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불황의 파고를 넘을 해법은?
공급 과잉·운임 하락에 흔들리는 시장… 친환경·디지털 혁신이 해답
글로벌 해운업이 거센 불황에 직면했다. 팬데믹 특수로 급등했던 운임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공급 과잉과 경기 둔화가 맞물리며 선사들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해운업계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모색 중이다. 선박 감축, 친환경 전환, 디지털 혁신, 신시장 개척 등이 주요 대응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선박 감축과 노선 최적화… 공급 조절로 수익성 방어
대형 선사들은 공급 조절을 통해 시장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머스크와 MSC는 노후 선박을 조기 퇴역시키고 신규 선박 발주를 축소하며, 비효율적인 노선을 재편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도 수익성이 낮은 노선 조정을 추진하며 선복량을 조절하고 있다. 과거 공급 과잉으로 시장이 붕괴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에는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프랑스의 CMA CGM, 국내 중견 해운사인 장금상선과 고려해운 역시 선박 운항을 조정하며 실적 방어에 나서고 있다.
▲친환경 전환… 탄소 규제 대응과 비용 절감의 두 마리 토끼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해운업계의 친환경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머스크는 메탄올 추진선을 확대하고 있으며, CMA CGM과 HMM도 LNG 추진선과 저유황 연료 기술을 적용한 친환경 선박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벌크선 중심의 대한해운과 팬오션도 친환경 전환에 나섰다. 저유황 연료 사용 확대와 함께 LNG 추진 벌크선을 도입하며 새로운 환경 기준을 맞춰가고 있다. 친환경 전환은 단순한 규제 준수를 넘어, 연료비 절감과 운영 효율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다.
▲디지털 혁신… AI와 블록체인으로 물류 최적화
디지털 혁신은 해운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머스크는 IBM과 협력해 블록체인 기반 물류 시스템을 구축했고, MSC는 AI 기반 운항 최적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운항 경로를 효율화하고 비용 절감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HMM은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물류 플랫폼을 구축해 실시간 화물 추적과 데이터 분석을 강화하고 있다. CMA CGM은 자율운항 기술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으며, 프랑스 해양기술 연구소와 협력해 일부 선박에서 자동화 시스템을 테스트 중이다. 디지털 기술 도입은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물류 효율성을 높여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신시장 개척… 아프리카·중남미로 확장
해운업계는 기존 북미·유럽 중심의 시장에서 벗어나 신흥 시장 개척에 집중하고 있다. 머스크와 MSC는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 항로 확장에 나섰으며, 특히 머스크는 아프리카 주요 항만 투자로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HMM은 동남아 및 인도 항로를 강화하며 신흥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장금상선과 고려해운도 피더 선박을 활용해 동남아 물류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새로운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해운업, 위기를 넘어 기회로
해운업이 겪고 있는 현재의 불황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선사들은 이를 기회로 삼고 있다.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성 강화, 친환경·디지털 혁신, 신시장 개척 등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는 선사들이 결국 살아남을 것이다. 해운업계는 과거에도 수많은 위기를 겪으며 변화와 혁신을 거듭해왔다. 이번 불황도 단기적인 어려움을 넘어, 장기적인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