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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계급장 떼고 성과로 승부 벌여야 하는 시대 개막

'고위공무원단 출범' 혁명에 가까운 변화 
 
조경호 국민대 행정학 교수

2006년 7월 한국의 공직사회는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고위공무원단이란 직종 아닌 직종이 새로 생겼기 때문이다. 관리관, 이사관, 부이사관 등으로 불리던 1급, 2급, 3급의 고급 공무원 계급이 없어진 것이다.

 

한때 유행했던 “계급장 떼고 토론하자”란 말처럼 이제 국장 이상 1~3급 고급 공무원들은 계급장 떼고 맡은 일의 성과로 승부를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광복이후 60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 공직사회의 발전 과정에서 보면 가히 혁명에 가까운 변화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고위공무원단제도는 고위직 공무원을 국정운영의 핵심주체로 육성하기 위해 중하위직 공무원과 구분하여 통합 관리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 공직사회는 부처 내부 결속력은 매우 강하지만 정부 전체 차원에서 보면 경쟁과 갈등의 경향이 심한 편이다.

 

따라서 정부 리더집단인 고위공무원들의 시각과 통찰력이 어느 한 부처나 업무영역에 국한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 나가기 위해서도 이 제도가 필요하다.

 

더구나 고위공무원들은 나라의 표상이자 수많은 공직자들의 모범이 되어야 함에도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고위공무원들의 역량 강화와 육성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고, 고위공무원들의 업무 영역에 대한 전략적 배려와 지도도 미흡했다. 그런 점에서 고위공무원단은 공직시스템 개혁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들어보자.
1978년 카터 정부 시절 미국 연방정부는 국장급 이상 공무원들(일반직 공무원 16~18등급)을 대상으로 고위공무원단을 전격 시행했다. 고위공무원의 부처간 이동을 보장하고 성과와 보상을 탄력적으로 연계해 고위공무원들이 국정의 중심에서 긴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카터 대통령은 재임시 가장 무능한 대통령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고위공무원단의 결심은 지금도 그 어떤 선택보다 전략적이고 의연한 선택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미국의 고위공무원단제도는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1978년 이후 미국 연방 고위공무원들에 대한 교육훈련과 성과관리 프로그램이 획기적으로 확대되었고, ‘Executive Development’로 불리는 고위직개발 프로그램이 양산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들어 뒤늦게 이 제도를 도입한 영국도 비교적 안정궤도에 들어섰다. 우리처럼 전통적인 계급제 국가인 영국은 1996년 고위공무원단을 도입, 전체 공무원의 약 1% 정도 고위공무원의 계급을 폐지하고 하나의 관리계층으로 통합하였다. 최상위 고위공무원들을 SOS(Senior Open Structure)에 편입해 개방형 임용시스템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지한파로 알려져 있는 미국 행정학자 프레드릭슨 교수는 몇 년 전 한국에서의 한 강연에서 “한국 공무원들은 집단적 규범과 직속상관에 대한 충성심이 매우 강하고, 인력관리에서 연공서열이나 인맥 등 귀속적 요인을 중시하는 것 같다”고 소회를 밝힌바 있다.  

 

그는 한국 공직사회의 고유한 특징을 잘 간직하여야 한다고 말을 맺었지만 이면에는 한국 공무원사회에 대한 따끔한 충고가 도사리고 있다. 직무보다 계급이 중시되다보니 일하는 사람들의 동기부여와 발전의 기회가 박탈되고, 조직 전체의 활력이 덩달아 침체돼온 것이 우리 공직사회의 현실이다.

 

공정한 인사는 객관적인 잣대와 인사권자의 품격 있는 결정이 좌우한다. 고위공무원단 시행과 함께 앞으로는 고위공직자 인선 기준에서 실적이나 연공 못지않게 장래에 담당할 직무 수행 역량이 매우 중시될 것이다. 1,300명이 넘는 고위공직자가 담당해야 할 일들은 모두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부처의 미션과 비전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담당할 일의 특성에 적합한 인재의 발굴과 육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도 제도 출범 이전 못지않게 많은 노력과 수고가 필요하다.

 

제도 운영기관 뿐만 아니라 일선 정부부처들의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참여도 요구된다. 어찌됐든 고위공무원단은 정부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 국민들이 살기 편한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 목표다. 모쪼록 이 나라의 모든 공직자들이 더 큰 희망과 비전 아래 국민을 위해 더 열심히 봉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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