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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한국경제 리모델링 기회다

개방 통한 내부개혁이 ‘샌드위치 한국’ 탈출법

  

우리나라가 동북아 금융허브가 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동안 중동의 두바이는 벌써 국제 금융허브로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사진 : 뉴욕 월스트리트 증권거래소)


두바이는 금융특구를 지정해 규제 제도를 영미법 체계에 맞게 바꾸고, 외국인을 책임자로 임명할 정도로 과감한 규제철폐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이 두바이같은 금융허브가 되는 길은 의외로 간단할지 모른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최대한 많은 자유를 주면 된다. 그러나 국가 기간산업인 금융산업을 ‘투기자본의 놀이터’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문제는 ‘얼마나 적절하게 규제하냐’이며, 이 적정성 여부를 판별하는 잣대가 바로 ‘글로벌 스탠다드’이다.


금융산업이 발전하려면 규제, 법규, 관료수준 등 제도적 요인이 중요하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라 관련 규제가 개혁돼 합리성과 투명성이 높아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보다 안심하고 투자에 나설 것이다.

  

따라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우리나라의 규제, 법률 등 관련 제도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선진화시키는 전략인 것이다.

  

한미FTA의 진정한 목적 - 국내 제도 개혁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동일한 경제권으로 묶이면 역내 관세 철폐로 무역이 늘고, 체결국간 제도 비교에 의해 ‘국내 제도개혁’을 자극하게 된다.

  

한미FTA의 효과로 주로 수출 증대가 강조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수입증대 효과이다.

  

미국의 최고급 상품이 국내시장으로 들어와 경쟁하게 되면 저생산성·비효율적인 산업은 도태되고, 경쟁력있는 산업으로 구조조정이 일어난다. 또 제품 가격이 싸져 소비자의 지갑이 두둑해지면(지출 감소, 저축 증가) 생산적인 분야로 투자가 늘어난다.

  

그러나 FTA의 진정한 의미는 기득권층의 저항과 반발에 부딪혀 번번히 개혁이 무산된 낡은 제도와 관행을 깨뜨리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혁신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일 것이다.

  

바둑도 잘 두는 사람과 둬야 실력이 늘 듯, 경제 역시 좀 더 선진화된 경제와 맞붙어야 이득이 된다.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13배나 큰 미국과 FTA를 추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2004년 발효된 한·칠레FTA는 자동차, 휴대폰 등 우리제품의 수출확대에는 큰 도움이 됐지만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에는 근본적으로 기여한 바가 없다는 점에서 ‘반쪽짜리’였다. 이는 칠레의 경제규모가 우리보다 작을 뿐 아니라 우리 경제에 자극을 줄 만큼 그다지 선진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샌드위치 코리아’ 탈출법 - 서비스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그동안 우리나라는 중국에 대해서는 ‘기술 우위’, 일본에 대해서는 ‘비용 우위’를 점함으로써 중국보다 나은 기술의 제품을 일본이 도저히 제시할 수 없는 가격에 생산하는 ‘중간 기술상’ 전략을 취해왔다.

  

그러나 지난 40여 년동안 계속된 이런 전략은 중국의 맹추격과 일본경제의 회복으로 한계에 도달했다. 이른바 ‘샌드위치 위기론’이다.

  

이런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먼저 기존 전략을 고수하면서 시장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미 전세계가 ‘FTA전쟁’에 뛰어들면서 관세인하에 따른 시장확대효과는 금방 사라지기 때문에 이런 전략은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

  

따라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기존 궤도에서 벗어나 성장잠재력이 큰 금융, 회계, 법률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 완전히 새로운 발전전략으로 갈아타는 것이다.

 

 

특히 서비스업은 규제, 법규, 관료수준 등 제도적 요인에 의해 크게 영향받는 만큼 이들 산업이 발전하려면 낙후된 제도와 관행을 뜯어고치고, 경제 시스템을 선진화시켜야 한다.


단순히 물자가 이동하는 상품교역과 달리 개방을 통한 서비스교역 확대는 관련 기술, 자본, 사람의 전면적인 이동을 초래해 규제를 줄이고 경제 시스템을 시장친화적으로 바꾸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한미FTA에 포함된 투자자-정부제소권, 최혜국대우, 내국민대우 등의 장치는 불필요한 규제의 신설·남발을 막고, 제도와 관행을 합리화·투명화하는 장치가 될 것이다.

  

기득권 버리고 끝없는 내부 개혁 나서야

  

개방은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다. 개방이 경쟁을 촉발하고, 활발한 경쟁이 내부 개혁으로 이어져야 제대로 된 개방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방은 최대한 확대될수록 좋다. 하지만 이번 한미FTA에서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인 서비스업의 개방이 전면적으로 이뤄지진 않았다.

  

이와 관련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일 한미FTA 타결 직후 발표한 담화문에서 “아마 비준의 어려움을 고려한 것 같지만 좀 아쉽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법률, 회계 등 고급 서비스시장도 일부 개방됐고, 이 부분에 관해 저는 좀 더 과감한 개방을 하라고 지시했다”며 “그래야 고학력 일자리도 늘릴 수 있고,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 서비스업 분야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 의료시장은 전혀 개방되지 않았고, 방송 등 문화산업 분야도 크게 열리지 않아 역시 아쉬운 대목”이라며 “공공서비스와 문화적 요소는 보호하되 산업적 요소는 과감하게 경쟁의 무대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교육과 의료 등 공공성이 강한 부분은 보호하되, 법률, 회계 등 사업서비스는 개방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개방할 방침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추정에 따르면 서비스교역 장벽을 20% 낮추면 서비스분야의 생산액은 7.1%(34조원), 고용은 3.9%(44만명) 늘어난다.

  

그러나 '제2의 개항'이라고까지 불렸던 이번 한미FTA에서 개방대상에서 빠진 것에 안주해 자발적인 내부개혁에 치열하게 나서지 않는다면, 낡은 제도와 관행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개혁하고, 경제체질을 선진화한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또 제도개혁 등을 통해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전략 역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1994년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한 멕시코의 경우 관세혜택 효과에 안주해 치열한 내부개혁을 게을리 한 결과 생산적인 부문으로 산업구조 고도화도 이루지 못했고, 국내 제도 개혁과 선진화도 지지부진해졌다.

  

노 대통령의 지적대로 ‘공공서비스와 문화적 요소’는 반드시 지키더라도 소비자 이익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산업적 요소는 과감히 개방하고, 개방에서 유예된 기간을 처절한 내부개혁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한미FTA라는 단 한번의 외부충격으로 낙후된 제도와 관행을 모두 뜯어고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한미FTA를 끝없는 내부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의미에서 한미FTA는 외부개방이라는 충격파를 통해 지지부진한 내부개혁을 촉발시키려는 일종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었다.

  

개방의 궁극적 목표는 내부개혁을 통한 경쟁력 확보다. 내부개혁 없이는 경제선진화도, 서비스업 성장도, 한국경제의 재도약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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