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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억새의 천국 난지도 하늘공원이 주는 교훈

난지도 하늘공원이 주는 도시쓰레기 처리 교훈


가을이 완연하다.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대표적인 것들은 무엇일까. 우선 노랗거나 빨갛게 물든 나뭇잎과 떨어져 수북히 쌓인 낙엽이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울긋불긋 핀 코스모스도 누렇게 익어가는 벼이삭, 툭 떨어진 알밤도 가을 풍경의 대표적인 것들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람에 하늘거리는 억새밭이다. 벌판 가득히 허연 억새꽃 물결이 일렁이는 풍경을 보면 어느덧 가을이 깊어져 정점에 올라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그래서 가을이 오면 명성산, 정선 민둥산, 영남알프스, 한라산 등 수천평 억새밭이 있는 산들을 찾아 떠나는 등산객이 많다.

 

억새는 수목이 우거지지 않은 분지 형태의 산 중턱에서 잘 자란다. 생명력이 강한 군집식물이라 한번 뿌리내렸다 하면 좀처럼 다른 종의 식물들이 끼어들지 못한다. 별로 쓸모가 없는 일년생 풀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억센 뿌리로 지표면을 엮고 있어 토사유출을 방지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그렇게 억세니 이름이 억새인지 모르겠다. 또 사람의 키를 뛰어넘는 억새는 베어서 잘 말려 집이엉을 엮거나 멍석, 돗자리 등을 만드는 원료로 사용되기도 했다.

 

깊은 산에나 찾아가야 구경하는 억새밭이 서울 변두리에서 넘실거린다. 월드컵 경기장이 있는 상암동 난지도 일대가 그곳이다. 어찌나 넓고 무성한 억새밭인지 수천 명의 사람들이 올라가 구경을 해도 억새에 가려 사람 모습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한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너울너울 춤을 추는 억새꽃의 물결이 끝이 없다. 억새꽃 물결은 바람의 강도에 따라 강하게 너울거리기도 하고 또는 약하게 살랑거리기도 한다. 또 물결의 방향도 일정하지 않다.

어떤 때는 허연 억새꽃 물결이 빙그르르 돌기도 한다. 아마 돌개바람이 분 듯하다. 약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억새꽃 물결이 바람의 연주에 맞춰 춤을 추는 것 같다. 말갈기 같은 억새꽃이 한없이 펼쳐진 진풍경이다.


외국의 환경전문가들도 찾아오는 '성공 사례'

 

난지도는 참으로 기구한 섬이었다. 수십 년 동안 1천만 서울사람들이 쓰고 버린 쓰레기를 실어다가 매립하고 그 매립지 위에 또 켜켜이 쓰레기를 쌓은 곳이다. 그래서 높이 90여 미터의 인공산이 몇 개 생겼다. 아직도 매립한 쓰레기들이 땅속에서 썩고있어 매탄가스를 내뿜는다. 그것을 수집하는 가스관이 이 인공산을 휘감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땅속의 일이고 비옥한 흙을 실어다가 두껍게 뒤덮은 지표면은 온갖 식물들의 세상이다. 수많은 야생초가 자라고 뭇 벌레들이 산다. 이름도 하늘공원으로 바뀌어 이제 강바람이 늘 불어오는 서울 서부지역의 명소가 되었다.

 

가을 휴일이면 이곳 하늘공원 억새밭을 찾은 시민은 10만여 명에 달한다. 그렇게 많은 인파가 구불구불 산길을 오르고 내리는데 거의 불편함이 없었다. 억새밭에 이르는 4차선 산길 도로를 꽉 메운 시민들은 표정이 밝았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연인끼리 짝을 이룬 남녀노소 시민들은 쉬엄쉬엄 산에 올라 저마다 디지털 카메라, 혹은 일반 카메라로 기념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곳은 도심에서 접근성도 뛰어나다. 지하철 6호선 월드컵 경기장역에 내려서 한 10분쯤 걸으면 하늘공원 밑에 이른다. 그곳에서 계단을 이용하면 좀 빠르게 억새밭에 오를 수 있지만 억새밭 구경을 끝내고 내려오는 사람들 때문에 계단이 꽉 차서 올라갈 사람은 빙빙 4차선 도로를 돌아 걸어가야 한다.

 

가벼운 등산을 한다는 기분으로 약 2킬로 정도의 도로를 걸어가는 것도 건강에 좋을 듯하다. 억새밭이 있는 곳은 지상에서 높이가 90여 미터쯤 된다. 그래서 곳곳에 만들어 놓은 전망대에 서면 서울의 서부와 한강 하류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쓰레기 천지의 버려진 땅 난지도가 이렇게 변한 게 꿈만 같다. 산업 쓰레기, 가정용 쓰레기, 음식 쓰레기 등이 산을 이룬 땅이 이처럼 자연 생태공원으로 변신할 수 있다니... 외국인들도 도시쓰레기 처리장의 성공모델로 떠오른 이곳을 찾아 한 수 배워간다고 한다.

 

악취와 분진과 해충으로 사람이 접근하기 어렵던 곳에 10만 탐방 인파가 즐겨 찾아오니 이게 기적이 아닌가. 죽은 땅, 버려진 땅을 다시 생물의 천국으로 만드는 이런 환경 기적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하늘공원은 죽은 땅 살리기의 멋진 성공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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