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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수출 호조세 지속되기 어렵다

LG경제연구원 수출 호조세 지속되기 어렵다


최근 우리나라의 수출 호조세는 원자재 품목의 단가 강세, 수출 경쟁국 통화들의 동반 절상, 일본의 생산 공백 등에 기인한 바 크다. 그러나 향후 선진국 및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고 수출 단가 및 환율 여건이 악화되면서 수출 증가율이 둔화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수출이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7월 수출이 515억 달러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하였으며, 1월부터 7월까지의 누적 수출 증가율은 24.7%에 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증가세가 유지된다면 올해 우리나라의 수출입 합계가 1조 달러를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재차 불거진 선진국들의 재정위기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면서 8월 들어 우리 수출을 둘러싼 환경이 급격하게 변동하고 있다. 우리 수출의 앞날에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그 동안의 수출 실적을 품목별로 살펴보면 석유, 석유화학, 철강 등 원자재들의 수출 기여도가 올 들어 크게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의 수출 기여도는 2010년 3분기 전체 수출 증가율 22.7% 가운데 4.6%p에 불과했으나 올 2분기에는 19.7%의 수출 증가율 중 9.5%p를 차지했다. 자동차 및 부품의 경우는 작년에 비해 수출 기여도가 감소하긴 했지만 꾸준히 2~3%p대를 기록하면서 단일 품목군으로서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중이다. 그 외에 조선 관련 수출은 작년에 인도가 지연되었던 물량의 통관이 올 1분기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높은 실적을 나타내기도 했다.


반면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이었던 IT 관련 제품들이 올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무선통신기기와 반도체, 액정디바이스, 컴퓨터, 가전 등 IT 제품군의 수출은 2010년 1분기 전체 수출 증가율 35.8% 가운데 12.3%p를 차지하는 등 호실적을 나타낸 바 있다. 그러나 이후 기여도가 계속 하락하는 추세를 나타내며 2011년 2분기에는 전체 수출 증가율 19.7% 중 0.2%p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품목별로 이처럼 실적이 엇갈리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수출 단가의 변동이 심했기 때문이다. 먼저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이들의 가공품인 석유와 석유화학, 철강의 수출 단가는 크게 올랐다. 2010년 중반에는 이들의 수출에 대한 물량과 단가의 기여도가 각각 절반 가량이었지만 올 6월에는 단가의 기여도가 물량 기여도의 3배를 상회했다. 그러나 이러한 단가 상승은 주로 국제 원자재 가격에 연동되어 가공품에 비용이 전가되는 현상이다. 향후 글로벌 경기 부진에 따른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단가가 재차 낮아지는 경우에는 언제든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첨단 IT 제품들은 물량 확대에도 불구하고 단가가 낮아져 실적이 악화된 경우이다. 액정디바이스 등이 포함된 정밀기기의 수출 물량은 올 1월부터 6월까지 전년동기대비 3.5% 증가하였지만 단가는 같은 기간 0.8% 오르는데 그쳤다. 반도체의 경우는 수출 물량이 무려 79.2% 늘어났으나 단가가 36.3% 하락함으로써 전체 IT 제품 수출 실적 악화의 주 원인이 되고 있다. 정보통신기기와 가전제품은 최근 스마트폰이나 LED TV, 3D TV 등 고부가제품의 수출 확대로 단가가 작년에 비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물량 증가는 미미한 상황이다.


