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 박인비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 위업
LPGA 상금 올해의 선수 평균 타수 3관 왕도 유력해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박인비(27·KB금융그룹)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 리코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최종일 7언더를 몰아치면서 우승, 아시아 최초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는 위업을 거두었다.
이로써 박인비는 상금과 올해의 선수, 평균 타수 등 개인 기록 주요 3개 부문에서 선두를 질주하며 시즌 3관왕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박인비는 3일(이하 한국시간) 스코틀랜드의 트럼프 턴베리 리조트 에일사 코스(파72·6,410야드)에서 계속된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7개, 보기 2개를 묶어 7언더파 65타를 쳤다. 오전 1시20분 현재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인 박인비는 전날 공동 5위에서 단독 선두로 올라서며 LPGA 투어 시즌 네 번째 우승이자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 것이다.
골프선수에게 그랜드슬램은 극소수에게만 허용되는 금단의 영역에 가깝다. 누구나 꿈꿀 수 있지만 커리어 그랜드슬램(평생 은퇴 전 4대 메이저대회를 우승하는 것)이나 캘린더 그랜드슬램(한 해에 4대 메이저대회를 우승하는 것)을 달성하는 선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살아있는 골프의 전설' 아널드 파머(미국)도 PGA챔피언십을 제패하지 못해 그랜드슬램의 꿈을 접었고, 현재 세계남자골프 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아직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정상에 서지 못했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뒤를 이어 '골프여제' 자리에 등극했던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청야니(대만) 등 최근 투어를 평정했던 선수들도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지 못하고 은퇴했거나 전성기를 사실상 마감했다.
현재 PGA 투어에는 4개의 메이저대회가 LPGA 투어에는 5개의 메이저 골프대회가 열리고 있다. 즉 남자의 경우 그랜드슬램은 마스터스 토너먼트, US오픈, 브리티시오픈(공식명 디오픈 챔피언십), PGA챔피언십 등 4대 메이저를 모두 석권하는 일인데 여러 해에 걸쳐 석권한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진 사라센(1935년) 벤 호건(1953년) 게리 플레이어(1965년) 잭 니클라우스(1966년) 타이거 우즈(2000년)까지 5명에 불과하다. 지금의 기준과는 다르지만 4대 메이저대회를 한 해에 석권한 것은 바비 존스(1930년)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여자의 경우 2013년부터 에비앙 챔피언십이 LPGA 메이저대회로 격상됨에 따라 ANA 인스퍼레이션,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 US여자오픈, 브리티시 여자오픈, 에비앙 챔피언십 등 5개 메이저대회 가운데 4개 대회를 시즌에 상관없이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으로 인정한다. LPGA 투어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루이스 석스(1957년), 미키 라이트(1962년), 팻 브래들리(1986년), 줄리 잉스터(1999년), 캐리 웹(2001), 안니카 소렌스탐(2003) 등 단 6명이 달성했다.
박인비는 이날 우승으로, LPGA 투어 7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래머에 이름을 올리게 되면서 동시에 남녀 선수를 통틀어 아시아 최초로 골프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위업을 이룬것이다.
아울러 박인비는 상금과 올해의 선수, 평균 타수 등 개인 기록 주요 3개 부문에서 선두를 질주하며 시즌 3관왕 가능성을 에고하고 있다. 먼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상금 45만 달러를 받아 시즌 상금 218만 달러를 기록하게 됐다.
2012년과 2013년에 상금왕을 2연패 했다가 지난해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에게 상금왕 자리를 내줬던 박인비는 4년 연속 시즌 상금 200만 달러를 돌파하며 상금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박인비를 제외하고는 아직 시즌 상금 150만 달러를 넘긴 선수도 없다.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도 박인비는 235점을 얻어 2위 리디아 고(뉴질랜드)의 134점과 격차를 100점 이상으로 벌렸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는 일반 대회 우승이 30점, 메이저 대회 우승이 60점이기 때문에 100점 차이를 좁히려면 리디아 고가 남은 대회에서 메이저 대회를 포함해 최소한 2승 이상을 거두고 박인비는 제자리걸음을 해야 한다.
박인비는 2013년에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역시 루이스에게 이 상을 내줬다. 평균타수 부문에서 박인비는 69.391타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 리디아 고는 69.639타를 기록 중이다. 박인비는 2012년 평균타수 1위를 차지했다가 2013년부터 2년간 루이스가 이 부문 1위를 가져갔다.
상금과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는 2위와 격차를 크게 벌린 박인비로서는 2위와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평균 타수 부문에서도 1위를 지키면 시즌 3관왕이 유력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한국 선수가 한 시즌에 상금, 올해의 선수, 평균 타수 등 3개 주요 부문을 휩쓴 적이 없다.
2013년 박인비가 상금과 올해의 선수 1위를 차지했으나 평균 타수를 루이스에게 내줬고 2012년에는 평균 타수와 상금 1위에 오르고도 올해의 선수상이 루이스에게 돌아갔다. 2010년에는 최나연(28·SK텔레콤)이 상금과 평균타수 1위를 차지했으나 올해의 선수상은 쩡야니(대만) 차지가 됐다.
최근 한 선수가 이 3개 부문을 석권한 사례는 지난해 루이스, 2011년 쩡야니, 2008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등이 있다. 이로써 박인비는 상금과 올해의 선수, 평균 타수 등 개인 기록 주요 3개 부문에서 선두를 질주하며 시즌 3관왕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박인비가 아시아 최초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가운데, 그의 남편인 남기협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인비는 지난해 10월 13일 남편 남기협씨와 웨딩마치를 올렸다. 프로 골퍼 출신이었던 남기협씨는 박인비를 위해 선수를 그만두고 코치로 전향했다.
박인비는 지난 2008년 'US 여자오픈'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지만 이후 긴 슬럼프에 빠졌다. 골프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할 때 현재 남편이자 스윙 코치인 남기협 코치를 만나 스윙 교정을 하고는 재기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