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첫번째 한국형 쇄빙선 '아라온'호의 인도명명식이 11월 6일 인천내항 1부두에서 개최됐다.
말끔한 오렌지 색의 선체가 그 위용을 자랑하는 가운데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과 이병석 국회 국토해양위원장, 그리고 극지연구소 이홍금 소장 등 주요 인사와 더불어 300여 명의 국민들이 참석해 새로운 한국형 쇄빙선의 탄생을 축하했다.
순수 한글명인 아라온호의 이름은 '전 세계 모든 바다를 누비라'는 의미다. 특히 이 선명은 지난 2003년 남극에서 연구활동 중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故 전재규 대원의 모친 김명자(52)씨가 명명해 더욱 의미가 있었다. 해사경제신문은 아라온호가 세상에 데뷔하는 감동적인 순간을 <정책공감>에 의해 특집으로 마련했습니다.(편집자 주)
첫번째 한국형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그 화려한 데뷔
<인천내항 1부두에 계류되어 있는 아라온호>
전체 사업비로 1,030억 원이 투자된 아라온호는 2002년 건조 계획이 확정되었고 2005년에는 운영주체를 극지연구소(KOPRI)로 지정, 실제설계를 시작했다. 작년인 2008년 드디어 한진중공업이 착공, 올해 6월 진수를 거쳐 최종 건조과정을 모두 마치고 지난 금요일 11월6일 명명식을 가졌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의 치사>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오늘 우리는 대한민국의 저력을 세계에 알리는 역사적 현장에 서 있습니다.남극과 북극의 험난한 바다를 누비며 극지 연구와 탐사개발의 신기원을 열어갈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의 탄생을 국민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고 말하고, 아라온호의 설계에서부터 건조까지 순수 우리의 국내 기술로 건조되었다는 데 우리의 자부심이 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또 "오늘 행사의 의미는 단지 하나의 선박이 건조된 것을 축하하는 자리에 그치지 않습니다.
지구 환경의 중요성, 극지 탐사와 연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바다를 향한 우리의 꿈과 열정을 더욱 키워가는 뜻깊은 자리입니다."라며, 아라온호의 탄생을 위해 노력한 모든 관계자에게도 감사를 표시했다.
<정종환 장관은 선박 건조에 힘쓴 많은 관계자들에게 표창을 수여했다>
<명명식은 故 전재규 대원의 모친인 김명자씨가 아라온호를 名命하고 있다.>
<명명하는 순간, 뱃머리에 새겨진 아라온호의 선명이 공개되고, 복주머니가 터지고 있다>
<박수를 치며 명명을 축하하는 주요 귀빈들--->
<아라온호 선상 투어가 함께 진행되어 선교에서 김현율 선장으로 부터 기계장치의 설명을 듣고 있는 정종환 장관과 국회 이병석 국토해양위원회 위원장>
아라온호의 내부 시설의 이모 저모
쇄빙선은 바다 위에도 늘 두껍게 얼음이 얼어 있는 지역인 극지 연구활동에 물자 보급과 연구대원 수송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비다. 이미 남, 북극에 진출한 대부분의 나라가 보유하고 있던 쇄빙선은 두께 1m 수준의 얼음을 깨며 진로를 개척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아주 강력한 힘과 더불어 단단한 구조, 그리고 빠른 무게중심 이동 기능이 필요해 일반적인 배들과는 상당히 다른 구조로 만들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선미 갑판에 실려 있는 한국형 심해용 무인잠수정>
<선미 구조물. 아래쪽에는 케이블 등 다양한 장비가 탑재되어 있고 위쪽의 널찍한 공간은 헬리콥터가 이착륙하는 헬리패드>
한국형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는 길이 111m, 폭 19m에 임무 수행시의 배수량 7,487톤의 규모입니다. 디젤 전기추진식으로 선미의 두 대의 터널형 주 추진기와 더불어 선수에 추가적으로 2대의 가동식 추진장치가 있는데, 그 덕분에 제자리에서도 360도 회전 기동이 가능한 높은 기동성을 자랑하고 있다.
아라온호는 85명의 승무원과 함께 연구장비를 만재하고 최대 속도 16노트, 순항속도 12노트를 낼 수 있으며, 중간 보급 없이 70일간 약 2만 해리(3만 7천km)를 항해할 수 있고, 헬리콥터를 탑재, 이착륙할 수 있는 시설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1m 두께의 얼음이 형성된 지역에서도 시속 3노트(5.5km)의 속도를 내며 연속적인 쇄빙으로 진로를 개척할 수 있는데요, 극지의 강한 추위를 대비해 다양한 부위에 열선 등의 방빙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지휘사령실인 선교(브릿지)의 모습. 마스트에는 레이더와 다양한 관측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측면에는 구명선과 소형 탐사정이 매달려 있다. 워낙 추운 곳에서 사용할 구명선이어서 그런지 뚜껑이 있는 밀폐식이다>
<선박 옆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하는 줄사다리도 구비돼 있다>
<측면 갑판에 비치되어 있는 만국 공통 신호기(旗) 세트. 이것을 사용해 무선통신 없이도 배 사이에 깃발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알파벳 별로 한 개씩 비치되어 있다>
<해양연구실(습식)>
<선교의 창에서 바라본 선수(뱃머리). 이 창문에는 열선으로 방빙장치가 되어 있어서 극지의 강추위에도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배를 조종하는 메인 타륜 컨트롤 패널>
사진 우측 하단의 작은 핸들이 주 추진기에 작용하는 타륜으로 좌우 35도씩의 가동 범위를 가진다. 그 앞쪽에 눈에 띄는 두 개의 레버가 전방 추진기의 컨트롤러로, 이것을 조작해 아라온호는 좁은 공간에서도 제자리 회전 등 높은 기동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 컨트롤러는 브릿지의 사면 각 방향에 따로 설치되어 있어서, 배가 기동하는 방향을 직접 관측하며 정교한 조작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선박 내부의 탱크를 조정하는 컨트롤 패널. 이것으로 무게중심을 조정한다.>
<나침반입니다. 역시 방향마다 설치되어 있다.>
<중앙 갑판과 후방 마스트, 그리고 연돌(굴뚝). 아라온호는 디젤 전기추진식 엔진으로 가동된다>
아라온호의 선교에서 이 배의 모든 기계장치에 대한 총책을 맡아 배의 안전운항을 책임지고 있는 서호선 기관장(49)을 만나 소감을 들었다. 기계계통 책임을 의미하는 소매의 붉은 줄이 인상적이었다.
