 접속 중인 나라'(BBC 3부작, 2006. 5. 16~18 방영), '이동통신 산업의 미래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나라'(폴 제이콥스 퀄컴사 사장, 2006. 5. 20 서울디지털포럼)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눈부시게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자원도, 기술도 없던 산업화의 초기단계에서 정부의 적절한 기술혁신 유도 역할을 우선 꼽을 수 있다. 정부는 당시로선 성공여부가 불확실했던 CDMA(코드분할다중접속)라는 외국기술을 도입하고 정부출연연구소(ETRI)와 기업간 협력을 통해 효과적으로 선전기술을 소화·흡수하고 개량하는 활동을 지원했다(1996년, 세계최초로 상용화에 성공). 그 결과 우리는 후발국이면서도 최첨단기술과 노하우를 재빨리 축적할 수 있었다.

  

*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코드분할다중접속) : 사용자가 시간과 주파수를 공유하면서 신호를 송수신하기 때문에 기존 아날로그 방식보다 수용용량이 10배가 넘고 통화품질도 우수

  

기업들의 자율적인 혁신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휴대폰이 세계무대에 처음 진출한 1990년대는 이미 메이저 업체들이 시장을 분할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일천했던 우리 업계는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접근했다. 손이 큰 서양인들을 위해 폭을 넓히는 대신 두께를 줄였고, 최고 화질을 구현하기 위해 LCD를 채택함으로써 기능성 제품 인식이 강했던 휴대폰에 고객지향적 감성마케팅 개념을 도입했다. 뿐만 아니다. 통화라는 기본기능 외에 MP3, 카메라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디바이스로 탈바꿈시켰던 것이다.

  

첨단기술을 선호하는 까다로운 우리 소비자(Tech-Savvy Early Adopter)의 존재는 한편으론 국내 기업들을 담금질하고 다른 한편으론 신제품의 시험장 역할을 수행하며 명품 휴대폰의 탄생에 한몫 했다.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 선도국으로 나아가다

 

외형적 고속 압축성장의 이면에는 핵심 원천기술의 부족이라는 성장통도 있었다. CDMA 원천기술을 보유한 퀄컴사에 대한 로열티 지급은 국내 휴대폰의 매출에 비례해 늘어났고, 특허 보유업체들은 특허료 요구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휴대폰 산업의 질적 도약을 위해 정부는 또 한번 기술정책 방향의 혁신적 전환을 시도한다. 참여정부 들면서 그간의 모방전략을 탈피해 핵심 원천기술과 최첨단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함으로써 경쟁이 없는 블루 오션을 창출하고 그 시장을 선점하려는 IT839 전략을 수립·추진한 것이다.

  

특히 IT839 전략은 그간의 정책경험에서 학습한 통신산업의 독특한 가치사슬에 입각해 '서비스~인프라(망)~기기'의 동반성장*을 추진함으로써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견인하려는 일종의 국가발전 프로젝트였다.

  

* 예컨대 다른나라보다 앞서 우리 기술로 개발한 와이브로(WiBro)라는 신규 통신서비스를 허가·도입함으로써 이를 지원하기 위한 망 구축과 단말기 생산이 연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함.

  

그리고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마침내 작년, 우리는 세계최초로 '움직이는(모바일) 인터넷'인 와이브로(WiBro)*와 '내손 안의 TV'인 지상파DMB**의 개발과 국제표준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동 중에도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자유롭게 서핑하고, 축구·야구 등의 TV방송도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는 시대를 열며,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에서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 WiBro(Wireless Broadband) : 이동하면서도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무선 휴대인터넷
**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 : 휴대폰이나 PDA에서 다채널 멀티미디어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이동통신과 방송이 결합된 새로운 방송서비스

  

현재 와이브로는 미국의 3대 이통사인 스프린트사에서 차세대규격으로 채택했고(2006년 8월), 지상파DMB는 독일(2006년 6월), 중국(2006년 9월)에서 본방송을 개시했으며, 영국, 스웨덴을 포함한 5개국에서는 실험방송을 실시중이다.

  

특히 와이브로의 미국 진출은 국내 자체기술로 개발한 이동통신 장비의 미국 첫 진출로, 참여정부 출범 이후 추진한 우리 기술혁신 정책의 최대 결실이며, '지재권 확보-국제표준 반영-해외시장 창출' 등 기술선도형 연구개발체계의 모범사례일 뿐더러 세계 무선(이동)인터넷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한 쾌거였다.

  

며칠전 폐막된 세계최대 가전쇼인 미국 CES 전시회(2007. 1. 8~13)에서도 와이브로, DMB 기술을 장착한 국내 휴대폰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대단했다. KT는 CES 기간 중에 미국 이통사인 뉴파라와 와이브로 서비스 기술컨설팅 계약을 체결함으로서 또 한번 우리 와이브로 기술의 진가를 드높였다. 새로운 명품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명품의 위력, 그리고 그 이후

 

작년 한해에만 우리의 명품 휴대폰은 250억$ 어치가 수출되며 IT Korea의 국가이미지를 자랑하고 국민경제에 효자 역할을 수행했다.

  

국내에서는 가입자가 4000만명을 돌파하며 국민들의 정보통신 편익을 견인했다. 그야말로 가장 선두에서 그것도 대단히 짧은 기간에 조용한 동방의 나라에서 역동적인 IT 강국으로 거듭나는데 견인차가 된 것이다.

  

그러나 지난 성공에 도취되어 미래를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이동통신 분야에서 첨단기술 선도국이 되었다는 것은 분명 기회이지만 다른 한편에선 위기이다. 추종자일 때는 이미 존재하는 것을 재빨리 잘 모방만 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전인미답의 길을 걸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는 휴대폰으로 대변되는 이동통신이 IT산업의 핵심이자 텔레매틱스, 홈네트워크, m-Commerce 등 융합의 허브가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간 휴대폰을 중심으로 축적해온 IT 기술개발의 성과를, 타산업은 물론 기업경영, 생활영역, 공공서비스를 막론하고 사회 전 분야로 스며들게 하는 'IT의 내재화'를 실현함으로써 국가경쟁력과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기회로 선용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역할은 세계 최고수준의 혁신을 이루어내고 있는 기업, 신기술에 민감하고 스스로 디지털 조류를 만들어가는 소비자와 국민, 그리고 IT 강국의 비전을 제시하는 정부, 바로 우리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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