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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몽과 中 日 샌드위치론=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

한동안 우리 국민들의 저녁시간을 TV 앞에 묶어 두었던 드라마 ‘주몽’이 최근 종영됐다. 공중파 3개 방송사가 저마다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을 만큼 21세기 우리 국민들의 고구려에 대한 관심은 뜨겁기만 하다.

 

아직 사학계에서 밝혀내야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지만 적어도 만주와 한반도에 걸쳤던 대제국, 아시아의 중심국가로서 우리 민족이 가장 융성했던 시기에 대한 국민들의 향수와 염원이 그만큼 큰 것이리라.

 

막연히 드라마를 보고 한 때 우리민족이 ‘잘 나갔던’ 추억으로 치부하기보다는 과연 고구려의 경쟁력이 어디에 있었는지 되새겨 보는 것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중요할 것이다. 여러 가지 요소가 있었겠지만 역시 최고의 기술력이야말로 고구려 융성의 주요인이었을 것이다.

 

중국 대륙을 통일하고 고조선을 멸망시킨 한(漢)나라는 요즘으로 치자면 세계적 첨단기술인, 앞선 철기기술로 무장한 강국이다. 주몽은 이 거대 강국을 넘어서기 위해 끝없는 기술개발에 매진한다. 그리고 마침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최첨단 철강단련기술 ‘초강법’ 개발에 성공한다. 극중 초강법의 비밀을 풀어낸 ‘야철대장 모팔모’역의 이계인 씨가 산업자원부 부품소재 홍보대사를 맡은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인 셈이다.


최고의 기술력이 고구려 융성 요인

 

한나라 철기군의 칼이 부러지고 철갑옷이 맥없이 뚫려 나가게 되기까지 철기방 사람들의 노력이 어떠했겠는가? 작가의 상상력이겠지만 드라마에서 한나라 태수가 전쟁을 앞두고 고구려 철기방 기술자들을 미리 몰살시키는 장면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기술이 곧 전쟁이자 국가의 운명’임을 새삼 실감했다.

 

최근 우리 산업의 미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0년 전 세계적 경영컨설팅사 ‘부즈앨런’에서 지적한 ‘호두까기(넛크래커)론’이 요즘의 ‘샌드위치론’과 무슨 본질적 차이가 있겠는가.

 

우리나라가 선진국 기술을 도입ㆍ개량해서 급속한 압축성장 전략을 택했을 때부터 이러한 지적은 항상 잠재돼 있어왔다. 우리가 급속히 발전할 수 있었다는 말은, 그만큼 추격이 쉽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똑같이 선진국의 기술을 도입하고 거기다 엄청난 인력에 막강한 자본력까지 축적한 중국이 우리와 같이 성장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제2, 제3의 중국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샌드위치’ ‘넛크래커’ …위기는 또 다른 기회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가 지나쳐 자칫 호들갑스럽게 목소리를 높이고 서로를 비판하는데 급급한 것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만약 어려움이 있다면,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나아가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다같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다행히 최근 몇 년간 우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꾸준히 우리경제의 체질 강화에 역점을 두어 왔다. 부품ㆍ소재를 국가 전략분야로 내세워 적극적 육성노력을 기울였다. 부품소재는 대일적자 해소 뿐 아니라 중국의 성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 분야다.

 

지난해 ‘수출 3000억 달러’를 달성하면서 그 절반에 가까운 1487억 달러의 수출을 부품소재 분야에서 해냈다는 것은 단순한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산업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에 대한 좋은 지표라 할 수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도 다각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차세대 유망 디스플레이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분야에서 지난해 우리기업의 특허등록이 일본이나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가 되었다는 소식은 작지만 의미있는 결실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정부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매년 10% 이상씩 R&D 재원을 늘려온 것도 당장 가시적 성과로 연결되진 않더라도 언젠가는 우리산업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산자부 장관이 되고나서 혹시 바쁜 기업인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을까 망설이기도 했지만, 가급적이면 많은 현장을 다니며 산업의 실상을 직접 보고 기업인들의 애로를 하나라도 더 가까이서 듣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번 창원의 한 기계 부품 제조업체에 갔을 때 “우리는 중국 아니라 일본이라 케도 끄떡 없어예”라며 제조라인과 제품을 설명하는 사장님의 얼굴엔 자부심과 함께 진정한 애국자에게서 느낄 수 있는 경건함마저 배어 있었다.


‘新고구려’ 열쇠는 자주적 기술력

 

정책도 끊임없이 혁신해 나갈 것이다. 그간의 복잡했던 기술개발 과제들을 대대적으로 개편, 산자부가 앞장서서 핵심 원천기술과 부품ㆍ소재ㆍ장비 등 전략기술에 집중투자할 것이다.

 

R&D 운영체제를 고객ㆍ성과지향적으로 혁신하는 작업은 이미 착수했다. 산업인력 수요와 대학교육간 괴리를 타파하기 위한 공학교육시스템 혁신에 정부ㆍ산업계ㆍ학계가 힘을 모으고 있다. 출연연구기관들이 우리 기업의 가려운 곳을 효과적으로 긁어줄 수 있도록 혁신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실력이 없으면 서러운 법이다. 기업도 어려울수록 기술확보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정부와 온 국민은 이런 기업들의 ‘서포터즈’가 되어야 한다.

 

구한 말 청나라 외교관 황쭌센(黃遵憲)의 저서 ‘조선책략(朝鮮策略)’은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사이에 끼어 어려움을 겪던 당시 조선이 동북아 균형자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하는 외교전술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 바 있다. ‘친중국(親中國) 결일본(結日本) 연미방(聯美邦)’은 특히 유명한 구절이다.

 

그러나 당시 조선의 문제는 자주적 실력배양 없이 지나치게 외세에 의존하거나 외세 활용에만 주력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결국 중요한 것은 실력이다. 우리에게 실력이란 다름 아닌 자주적 기술력일 것이다. 실력을 갖추고 ‘친중국 결일본 연미방’ 한다면 우리나라가 새로운 고구려, 동북아의 중심, 샌드위치가 아닌 ‘주도자’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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