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M25, 해운물류 글로벌 재편 ‘신호탄’…국내 업계 선제 대응 시급
美-中 해운갈등, 얼라이언스 해체, 디지털·친환경 경쟁 격화… 세계 공급망 대전환 앞두고 전략적 대응 요구
글로벌 해운·물류 업계의 최대 연례행사인 ‘TPM25’가 지난 3월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신뢰를 잃은 세계에서 신뢰를 되찾기’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4,400여 명의 해운·물류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참석해, 불확실성이 커진 글로벌 시장 환경 속에서 해운산업의 전략적 방향을 모색했다.
특히 올해 TPM은 미국의 대중국 항만세 도입 추진, 해운동맹(얼라이언스) 재편, 디지털 전환, 친환경 해운 등 해운산업 구조 자체를 흔드는 중대 이슈들이 집중 논의되며 ‘글로벌 패러다임 전환의 서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은 중국 조선소 건조 선박에 대해 항만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 중이며, 이에 따라 양국 간 해운·물류 규제 충돌이 공급망 불안정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미국 농산물 수출업계는 해당 조치로 운임이 급등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글로벌 선사들의 전략 재편도 주목할 만하다. 머스크는 육상운송과 항만을 포함한 통합물류 서비스 확대에 속도를 내는 반면, 하팍로이드는 해운 본연의 정확성과 서비스 신뢰성에 집중하는 상반된 전략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기존의 해운동맹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으며, HMM 등 주요 국적선사의 향후 협력 전략이 해운 시장 판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이번 TPM에서는 항만 디지털화와 친환경 경영 전략도 주요 의제로 부상했다. 자동화 항만 기술, 인공지능 기반 물류 시스템, 전자선하증권(eBL) 등 디지털 기술이 해운 경쟁력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친환경 부문에서는 메탄올 추진선, 바이오연료, 탄소배출 정밀 관리 시스템 등 탈탄소 대응 역량이 화주사의 공급망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해운·항만업계에 주는 시사점도 분명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HMM을 포함한 국적선사들이 글로벌 얼라이언스 재편 흐름에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부산항 등 주요 항만도 스마트 자동화 시스템 도입과 친환경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TPM25는 단순한 해운 시황 예측이 아닌,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해운산업 전략의 향방을 가늠하는 자리였다. 이제는 단기 변동성보다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준비된 자만이 새로운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