늘 다른 나라의 노후된 쇄빙선을 빌려 사용했는데,이렇게 한국 최초의 쇄빙선을 만들어 운항하게되니 정말 기쁩니다---
"저는 배가 안전하게 조선할 수 있도록 모든 기기를 점검하고, 고장이 나면 수리하기도 합니다. 미캐닉(Mechanic)이지요."라고 자신을 소개한 서호선 기관장은, 아라온호는 특수선박이기 때문에 일반 상선하고는 구조와 동력계통이 많이 틀리다며,"주 엔진은 디젤 발전기를 사용하는 전기동력식인데요, 매우 추운 환경에서 사용되기도 하고, 고기동성을 위해 파워가 강하고 반응성이 좋은 전기추진식을 사용합니다. 외국의 최신형 쇄빙선들도 모두 같은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라고 설명했다.
아라온호는 다른 나라의 쇄빙선과 달리 일반적인 보급 이외에도 10개 정도의 습식/건식 연구실을 갖추었다고 한다. 이에, 서 기관장은 "극지의 활동에 대비해 외부에 노출된 모든 장비에는 열선과 스팀을 이용한 히팅 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출입문도 얼면 안 열리지 않습니까?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추운 극지 이외에도 적도 등 뜨거운 곳에서도 항해하기 때문에 모든 기후 환경에 대비한 시설이 되어 있습니다." 라고 자세히 말해 주었다.
그는 또 "이렇게 좋은 배, 한국 최초의 쇄빙선을 운항하게 되어 너무나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겁다" 며, 모든 승무원들과 연구진들이 힘 내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했다.
<내부의 거주 공간의 모습>
<선장실. 벽면에 큰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다>
<조금 좁게 느껴지는 복도>
<바닥이 마루로 된 일반 선실>
<운동량이 아무래도 부족하게 되는 선내이다 보니 헬스장도 있다>
<탁구대도 있고, 3개의 재활용 쓰레기통도 있다>
다양한 연구장비를 탑재한 덕에 비록 외관 크기에 비해서는 내부 공간이 널찍하지는 않지만, 신형 군함들과 비교해 보아도 확실히 인간적이고 쾌적하게 공간이 설계되어 있다.
<시험운항 중인 아라온호 항공사진의 모습>
1988년 남극세종과학기지 완공으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18번째의 남극 기지 보유국이 되었고, 2002년에는 북극에도 다산과학기지를 개설함으로써 세계에서 8번째로 남북극에 모두 기지를 가진 극지 강국이 되었다.
앞으로도 또 하나의 남극 기지를 더 개설하게 될 예정으로 있어, 이러한 대한민국의 극지 연구에 우리만의 쇄빙연구선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온 상태였다. 아라온호 이전에는 아주 비싼 이용료를 내고 러시아 등 외국의 낡은 쇄빙선을 임대해 사용해 왔는데요, 그 덕분에 극지 기지의 보급과 지원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번에 건조를 마치고 인도된 아라온호는 이 모든 노력의 결실이자 한국의 극지 연구 수준이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음을 알리는 쾌거라 할 수 있다. 비록 첫 번째 발사에 아쉽게 실패하기는 했지만 최초의 한국형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와 더불어 지상의 KSTAR(한국형 핵융합 시험로) 와 함께 아라온호는 한국 과학기술의 최선두에 서 있는 귀중한 존재다.
아라온호가 올릴 미래 한국의 깃발
아라온호는 그 규모면에서 세계 최대급은 아니지만 최신식 설계와 더불어 많은 연구장비를 탑재해 단순한 보급용 쇄빙선을 넘어 그 자체로도 움직이는 해상 연구실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첨단 연구용 선박이다.
이러한 선박을 보유하게 되면서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국제 협력을 요청해 오고 있다고 하니, 아라온호는 과연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존재인듯 하다.
아라온호는 7일 동해로 이동해 울릉도와 포항 근해에서 운항능력과 연구장비 성능을 최종 테스트하게 될 예정이고, 내달 12월 19일 드디어 남극으로 출항, 얼음을 깨며 새로운 남극 연구소 부지가 될 지역을 답사하는 첫 번째 임무를 수행하게 될 예정이다.
내년 6월에는 다시 북극으로 떠날 예정이다. 한국의 새로운 개척과 탐험의 역사를 열게 될 아라온호가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해 세계의 과학기술과 환경 연구 분야에서 에서 한국의 역할을 더욱 단단히 하는 든든한 존재가 되기를, 그리고 무엇보다 거친 극지의 바다에서도 안전하게 항해하기를 기원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