내구재에 해당하거나 부품으로 활용되는 이들 IT 제품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교역이 급격히 반등하는 기간 동안 경쟁력 향상과 원화 약세 등에 힘입어 실적이 크게 늘어났지만 대기수요가 충족되고 경쟁이 격화되면서 단가 급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공통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편 올 들어 나타난 달러 대비 원화 강세가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1월부터 7월까지 원/달러 환율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다.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원화 가치가 오를 때 달러 표시 수출 단가가 높아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어 수출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 주요 공업국들의 통화 또한 같은 기간 동반 강세를 나타내면서 이러한 효과가 희석되었다. 일본 엔화와 싱가포르 달러화가 각각 미 달러 대비 10%가 넘는 절상률을 보였으며 말레이시아와 태국의 통화 가치도 원화에 비해 더 크게 올랐다.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 중국 위안화도 모두 달러 대비 강세였다. 원화가 강세를 나타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국들의 통화에 비해 절상폭이 작았기 때문에 원화의 실효환율은 오히려 소폭 약세를 보였다. 경쟁국들의 달러 표시 수출 단가가 더 크게 오르면서 우리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동북 대지진으로 인한 일본 생산 차질 또한 우리나라의 수출에 도움이 되었다. 지진이 발생한 3월 이후 일본의 산업생산은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내구재 관련 산업생산은 4월에 47% 급감하는 등 하락폭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버금간다. 자동차와 가전 등 내구재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은 생산시설의 피해와 전력사정 악화, 엔화 강세가 겹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 수입시장에서 일본의 점유율이 동북 대지진 이전에 비해 1.1%p 하락하였고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0.2%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우리나라 제품의 경쟁력 강화와 신제품 출시 효과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지진에 따른 일본의 수출 급감이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금액 기준의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난 2분기 들어 물량 기준 수출 증가율은 대부분의 품목에서 하락했다. 여기에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태까지 겹친 상황이다. 선진국 및 글로벌 경기의 침체 정도, 글로벌 교역 구조의 특징과 우리 수출 상품의 구성, 수출 단가 및 환율 등 가격 변수의 변화 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우선 미국 등 선진국이 더블딥에 빠질 것인지의 여부는 아직 불명확하다. 그러나 주요기관들은 일제히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을 하향 수정하고 있다.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지게 되면 내구재를 주로 수출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지난 서브프라임 위기 당시 미국의 명목 개인소비지출 품목들 가운데 자동차, 가전 등의 지출 감소폭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오일 쇼크 등 과거의 경기 침체기에도 유사한 패턴이 반복된 바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으로 1990년대의 30%대에 비해 크게 낮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이나 동남아 등에서 조립, 생산되어 우회 수출되는 물량까지 감안하면 미국 등 선진국의 중요도는 여전히 매우 높다. 여기에 유럽사태가 더욱 악화되는 경우 수출 침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또한 미국의 성장률 변화는 세계 경제의 성장 및 교역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미국이 침체에 빠지면 대미 수출이 감소할 뿐 아니라 중국 등 여타 국가에 대한 우리나라의 중간재, 자본재 수출까지 영향을 받는 구조이다. 신흥국들의 내수 부문이 아무리 확대되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수출에의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신흥국들의 對선진국 수출 타격은 우리나라의 對신흥국 수출 감소를 초래한다. 간단한 수출함수를 추정해보면 세계 경제 성장률이 1%p하락할 때 우리나라의 수출 물량은 6.8%p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수출 단가의 향방 또한 긍정적이지 않다. 석유, 석유화학, 철강 제품의 단가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 원자재 가격이 세계 경기 둔화로 상승세가 주춤하거나 오히려 하락 압력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IT 품목들의 단가도 글로벌 수요 회복 부진의 여파로 약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환율 여건 또한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다. 선진국들이 경기 회복을 위해 초저금리 지속과 양적 완화 재개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경쟁관계에 있는 아시아국의 통화들이 그동안 강세였기 때문에 원화보다 더 빠르게 절상될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금융시장의 급격한 혼란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나타나는 경우를 제외하면 원/달러 환율은 추세적으로 하락하게 될 전망이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처럼 전세계의 수요가 동시다발적으로 급락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번 재정위기로 인한 우리 수출에의 타격이 당장 가시적으로 나타나진 않을 것이다. 대신 세계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점진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지금으로서는 더 높아 보인다.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제고된 우리 수출의 경쟁력이 저성장에도 견딜 수 있는 내성을 갖고 있는지, 각 품목에 대한 혁신 능력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할 시점이다.[LG경제연구원 윤상하 책임연구원, 김건우 연구원 www.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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