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풍력발전 2.3GW vs 유럽 287GW…“인프라 구축 시급”

인공지능(AI) 시대에 발맞춰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려면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는 해상풍력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민국해양연맹과 한국해양전략연구소가 주최하고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와 한국해운협회, 해양경찰청 등이 후원한 ‘국가해양력 강화를 위한 선상 세미나’가 지난 11월18일부터 20일까지 2박3일간 열렸다. 배창주 흥해 부사장은 ‘해상 풍력발전 소개’라는 주제 발표에서 “해상풍력은 양질의 전기를 장시간, 그리고 균일하게 공급받을 수 있다”며 “향후 AI 인프라가 급속히 확장되면 전력이 부족하고 전력 요금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데 해상풍력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韓 해상풍력시장 걸음마 수준”
우리나라의 해상풍력산업이 걸음마 수준에 불과해 정부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풍력발전단지 준공 규모는 2001년24GW(기가와트)에서 2024년 1136GW로 47배(4633%) 폭증했다. 대륙별로 보면 아시아가 607GW로 1위를 기록했고, 그다음으로 유럽 287GW, 미주 228GW, 아프리카·중동 13GW 순이었다. 국가별로는 중국 521W, 미국 154GW, 독일 73GW, 인도 48GW, 영국 32GW를 각각 기록했다. 반면, 우리나라 풍력발전 설비 용량은 2.3GW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배창주 흥해 부사장은 “주요 국가의 해상풍력시장이 성숙 단계에 도달한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AI 산업에 필요한 전력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2024년 한 해 AI 데이터 전력 수요만 80~100TWh(테라와트시)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전체 전력 소비량의 약 12%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역시 2030년까지 AI 인프라를 급속히 확장할 경우 매년 50~80TWh의 전력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력 소비의 10%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산업계는 전력 사용량이 많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 AI 산업 활성화는 더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AI 시대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재생에너지를 크게 확대해야 하는데 해상풍력발전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게 배부사장의 견해다. 배 부사장은 “AI 산업 발전과 함께 우리나라의 전력 수요는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라며 “정부는 전력 인프라를 확충하고, AI 칩 고효율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다에서 생산되는 양질의 전기는 장시간, 그리고 균일하게 공급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韓美 조선협력 프로젝트 인력확보 관건”
우리나라가 해양력을 더 키우려면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G2 시대 동북아 해양 안보 실태와 우리의 대응 방안’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우리나라 주변에 강한 나라가 많다. 우리나라도 과거에 비해 강해졌지만 다른 국가도 세져서 지정학적으로 우리나라가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 세계에서 자주국방을 하는 나라는 없다. 결국 동맹국과 가야 하는데 우리는 미국과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가 순항하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미국의 1인당 평균 소득이 약 8만5000달러로 높아 조선업에 투입할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체류자나 이민자들에 대한 엄격한 이민정책도 인력 유입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그는 “국민 소득이 8만5000달러인데 어떻게 (미국에서) 배를 만들 수 있겠느냐. 이걸 이민자들이 해야 하는데 (트럼프가) 쫓아내서 없다. 미국은 IT와 금융으로 움직이는 나라라 제조업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해양 진출을 바라보는 인식과 접근의 차이가 근대 동양과 서양의 운명을 결정지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양은 바닷길을 적극 개척해 창출한 부를 기반으로 정치와 사회 변혁을 이뤄내 세계 질서를 바꾼 반면, 동양은 바다로 나가는 것을 막고 유교적 가치를 고수한 결과 서양에 뒤처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김석균 한서대학교 교수는 “근대에 서양은 부를 창출할 열망으로 과감히 해양으로 진출한 반면, 동양은 해양과 담을 쌓은 채로 세상 변화를 도외시하면서 동·서양의 운명이 정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의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고, 미래의 길을 제시하는 나침반”이라며 “오늘날 해양 진출은 해양의 물리적 공간을 초월한다”고 덧붙였다.
최윤희 총재 “선상세미나로 국민 해양사상 고취”
팬스타그룹의 2만2000t급 크루즈페리 <팬스타미라클>호를 타고 부산항을 출항해 일본 오사카를 다녀온 이번 일정에는 약 120여 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선상이라는 공간에서 바다를 눈앞에 두고, 해양 정책의 방향성을 점검하고 실행 전략을 논의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행사인 만큼 참여 기관과 직업은 다양했다.
도선사협회, 해양경찰교육원, 울산항만공사, 국립공원공단, 해양수산연수원, 국가기념사업회, 경제사회연구원, 해양환경공단, 경남해양연맹, 한국전력공사, 남북경제연구원, 월드로드항공해운, 현대글로비스, 한국알파라발, 이순신포럼, CJ대한통운, 한천중학교, 국립암센터, 세종영재어린이집, 덕수고등학교, 이수초등학교, 신의중학교 등이 참석했다. 해양 관련 기관 근무자는 물론 초·중·고교 교사 및 교장, 자영업자, 프리랜서, 환경동호회 회원, 병원치료사, 작곡가, 일용직근로자, 군인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특히 전국 대학생들이 이번 선상 행사에 대거 참가해 우리나라 해양력 강화에 뜻을 모아 눈길을 끌었다. 한국해대, 목포해대, 한양대, 한서대, 부산대, 부경대, 세종대, 대구카톨릭대, 오산대, 동서대 등이 선상 세미나에 참여한 대학들이다.
대한민국해양연맹은 3년 전 국가 해양력 강화를 목표로 국회에서 심포지엄을 처음 개최한 후 이날 네 번째 행사를 가졌다. 최윤희 대한민국해양연맹 총재는 여러 행사를 진행하며 해양사상을 고취하려 했지만 시간과 대상이 한정돼 충분한 성과를 내기 어려워 이번에 선상 행사를 열게 됐다고 강조했다. 최 총재는 개회사에서 “실내에서 이뤄지는 포럼이나 세미나는 실제 파급 효과를 내기엔 한계가 있다. 이를 개선하고자 이번에 바다를 항해하며 진행하는 선상 세미나를 열게 됐다. 이는 무엇보다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국민의 해양사상을 고취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해양연맹과 행사를 공동주최한 원태호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소장은 “해양력이 제대로 발휘되려면 모든 국민이 바다의 가치를 이해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바다를 향한 국민적 인식과 의지가 우리 해양력의 토대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세미나는 바다의 중요성을 이론이 아닌 현장에서 체감하는 시간이었다”며 “해양 전문가뿐 아니라 처음 이 주제를 접하는 분들의 시선과 질문이 해양력 논의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해수부출입 해운기자단 공동취재단 최성훈 / 윤여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